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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원숭이두창과 소아마비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시 웬 20세기 감염병?

8월 22일 현재 공식 집계된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650만 명이다. 확인된 감염자만 6억 명인데,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실제 규모가 그보다 몇 배 더 클 것이라고 발표해 왔다. 앞으로 대유행이 몇 번이나 더 닥쳐올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감염병의 그림자도 어른거리고 있다.

올 5월 유럽 남부 지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치명률도 낮고 흉터도 거의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수십 년 동안 콩고 분지와 서아프리카 지역을 벗어난 적 없는 이 감염병이 세계 여러 곳으로 퍼진 것은 전파 방식에 변화가 생겼음을 암시한다. 이런 변화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대규모로 유행하는 초기에 꼭 벌어지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한 이유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이스라엘에서는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퍼지는 징후가 포착됐다.

소아마비는 신경을 마비시켜 다리에 영구적인 장애를 남긴다. 호흡기뿐 아니라 소화기에 감염돼 배설물이 흘러들어 간 하천 등을 통해 대규모 전파가 이뤄지는데 치명률도 매우 높다. 소아마비는 효과적인 백신 보급으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일부 전문가는 주로 가난한 나라들에서 사용하던 백신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낳았다고 본다. 의료 인력과 설비가 부족한 나라들에서는 주사제가 아니라 먹는 백신이 사용돼 왔는데, 여기에 사용된 일부 바이러스가 생존해 변이를 일으킨 듯하다고 한다. 다행히 현재 사용되는 주사제 백신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숭이두창(왼)과 먹는 소아마비 백신(오) 자본주의는 더 많은 감염병 위기를 만들고 있다 ⓒ출처 Nigeria Centre for Disease Control/UNICEF Ethiopia

병원체와 인간을 둘러싼 환경

자본주의에서 발전한 주류 의학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발견하고, 그것과 접촉을 피하거나 박멸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여겨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러 수단들(살충제, 항생제, 마스크, 격리 등)을 발전시켜 왔다. 물론 이런 수단들은 단기적으로 사람들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부 의학자들은 감염병 종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낙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의 감염병 위기는 단순히 병원체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방식에 근본적 한계가 있음을 보여 준다. 병원체와 인간을 둘러싼 자연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인간 측의 약점은 커지고 병원체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롭 월러스나 마이크 데이비스 같은 사람들이 지적해 왔듯이 공장식 축산업의 확대와 이를 위한 삼림 파괴는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와 접촉 빈도를 높이고, 밀집한 가축들 사이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퍼져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키웠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가속한 자본주의적 농축산업과 삼림 파괴, 보건 서비스의 후퇴와 민영화, 지적재산권으로 인한 백신과 치료제 보급의 실패 등으로 간염이나 결핵 같은 오래된 질병이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최근의 연구들은 기후 변화가 또 다른 감염병을 낳는 거대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코로나 팬데믹의 기원을 연구하던 일부 학자들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 박쥐 서식지 분포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기후 변화로 중국 남부에 서식하게 된 박쥐에게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연구들도 세계 곳곳에서 생태 안정성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자연적으로 격리돼 있던 미생물들이 인간의 거주지역으로 흘러 들어오고, 가뭄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는 인간의 생활 조건과 건강을 취약하게 하는 반면, 병원체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따라서 감염병 위기를 예방하려면 환경 파괴를 막고 사회 기반 시설과 보건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전면적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사실 이런 얘기는 새로운 게 아니다. 적지 않은 의학자들이 여러 감염병들은 사실 빈곤이나 오염, 무분별한 환경 파괴에서 비롯한 ‘사회적 질병’이라며 그 해결책들을 제시해 왔다.

여기에 더해 이미 대규모로 파괴된 생태계 속에서 인류가 또 다른 감염병 위기를 피하려면 주류 의학과는 다른 새로운 과학도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병원체를 찾아내는 수준이 아니라 생태계에 관한 총체적 인식 속에서 감염병의 발생과 전파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이런 일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본가들의 세계관이 자연과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물리적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계급이 정신적 생산수단도 통제한다.”(《독일 이데올로기》)

자본가들은 자연현상을 마치 기계의 작동처럼 이해하려 한다. 그런 이해에 바탕을 둔 응용이 단기적으로는 이윤을 늘리는 데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병원체가 생산에 방해가 되면(그 전까지는 방치한다), 각각에 맞는 방식으로 박멸하면 그만이라고 여긴다. 인간의 몸은 무언가 부족하면 채워 넣고, 고장 나면 기계를 수리하듯이 고치려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런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새로운 문제를 낳는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주류 의학의 관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환경과 보건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동시에 자본주의 체제를 끝내고 완전히 다른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사회를 건설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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