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기사들의 승리에 이어:
영국 딜리버루 플랫폼 배달원들도 파업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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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영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 ‘딜리버루’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과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노동자들은 런던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에서 집회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딜리버루가 영국 주식시장에 공개 거래를 시작한 날에 맞춰 파업했다.
런던에서는 파업 노동자들이 딜리버루 유니폼을 입고 딜리버루 본사까지 긴 행진을 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대열이 앞섰고 스쿠터들이 뒤를 따랐다.
딜리버루 노동자들은 최근 영국 법원이 우버 노동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무제공자로 분류한 판결에 고무됐다. 비록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는 아니지만, 우버 노동자들은 이제 최저임금이나 유급 휴가 등을 받을 자격이 있다. 이것은 딜리버루 노동자들도 원하는 바다.
2013년 설립된 딜리버루는 8년 만에 기업가치가 12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특히 세계최대 물류기업 아마존의 투자를 받으며 성장 가도를 달렸고, 팬데믹 기간 동안 배달 플랫폼 기업 호황 속에서 엄청난 수혜를 누렸다. 현재 딜리버루는 12개 나라에서 배달원 10만여 명을 고용한 거대 기업이다.
딜리버루는 배달 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조건에 내몰고 쥐어짜면서 성장해 왔다. 딜리버루 배달 노동자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고용 불안정과 저소득에 시달려 왔다. 팬데믹 하에서 업무는 더욱 많아졌지만 노동자들은 계속 저임금에 시달렸다. 딜리버루가 배달원을 늘려서 경쟁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파업에 참가한 한 노동자는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음식을 배달합니다. 그런데 저 자신은 푸드뱅크에서 음식을 얻어와요. 팬데믹 동안 음식 배달이 매우 많아졌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아마도 우리가 돈 좀 벌었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딜리버루가 돈을 번 거지 우리는 아니에요.”
영국의 비영리 언론사 TBIJ는 지난해 300명이 넘는 배달원 계약서 수천 건을 분석한 결과, 노동자 3명 중 1명은 최저시급인 8.72파운드(한화 1만 3440원)도 못 벌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는 이보다도 더 적게 벌고 있다. 영국 요크셔 지역에서 자전거로 배달하는 한 노동자는 180시간 동안 앱에 로그 인했는데 시간당 겨우 2파운드(한화 3082원) 가량을 벌었다.
사실 주문 사이 대기 시간까지 포함하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이 태반이다. 배달원들은 주문이 없는 대기 시간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밖에서 무급으로 기다려야만 한다. 그래서 딜리버루 노동자들은 대기 시간에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유급 병가와 휴가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요크 지역의 한 딜리버루 노동자는 〈빅이슈〉 잡지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기본적인 임금 안정을 원해요. 저는 몇 주 동안이나 잠을 못 이뤘어요. 다음 주에 얼마나 벌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팬데믹은 수요가 들쭉날쭉하다는 걸 의미해요. 다음 주에 월세나 세금을 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많은 기사들이 가족이 있고 부양할 사람이 있고 먹여 살려야 하는 애들이 있어요. 그들에게는 정말 가혹할 수 있어요.”
딜리버루 노동자들은 앱을 이용한 자의적인 해고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딜리버루는 앱을 통해 이유도 말해주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해고한다. 노동자들은 항의도 못한 채 한 순간에 수입원을 잃어버리게 된다.
딜리버루는 이번 증시 상장으로 크게 한 몫 잡을 기대를 했지만, 상장 첫날 딜리버루 주가가 30퍼센트나 하락했다. 이날 파업을 조직한 노동조합 IWGB는 딜리버루 배달원들이 파업을 하며 열악한 고용 상황이 드러난 것이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와 투자자들이 우버 기사들의 승리로 고무된 플랫폼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조선일보〉는 우버와 딜리버루 노동자성 논란을 소개하며 “’유연한 노동에 기반한 저비용 구조’라는 긱 이코노미의 장점을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조선일보〉는 이번 법원 판결 이행으로 우버가 올해와 내년 2억 5000만~3억 5000만 달러(약 2830억~3960억 원) 비용을 부담하게 됐다며 이윤 감소를 걱정했다.
반대로 이는 기업주들이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해 얼마나 막대한 돈을 떼어 먹어 왔는지 보여 준다. 또한 우버와 딜리버루 노동자 파업에 대한 재계의 걱정은 이들이 플랫폼 노동자들를 아무리 독립적 자영업자인 양 취급해도 결국 기업 이윤이 이들의 노동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번 딜리버루 노동자 파업처럼 조직되기 힘든 노동자로 여겨지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전세계 곳곳에서 행동에 나선 것은 좋은 일이다. 팬데믹 기간은 “불안정” 노동자들도 경제가 굴러가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두드러지게 보여 줬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도 팬데믹 기간 동안 업무가 크게 늘었지만, 기업 간 시장 경쟁도 격화돼 많은 배달원들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노동자들도 노조를 만들고 저항에 나서고 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저항이 더욱 전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