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존슨 정부 – 주류 신자유주의 거스르지만 대안도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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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을 경멸하기는 쉽다. 존슨은 이튼 스쿨[상류층 자제들이 다니는 명문 고교] 출신의 불쾌한 인간으로, 인종차별적인 언사로 악명이 높고,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과 행동이든 서슴지 않는 자다.
다만, 원칙 없는 자라는 평가는 잘못된 것이다. 그는 일종의 대처주의를 신봉한다.
존슨은 프랑스인들이 말하는 ‘주권주의자’다. 영국의 국가 주권을 가장 앞세운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시장 지상주의자이기도 하다. 방역에 필요한 사회 통제 조처를 다시 도입해 경제를 손상시키느니 “시체가 쌓이게 내버려 두라”고 말한 것을 보라.
이런 점들에도 불구하고 존슨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현재 존슨은 마거릿 대처와 토니 블레어[1997~2007년 노동당 총리] 이래 어느 누구보다도 영국 정치를 확고하게 지배하고 있다.
그럴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가 주류 신자유주의를 기꺼이 거스르려 한다는 데에 있다. 지난주 국민보험료를 인상해서 보건·복지 지출을 늘리겠다고 한 것이 그런 사례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것은 바로 토니 블레어와 데이비드 캐머런[2010~2016년 보수당 총리]의 주류 신자유주의였다. 캐머런의 후임자 테리사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영국을 되도록 유럽연합에 밀착시키려고 애썼다.
존슨은 메이를 총리직에서 밀어내고 더 강경한 브렉시트를 놓고 유럽연합과 합의했다. 그리고는 2019년 12월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다.
당시 존슨이 내건 “브렉시트 완수”는 탁월한 구호였다. 영국 정치권의 끝없는 책략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이용해, 자신을 판사·국회의원 같은 방해꾼들에 맞선 대중의 수호자로 내세우는 구호였다.
유럽연합 잔류파들이 국민투표 결과를 무효화시키려고 하는 것에 분노한 유권자들 — 일부는 노동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이었다 — 에게 호소하는 구호이기도 했다.
존슨의 승리는 존슨 정부가 팬데믹 대응을 그르치는 바람에 좌절될 뻔했다. 그러나 백신 보급의 성공이 그를 구원했다. 존슨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처를 해제해서 백신에 거는 판돈을 키웠다.
‘시티 오브 런던’
최근에 내놓은 국민보험료 인상안도 주류 신자유주의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이다. 이번에는 강경 대처주의자들을 겨냥했다. 이 조처는 세금을 국민 소득의 33.5퍼센트 수준으로 올린다. 이것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노동당 정부가 개혁을 도입했던 1950년대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싱크탱크인 레졸루션재단의 토스턴 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보수당의 저(低)세금 정치가 끝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3월 예산의 증세까지 함께 고려하면 1970년대 이래 최대 증세다.”
이것은 낮은 세금을 확고하게 신봉하는 보수당 평의원[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그리고 내각 내에서 원성을 자아냈다.
지난주 〈텔레그레프〉지는 정말 재미있었다. “평소 보수당에 충성해 온 한 원로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장기전의 첫 전투다. 지금 보수당 정부는 지출에 중독돼 있다.” 또 다른 보수당 평의원은 “자신이 해야 하는 표결 때문에 지난 몇 달 동안 이따금씩 집에 가서 애인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며 보수당이 뭐하는 당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존슨의 세금 인상안은 보수당 내에서 끽소리 없이 통과됐다. 주된 이유는 그것이 국민보건서비스(NHS)를 구제할 방안으로서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는 방역을 위한 사회 통제 조처를 도입했을 때 제시한 근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수당의 감세론자들뿐 아니라, 스스로를 NHS의 당으로 내세웠던 노동당도 허를 찔렸다.
이는 존슨이 매우 뛰어난 정치꾼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첫째, 코로나바이러스는 더 위험한 기습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둘째, 존슨은 주류 신자유주의를 대신할 대안이 없다. 최근에 나온 책을 계기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재무부는 지난 40년 동안 재앙적 실수를 했다. 런던과 사우스이스트잉글랜드로 영국 전체가 득을 볼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것이다.”
여기서 존슨은 대처와 블레어가 런던 금융가를 우선시한 것을 사실상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팬데믹으로 연타를 얻어맞은 영국 경제를 살릴 제대로 된 전략은 없어 보인다.
국민보험료 인상은 매우 역진적이다. 그래서 존슨이 2019년 총선 때 노동당에게서 빼앗아 온 잉글랜드 북부의 “붉은 의석”[전통적인 노동당 지지 지역]에 몰려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다.
최근 유고브 여론 조사에서 보수당 지지율은 5퍼센트 떨어졌다. 이것은 단기적인 현상일 테지만, 대처와 블레어 모두 결국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