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토요일 오전 7시경 현대중공업의 한 하청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이 소식을 듣고는 주말 아침부터 몽롱한 정신이 순간 확 깼다. 병원에 이송됐다는 소식을 듣고 제발 심하게 다친 것이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곧 사망 소식이 들렸다. 지난 산재 사망 이후 68일 만에 또다시 함께 일하는 동료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재해자는 조기 출근해서 작업하다 근처 툴박스(공구함)에서 일어난 폭발로 변을 당했다. 정확한 폭발 원인은 규명 중인데, 가스 절단기로 용접 부위를 다듬는 작업을 하다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재해자는 이 폭발로 튕겨져 나온 툴박스 철재 문에 안면부와 흉부를 맞아 순식간에 11미터나 튕겨져 나갔다. 충격이 너무 커서, 사고 지점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사무실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렸고 충격파로 창문이 흔들렸다고 한다.
사고 현장에는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인화성 물질에 대한 안전 조처가 미비했고, 화재 감시자와 관리 감독자도 없었다. 현장의 밝기 수준도 기준 미달이었다. 사측은 각종 위험 설비 점검과 위험성 평가를 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해당 업체의 관리자는 책임을 회피하려고 일일작업지시서를 허위로 작성하다 노동조합에 발각됐다.
최근 사측은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연일 아우성이다. 지난해 수주 목표량을 53퍼센트나 초과 달성했을 정도로 일감이 늘었기 때문이다. 사측은 늘어난 일감을 빨리 처리해 이윤을 늘리려고 혈안이다.
그런데 올해 1월 중대재해 사망으로 인해 관련 부서인 가공소조립부가 약 5주 정도 작업이 중지돼 전체 공정이 지연됐다. 사측은 주52시간제도 발목을 잡는다고 불평한다.
더욱이 이번에 사고가 난 부서인 판넬조립부는 앞서 작업이 중지됐던 가공소조립부의 뒷 공정이다. 사측은 부족한 인력으로 지연된 공정을 만회하려고 서둘렀던 것이다.
이 속에서 사측은 안전 조처를 뒷전으로 여기며, 하청 노동자를 주말에 조기 출근시켰다. 조기 출근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결국, 사측의 이윤 추구가 노동자를 위험에 몰아넣었다. 그런데도 사측은 노동자들을 더욱 쥐어짜고 있다.
노조 대의원으로서 현장 안전 점검에 나선 필자에게 하청 노동자들은 일할 때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사측이 작업 착수 시간을 철저히 지키라고 요구하고, 노동자들이 잠시도 쉬는 꼴을 못 본다고 한다. 또, 얼마 전부터 사측은 정규직 노동자들을 경쟁시키는 제도를 강화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안전에 신경 쓰기는 매우 어렵다.
사측이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중”에 일어났다고 한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윤석열은 안 그래도 누더기로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개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측이 안전에 더욱 소홀하게 만들 수 있다.
이번 폭발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더불어 노동자들이 사측의 이윤 몰이에 도전해야 위험한 작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이직을 생각하는 현대중공업의 한 젊은 노동자가 필자에게 한 말이 있다. “이 회사는 사람이 죽잖아요.” 너무 슬픈 말이다. 더는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 투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