수단, 알제리, 레바논, 이라크에 이어:
이란에서도 거대한 저항이 분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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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까지의 최신 상황을 추가해 증보했다.
세계 곳곳, 그리고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거대한 저항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란에서도 거대한 대중 저항이 일어났다.
11월 15일 이란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 조처가 저항을 촉발했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가격을 60리터까지는 50퍼센트, 그 이상은 300퍼센트 인상했다.
바로 그날 이란 31개 주(州) 중 22개 주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에 차를 버리고 나와 도심으로 행진하는 영상과 사진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곧 시위 진압 경찰이 투입됐다. 이란 당국은 인터넷을 끊어 버렸다. 그 후 이따금씩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영상과 사진을 보면 거리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경찰서, 은행, 공공기관 건물 등이 불에 탔고, 거리에서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살인자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물러나라”, “독재자에게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최소 143명이 시위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망명한 이란 언론인들의 매체 〈이란와이어〉는 이란 내무부가 11월 25일 현재 사망자를 218명으로 집계했고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소식을 입수해 보도했다. 11월 26일 현재 이란 정부가 시위자 4523명을 체포했다고도 한다.
서방의 지지는 위선
이란 대통령 로하니는 “반동적인 다른 나라 정권, 이스라엘, 미국이 사전에 계획한” 일이라고 이 시위를 비난했다. 한국 언론들도 이 시위가 미국이 사주한 것이라는 시각을 종종 드러낸다.
그러나 이란의 저항은 최근 세계적 저항의 물결과 궤를 같이 한다. 즉, 이 저항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커다란 위기를 배경으로 그 고통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에 맞서는 저항이다.
이란에서는 이미 2017년 말에 실업, 빈곤, 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난 바 있다. 시위를 촉발한 것은 긴축재정과 물가 인상을 포함한 예산안이었다.
이번에는 휘발유 가격 인상이 시위를 촉발했다. 이란에서는 국가 보조금 덕분에 휘발유를 저렴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이란 정부는 그 보조금을 줄이고 더 많은 휘발유를 수출로 돌려서 수익을 늘리려 한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 때문에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지만 휘발유나 LPG 등은 여전히 수출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 인상은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보유한 가정에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교통비나 다른 생필품, 서비스 가격을 끌어올릴 것이다. 평범한 이란인들은 안 그래도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말이다.
지난해 미국이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 경제는 심각하게 후퇴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란 경제가 올해에만 9.5퍼센트 수축할 것이라 했다. 환율이 급락하고 생활 물가가 치솟았다. 25세 이하 인구가 40퍼센트인 나라에서 청년 실업률이 26퍼센트에 달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러 이라크 등지로 넘어간다.
한편 이란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 경쟁에 골몰해 왔다.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이라크나 시리아 등지에 개입해 왔다.
트럼프의 제재가 경제를 악화시키긴 했지만, 이 저항은 트럼프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그 자체의 동학이 있다. 트럼프의 제재는 이미 이란 지배자들이 평범한 이란 사람들에게 하던 짓을 더 하도록 강제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 대(對)이란 제재를 추진한 당사자인 트럼프와 거기에 협조한 서방 주류 정치인들이 이란인들의 저항에 지지를 표하는 것은 역겨운 위선이다.
일각에서는 이란 대중의 저항이 미국과 서방에게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 지배자들은 아래로부터의 저항이 진정으로 발전하고 커지는 데에 이해관계가 없다.
어느 강대국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이 저항의 물결이 커진다면 이 지역의 제국주의적 질서를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