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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임금협상 잠정합의:
일부 성과 있지만 임금, 차등 성과금 등 부족

3월 16일 현대중공업지부 집행부와 사측이 지난해 임금 협상에 대한 잠정합의를 했다. 3일 뒤에는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레트릭에서도 잠정합의를 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몇 개 회사로 쪼개진 후에도 단일 노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임금 교섭은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노조가 3월 17일부터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합의가 됐다.

이번 잠정합의의 핵심 내용은 기본급을 5만 원 인상하는 것이다(매년 자동으로 인상되는 호봉 승급분을 포함하면 7만 3000원). 최근 9년 사이에 가장 높은 인상액이다.

사측은 기층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열망과 투쟁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일부 양보한 듯하다. 지난해 사측은 선박 수주를 목표량의 151퍼센트나 달성했다. 요즘 사측은 일은 많은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소연을 할 정도다.

게다가 지난해 노동자들은 임금 동결 합의안을 두 번이나 거부하고 파업을 할 정도로 임금에 대한 불만이 컸다. 올해 사측이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두려워했을 법하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2014년 이후 사측은 조선업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했다. 3만 명 이상이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떠났고 실질임금이 삭감됐다. 최근에는 고유가로 임금 빼고 모든 게 오르고 있다. 그간 노동자들이 당한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 인상에 만족할 수 없다.

사측은 지난해 약 83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임금을 인상했다며 생색을 내고 있다. 그러나 이 적자에는 사측이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하게 된 체불임금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사실 사측은 회사가 흑자일 때도 임금을 동결하곤 했다.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게다가 잠정합의안은 계열사마다 일시금(성과금과 격려금)을 차등 지급하도록 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같은 조합원인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 노동자들보다 절반 정도의 일시금을 받게 된다.

2017년 기업 분할 이후 사측은 계열사별로 임금 인상을 차등 적용해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단결을 약화시켜 왔다. 〈노동자 연대〉는 이런 효과를 우려해 분리 교섭을 비판한 바 있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울분을 토했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 노동자가 현대중공업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잠정합의 된 게 배 아픈 것이 아니다. 우리를 이렇게 갈라치기 해 놓은 경영진과 재벌들에게 화가 치미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려면 기본급이 인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하나의 노조라는 조건을 활용해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실적이 다르니 임금도 다르게 받는다는 사측의 경쟁 논리를 거부하고, 당당히 다 같이 임금을 더 많이 올리라고 요구하며 단결 투쟁해야 한다.

한편, 노동자 단결이라는 측면에서도 잠정합의안은 아쉬움이 있다.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우 개선 합의가 없는 것이다. 하청 노동자들도 지난 수년간 구조조정으로 엄청난 희생을 치렀는데 말이다.

더구나 현대건설기계 사측에게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 벌써 2년째 투쟁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서진이엔지)의 해결 방안이 빠져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노조의 조합원들이기도 하다(현대중공업노조는 원하청 노조가 통합한 단일노조다).

조선업은 몇 년 전부터 수주 확대 등 경기 회복에 인력 부족이 심각한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몇 년 전 문을 닫았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재가동됐는데, 사측은 주되게 하청 노동자들로 채워 공장을 운영하려 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문재인이 직접 재가동 협약식에 참여했다.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도 동석했다. 노조가 비정규직 공장 운영에 항의하러 갔다고 해도, 협약식에 함께해 사진을 찍은 것은 노조가 협조한다는 인상을 줄 위험이 크므로 적절치 않았다.

기회를 살려야

이번 잠정합의안은 2019년 법인분할 반대 투쟁으로 징계를 받은 중징계자들의 징계 기록을 삭제하기로 했다. 이것은 분명 성과다. 이 투쟁으로 해고됐던 이창헌 동지가 다시 현장에 복귀하게 된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물론, 즉각 복귀가 아니라 내년 1월에, 그것도 “재발방지 약속 등”을 전제로 한 “재입사”를 하기로 한 것은 아쉽다.

그 밖에도 몇 가지 경계해서 봐야 할 점은 있다.

사무직 노동자들에게 “선택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는 윤석열이 내놓은 대표 공약이기도 한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이다. 일감이 몰릴 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할 수 있게 한다. 사측은 사무직을 시작으로 점차 생산직으로 시행을 확대하려 할 수 있다.

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잠정합의에는 “산업 전환(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이 포함됐다. “필요에 따라 산업·업종별 노·사·정 협의체 구성에 적극 나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기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노동자들의 희생이 없으려면, 협상보다는 투쟁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사측은 노동자들의 파업 예고만으로도 양보했다. 기존 제시안보다 기본급을 5,000원 더 올렸고 일시금을 좀 더 올렸다. 해고자 재입사와 중징계자들의 징계 삭제도 수용했다.

얼마 전에는 족장(비계) 설치 하청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서 임금을 어느 정도 인상하기도 했다.

지금은 조선업의 경기 회복으로 사측의 여력이 상대적으로 좀 더 있고, 인력 부족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잠재력도 큰 상황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가 빼앗긴 것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다. 투쟁을 해야만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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