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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총리 퇴진 위기의 배경에 있는 더 심대한 위기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조만간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수도 있다. 팬데믹 대응에서 재앙적 실패를 낳은 것도 모자라, 방역 수칙을 어기고 술 파티를 벌였다가 들통난 ‘파티 게이트’가 한 계기였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의 위기는 단지 이 스캔들 때문이 아니다.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 알렉스 캘리니코스가 그 근저에 놓인 영국 자본주의의 더 심대한 위기를 살펴본다.

영국 정부가 팬데믹 대응을 하도 그르쳐서 이제 더 그르칠 것도 없으리라는 생각은 오산으로 드러났다.

1월 첫 주에만 코로나19 사망자가 1023명에 이른 가운데,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사람들의 생사가 달린 결정을 오로지 자신의 정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내리고 있다.

오미크론이 학교에서 파죽지세로 퍼지고 있는데 존슨은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다. 이는 보수당 내각과 평의원들 사이에 있는 코로나19 회의론자들을 달래려는 것이다.

이 섬뜩한 광경에서 시선을 돌려 보리스 존슨이 이토록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빠진 계기들을 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나 이 위기의 근저에는 더 심대한 위기가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영국 자본주의는 전략적 난제에 부딪혔다. 존슨은 매우 모순적인 경제 정책을 내걸고 브렉시트를 완수했다. 한편으로 존슨은, 영국이 유럽연합과 결별해서 “글로벌 영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했다. 규제를 대폭 완화한 자유 시장 낙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존슨은 “붉은 벽” 지역에 “격차 해소”를 약속했다. “붉은 벽”이란 잉글랜드 북부와 내륙에 있는 옛 노동당 아성 지역구들로, 2019년 총선 때 표심이 보수당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존슨의 약속은 여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아마 십중팔구 실현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외무장관인 리즈 트러스는 앞서 국제통상장관으로서 유럽연합 바깥 나라들과 무역 협상을 맺은 바 있다.

그러나 그 경제적 효과는,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연합(영국에 가장 중요한 시장)과의 무역 차질에 비하면 매우 미미할 것이다.

한편,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런던·사우스이스트[가장 부유한 지역]와 다른 지역, 특히 북부와의 경제적 격차를 메워야 한다.

그런데 이 격차는 다름 아니라 대처주의*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사이에 제조업이 대대적으로 폐업하면서 북부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한편, 1986년의 “빅뱅”[금융 개혁]을 계기로 런던 시티가 국제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그 결과, 북부는 공공부문에 크게 의존하게 됐다. 신노동당은 정부 지출 수준을 기꺼이 유지했다. 표를 잃지 않으려는 것도 분명 한 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집권한 보수당-자유당 연립 정부는 긴축 정책을 폈다. 2007~2008년 금융 위기에서 은행들을 구제하느라 들인 비용을 치러야 한다면서 말이다.

옛 산업 지역들은 이 긴축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상황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이 지역에서 유럽연합 탈퇴 표가 많이 나온 것을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약속

존슨은 총리가 되면서 긴축을 끝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글로벌 영국”의 논리는 규제를 더 완화하고 민영화를 확대하는 것이다. 어떤 점에서 존슨은 팬데믹 덕분에 이 딜레마를 요리조리 피할 수 있었다.

정부 지출을 크게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 재원은 영국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서 정부에게 빌려 주는 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재무장관 리시 수낙이 이끄는 내각 내 대처주의 세력은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물가 상승률이 5.4퍼센트로 올라 1992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자, 이들은 인플레이션을 추가적인 정부 지출 탓으로 돌렸다.

수낙은 국가 부채 증대를 억제하기 위해 세금을 1940년대 후반 이래 GDP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브렉시트는 보수당 내 대처주의 세력에게 커다란 승리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유럽연합과 결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존슨이 [브렉시트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친유럽연합파를 당에서 많이 몰아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승리를 보리스 존슨이라는 정치인 덕분에 이뤘다는 것이다. 존슨은 극우에도 기꺼이 손을 내밀려 하고, 주류에 반기를 들고, 신자유주의와 거리를 두는 자다.

많은 보수당 의원들은 존슨이 세금과 정부 지출을 기꺼이 늘리려 하는 것에 매우 못마땅해한다.

총리실 술 파티 스캔들을 보고 그들은 보리스 존슨이 제구실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품을 것이 틀림없다.

브렉시트 옹호자이자 유럽의회 전직 의원인 다니엘 해넌이 〈텔레그래프〉에 쓴 글이 이를 넌지시 보여 준다. 아마도 존슨을 옹호하는 취지에서 쓴 듯한 그 글에서 해넌은 이렇게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 수준 저하가 나머지 의원들이 보기에 영국 정치의 핵심적 현실이다.” “[보수당이 난국을 극복하려면 — 캘리니코스] 유의미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 많은 보수당 의원들은 현재의 당 지도 체제에서 과연 이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서로에게 묻고 있다.”

많은 보수당 인사들이 또 다른 대처주의 처방전으로 경제를 되살리고 “붉은 벽”의 의석을 유지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기만하고 있다면, 단지 존슨이 총리실에서 쫓겨나는 것으로는 결코 그들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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