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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의료인이 전하는: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의 현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가 병상 확충을 소홀히 한 탓에 병원에 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사람이 1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요양병원에서도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를 이송하지 않고 코호트(집단) 격리하는 일이 늘고 있다. 11월 18일에 이미 코호트 격리된 요양병원이 34곳, 요양 시설이 22곳이었으니 지금은 더 늘었을 것이다.

필자가 일하는 요양병원도 얼마 전 3층 병동이 코호트 격리됐다.

3층 병동의 확산세는 전해 듣기로도 정말 무서운 상황이다. 11월 하순에 1명이었던 확진자가 금세 20~30명으로 늘어났다. 코호트 격리 이후 불과 며칠 만에 3층 환자·간병인 절반 이상과 일부 의료진이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한다.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대부분 70~90대 노인들로 뇌졸중, 치매, 당뇨, 고혈압, 암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환자 5명, 간병인 1명으로 이뤄진 6인실에서 생활한다. 병실뿐 아니라 병상도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황에서 감염 확산은 시간문제였다.

집단 감염 좁은 공간에서 밀집해 생활하는 요양병원에서 코호트 격리는 노인 환자들을 집단 감염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정선영

정부 지침에는, 요양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병동을 분리하고, 비확진자 중에서도 밀접 접촉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분리하라고 돼 있다. 그러나 애초에 좁은 병동에 많은 환자와 간병인이 상주하는 요양병원에서 이런 지침은 그야말로 탁상행정일 뿐이다.

요양병원은 환자의 상태가 급속히 나빠질 때 호흡기 치료 등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위급한 환자에게 사용해야 하는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같은 장치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일찌감치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 관찰해야 하지만, 정부는 요양병원에 있는 확진자가 이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분류하고는 전담병원으로 이송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도 벌써 3~4명의 코로나 확진 환자들이 며칠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환자 대부분이 심각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죽음이 나오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언론 보도만 봐도 전국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11월 24일 대구 서구의 요양병원에서 한 달 새 154명 확진, 30명 사망. 11월 19일 부천의 한 요양병원에서 73명 확진, 6명 사망 등등.

탁상행정

지난해 말에 전체 코로나 사망자 중 무려 35퍼센트가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발생했다. 경기도 감염병관리지원단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9~10월 백신 접종으로 요양병원 환자들의 치명률은 40퍼센트에서 10퍼센트로 낮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확진자 10명당 한 명 꼴로 사망하는 것은 결코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이렇게 사망한 환자들은 병상이 없어 치료를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요양병원에서 확진된 환자들은 병원에서 이미 치료를 받는 상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병상을 확충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축소해 주는 효과를 낸다.

이미 지난해 말 요양시설 코호트 격리에 대한 공분이 커지며 코호트 격리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재택 치료’라는 황당한 정책을 도입하고, 이로 인해 가족 간 집단 감염의 위험을 키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요양병원의 끔찍한 현실이 다소 무디게 느껴지게 됐을 뿐이다.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의 현실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통은 고스란히 환자와 그 가족들, 의료진과 간병인들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환자의 가족들은 제대로 된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접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코호트 격리 중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최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시작했다.

유가족들은 말했다. “어머니께 염도, 수의도 못 해 드렸다. 화장된 뼛가루만 유족에게 전해졌다. 사과 한마디 없는 정부에 한이 맺힌다.” 이 말처럼 코호트 격리로 인한 요양병원 사망의 책임은 명백히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다.

의료진·간병인의 고통

의료진은 감염 위험도 감수하고 열악한 상황에서 환자들을 지키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코호트 격리 조처를 시작할 때는 의료진까지 병동에 가두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의료진의 출퇴근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여러 의료진도 감염이 된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되던 병원에서, 소수 의료진에게 코로나19 환자를 돌봐야 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간병인들이 겪는 고통도 심각하다. 간병인의 대부분은 50~60대 중국 동포들이다. 이들은 병실에서 24시간, 일년 내내 거주하며 환자들을 돌본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몇 해 전에 듣기로 이 노동자들의 일당은 8만 원가량으로, 시급으로 따지면 3300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얼마 전 한 병원의 간병인들은 청와대 국민 청원을 올려 심각한 상황을 고발했다.

“11월 15일까지 같은 요양병원에서 일하던 간병인 28명 중 16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요양병원 측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던 간병인을 격리조치도 하지 않고, ‘확진자가 나와도 자리 옮기지 말고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일하라’고 명령하기까지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간병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일 코로나 감염의 공포 속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해야 했고, 지금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내가 일하는 병원의 2층 병동에서는 확진되지 않은 환자들을 모두 전원(다른 병원으로 옮김)시켰는데, 이 환자들을 돌보던 간병인들은 하루아침에 수년간 일해 온 병원을 떠나야 했다.

코호트 격리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노인 환자들을 집단 감염과 죽음으로 내몰 뿐이다. 그 과정에서 의료진과 간병인들은 너무나 힘든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요양병원 코호트 격리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병상을 신속하게 확충하고 확진 환자들을 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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