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더기 중대재해법 시행:
계속되는 정부의 살인 기업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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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광주 아파트 붕괴: 이윤 경쟁이 만든 참사”를 읽으시오.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윤석열은 광주 아파트 참사가 벌어진 지 3일 후인 1월 14일 기업인들을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투자 의욕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놔서 실제 이 법으로 처벌받을 기업주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건설 산업에서 원청이라 할 수 있는 발주처와 임대인을 처벌할 수 없다. 그들이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 압박을 넣는데 말이다. 또, 시행령은 안전 점검의 외부 위탁을 허용해 경영자가 손쉽게 책임을 면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광주 아파트 참사 하루 뒤인 1월 12일, 이재명은 ‘10대 그룹 CEO들과 토크’ 행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도 실제 적용은 거의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주 책임] 입증이 쉽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하며 사용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다.(이후 반발이 일자 이재명은 오해라며 이를 무마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후 법이 시행되기까지 1년 동안 경총과 기업들은 이 법을 더 후퇴시키려 했다.
정부는 여기에 호응해 이미 누더기가 된 법을 시행령으로 또 한 차례 후퇴시켰다. 중대산업재해에 포함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와 중대시민재해의 범위를 극히 협소하게 규정하고, 경영자 책임과 의무도 극히 협소하게 규정하거나 그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줬다.
기업들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 중요하다는 논리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대하며 마치 예방이라도 잘할 것처럼 말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산재는 줄지 않았다. 지난해 1~9월 산재 사망자 수(사고+질병)는 전년 대비 4퍼센트나 증가한 1635명을 기록했다. 1년 동안 기업들은 산재 예방에 힘을 쏟기보다는 안전 담당 ‘바지사장’을 내세워 기업주 처벌을 피하려는 꼼수만 부렸다.
정부는 노동계를 의식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키면서도 이것이 기업들의 원활한 이윤 추구 행위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고 법을 빈 껍데기로 만든 것이다.
정부는 근본적으로 노동자·서민의 안전과 목숨보다 기업들의 이윤 추구를 돕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살인 기업에 대한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도 계속돼 왔다. 처벌을 해도 원청이 처벌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학동 참사 때도 현대산업개발 현장 소장 1명을 제외하고는 하청업체 관리자들만 기소됐을 뿐이다.
학동 건물 붕괴 참사 유가족들이 이미 현대산업개발의 모든 공사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한 바 있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도 현대산업개발에 대대적인 제재가 가해질 것처럼 말이 돌지만, 서울시와 국토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을 끌고 있다. 국토부는 영업 정지는 논의된 바 없다며 현산의 등록 소재지인 서울시 관할이라고 책임을 떠넘겼고, 서울시는 국토부에서 요청이 오면 신속히 행정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은 마땅히 더 강력하게 개정돼야 한다. 건설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건설안전특별법도 제정돼야 한다.
더 중요하게는 이를 강제할 투쟁이 강력해져야 한다. 세계 노동운동의 경험을 보면, 노동계급의 투쟁이 강력할 때 더 실효성 있는 법도 제정될 수 있었고, 작업장 안전을 증진하고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