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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
천연가스 넣은 문재인, 핵발전도 넣으라는 우파

이 기사를 읽기 전에 “유럽연합 녹색 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논란: 천연가스도, 핵발전도 친환경 에너지 아니다”를 읽으시오.

지난해 3월 보령화력발전소 내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시설 모형을 보고 있는 문재인 ⓒ출처 청와대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 이른바 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K택소노미 제정에는 향후 유럽과의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는 동기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내용을 유럽연합의 기준에 맞춘 것이 이를 보여 준다. 반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은 완전히 뒷전에 놓였다.

그래서 K택소노미에는 천연가스가 포함됐다. 문재인 정부는 유럽연합의 그린 택소노미에 독일의 입김이 작용해 천연가스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 듯하다. 그러나 천연가스는 그 자체로 화석연료다.

유럽과 마찬가지로 K택소노미에는 ‘블루수소’도 포함됐다. 그러나 블루수소는 친환경과 거리가 멀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마크 제이콥슨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을 보면, 블루수소 생산 시 천연가스를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온실가스를 20퍼센트 더 배출한다.

다만 문재인 정부는 유럽연합이 핵발전을 포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 듯하다. 독일은 물론이고 핵발전 비중이 큰 프랑스도 비교적 최근까지 핵발전을 줄이겠다고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에 핵발전이 포함되자 문재인 정부의 ‘탈핵’을 비판해 온 우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말과 달리 핵발전을 없애거나 심지어 줄이지도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공약 후퇴와 유럽연합의 결정은 한국의 우파를 기세등등하게 해 주고 있다. 민주당의 태도를 보건대 대선 이후에는 누가 당선하든 핵 정책이 더 우경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고, 표현도 ‘탈원전’에서 ‘감원전’으로 바꿨다.

따라서 한국의 기후 운동과 탈핵 운동은 민주당은 물론이고 유럽연합의 기후·핵 정책에 조금도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기후 위기를 멈추고 위험천만한 핵발전을 즉각 중단하려면 자본주의 지배자들에 맞서는 아래로부터의 운동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