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지급도 보편 지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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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으로 거리두기가 크게 강화된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하지만 확진자 추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새로운 집단 감염이 계속 발견되고 학생들의 감염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론이 급등했고, 정부도 ‘불가’ 입장에서 물러설 수밖에 없게 됐다.
논란 끝에 결국 9월 7일 문재인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을 ‘선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선별 지급에 대한 양해를 구해야 할 정도로 여전히 보편 지급 여론이 많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8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보편 지급 의견이 45퍼센트를 넘는다.
그만큼 경제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원망과 배신감이 불길처럼 퍼져가는 것이 뚜렷이 보인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적이 적확한 현실 진단이다. 비록 소심하게도 그는 친문 진영의 반격을 받자 “정부 여당의 최종 결정에 성실히 따를 것”을 약속했지만 말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2.5단계 거리두기 조처가 길어지자, “죽어가는데 목 졸리는 기분”이라고 하소연한다. 자영업자들과 고용된 노동자들, 가족까지 고려하면 자영업 부문에서만 최소한 100만 명이 소득 절벽과 부채 증가에 직면해 있다.
특히, 거리두기가 사회 전체의 보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처인 데다,
정부는 100만~200만 원가량
일부만 선별해서 지급한다는 발표에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조차 제대로 못
정부는 소득 증명 없이 거리두기로 영업을 중지하거나 단축한 해당 업종에 ‘보편’ 지급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그러나 코로나 재확산으로 타격을 입은 것은 특정 업종에 국한되지 않는다.
피해 규모에 따라 선별 지급하겠다고도 했는데, 수령 대상자들 중에도 매출 감소 폭 등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므로 지급액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하다.
특히, 정부의 선별 지급 대상에는 소득 감소로 고통받는 다수의 노동자·서민층이 빠져 있다. 호황을 누리는 일부 정보통신 기업들을 제외하면 많은 기업들이 매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으므로,많은 노동자들이 임금, 수당, 성과급 등의 삭감을 겪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605명, 아시아나 항공 2차 하청업체인
원망과 배신감의 불길
정부·민주당과 달리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은 보편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사각지대 문제를 없앨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속한 지급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월에 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이 거의 대부분 사용된 데 비해, 6월에 신청을 받기 시작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3개월이 지난 아직까지도 수만 명가량이 지원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선별’의 목적이 정부의 말처럼 저소득층에게 ‘더’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부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심상정 대표 등의 지적처럼, 진정 저소득층을 고려하는 것이라면 모두에게 주고 저소득층에게 더 주는 게 맞다.
반면 정부의 선별 지급 논리는 군색하다. “고통을 더 크게 겪는 국민을 먼저 도와드려야 한다”지만
실제로, 정부가 발표한 4차 추경 규모는 7조 원 규모로, 1차 재난지원금 지급액의 절반도 안 된다. 그중에서도 자영업자들에게 지원되는 돈은 3조 원, 고용취약계층에 지원되는 돈은 최대 3조 원밖에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소득 감소를 겪는 상황에서 왜 이번에는 선별이냐는 물음에 정부는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선 전 다르고 총선 후 다른 정부 정책이 불신받는 것은 당연하다.
선별 지급에 대한 불만이 심상치 않자 문재인은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변명했다. 국가부채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 국가부채 850조 원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돈을 아끼겠다며 수많은 노동자·서민의 삶을 외면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무려 594조 원에 이르는 기업 금융 지원과 경기 부양 대책을 발표하고, 이전 추경에서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주들에게 주는 돈은 투자로 이어져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반면 노동자·서민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은 경제 회복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시장 중심 경제학의 가르침을 따르는 듯하다. 사실상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불가론을 펴던 경제부총리 홍남기의 입장이 관철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소득을 늘려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던 소득주도성장론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기도 하다.
경제를 살릴 수 있느냐 여부와 별개로, 경제가 어려울수록 노동자·서민의 생존을 위해 정부의 지원은 더욱 필요하다.
결국 자본가들의 이윤과 대중의 삶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원이 불필요한 부유층에게 지급되는 돈이 정말로 아까운 것이라면 그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면 될 일이다. 사실 수십만 원가량의 액수는 이들에게는 별 의미도 없으니 ‘형평성’을 따질 일도 아니다.
반면, 지원이 실제 필요한 사람들에게 선별은 최악의 경우 배제되거나, 모멸감과 분노, 짜증만 안겨주는 일이다. 신청 과정에서 공무원들과의 실랑이와 신경전을 거쳐야 하고 ‘더럽고 치사해서 안 받고’ 만다. 콜센터나 게시판은 늘 불통이기 십상이다. 선별 지급 발표를 듣자마자 ‘당신들이 와서 선별해 보라’는 공무원 노동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진 까닭이다.
받는 사람은 받는 사람대로 불만이고, 못 받는 사람들은 누구는 세금만 내고 혜택은 못 받냐는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부는 이런 갈등을 악용해 그 액수를 최소화하거나 차츰 삭감하고 없애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번갈아 삭감해 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논리는 노동계급의 단결을 가로막고 반목하게 만드는 한편, 기업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데 도움이 된다. 보편적 복지가 더 나은 이유다.
노동자들은 코로나·경제 위기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정부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를 통해 보편적 재난지원금과 일자리 보장 등의 요구를 쟁취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 경제 활성화를 독촉하다가 코로나 재확산을 불러오는 악순환도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