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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에너지는 기후 위기의 대안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기후 위기 대안으로 수소 에너지를 강조해 왔다.

임기 초에는 수소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보급을 강조하더니, 최근에는 수소의 생산·저장·운송·활용 등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문재인은 “한국이 특히 수소경제에 중점을 두고 있고, 수소 활용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며 수소 에너지 개발을 강조했다.

10월 7일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 선도국가 비전 보고’ ⓒ출처 청와대

세계 주요국들도 수소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한전경영연구원 조사를 보면, 현재 미국, 유럽, 일본 등 30여 나라에서 ‘수소 로드맵’을 발표했다. 전 세계에서 2030년까지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 등에 총 3000억 달러가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수소 지지자들은 수소가 ‘궁극의 친환경 에너지’라고 말한다. 수소는 세상에 널려 있어 고갈 우려가 없고, 사용할 때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소를 생산하는 데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자연 상태에서 수소는 수소 기체 형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에너지 생산 대부분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소를 생산하는 데 막대한 온실가스가 나오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9년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오늘날 전 세계 수소 생산량 7000만 톤 가운데 76퍼센트를 천연가스에서 추출하고(‘그레이 수소’), 나머지 23퍼센트를 석탄에서 추출한다(‘브라운 수소’).

그레이 수소 1톤을 생산하는 데에 이산화탄소 11톤이 배출되고, 브라운 수소는 이보다도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2018년 기준 연간 8억 3000만 톤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영국과 인도네시아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치다.

그린 워싱

물을 전기분해 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도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한다면 막대한 온실가스를 내뿜게 된다.

물론 태양광과 풍력발전 같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이 없다(‘그린 수소’).

문재인 정부도 그린 수소가 아닌 수소 생산은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못하는 ‘그린 워싱’이라는 비판을 고려해, 그린 수소 생산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그린 수소뿐 아니라 ‘블루 수소’ 생산도 확대하려고 한다.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마찬가지로 천연가스로부터 수소를 추출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방식이다. 그러나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이 전제돼야 하고 이 기술을 적용해도 탄소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그린 수소가 기후 위기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물을 전기분해 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무려 40~50퍼센트의 에너지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송을 위해 수소를 액화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해외에서 수소를 수입하려 해도 수소 폭발에 안전한 수송선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재생에너지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에너지 손실을 감내하면서까지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뿐 아니라 주요국 정부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수소에 대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수소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것이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한국 정부는 석탄·천연가스 발전에 수소·암모니아를 섞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식으로 기존에 투자된 화석연료 설비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SK·GS 같은 거대 석유·가스 기업들이 기후 위기에 대처한다면서 블루 수소 투자에 열을 올리며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수소 개발에 치중하는 것은 핵발전을 옹호하는 주장으로도 연결되기 쉽다. 핵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로 그린 수소 생산을 늘리는 게 대안이라는 논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핵발전은 방사능 누출 위험은 차치하더라도, 모든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당장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효율적이지도 않은 수소 경제가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게 시급하다.

그러려면 여전히 화석연료 사용에서 이윤을 얻으려 하는 정부·대기업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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