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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부사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1년:
군대 내 성차별과 억압을 비극적으로 보여 주다

다음 달이면 공군 부사관 고 이예람 중사(24)가 안타깝게 사망한 지 1년이 된다. 지난해 사건이 알려지고 공분이 일자, 대통령이 나서서 ‘엄중 수사’를 주문하고 공군참모총장이 사퇴했다. 하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고 있다.

유가족은 1년이 다 되도록 딸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일 여야는 겨우 합의한 특검을 불발시켰다. 민주당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고,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다. 15일에 본회의에서 다시 특검법을 처리한다고 한다.

이전 경험들을 보면 특검 자체가 온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핵심일 것이다.

1년 가까이 치르지 못하는 장례 ⓒ출처 〈SBS〉

어떤 일이 있었나

이 중사의 사망은 군대 내 여성의 열악한 지위와 군 사법체계의 문제점을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선임의 지시로 야간 근무까지 빼서 회식 자리에 불려 나갔다. 회식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선임에게 심각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 곧바로 신고했지만 상관들은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협박하며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이후 군사경찰‍·‍검사는 조사도 없이 가해자 불구속 수사를 결정했고, 수사는 지지부진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80일 후 피해자가 목숨을 끊고 나서야 가해자가 구속됐고 관련자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성추행 가해자는 1심에서 9년 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부실 수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은 요원하다.

국가인권위는 3월 31일에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서 군검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수사 내용을 보낸 일, 피해자의 국선변호인(군법무관)이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동기들에게 공유한 일,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압수수색 전날 군사법원 직원과 통화한 일을 조사하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부실이 있었다고 여겨질 법하다. 유가족이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이다.

민주당의 늑장, 국힘의 위선

민주당은 특검법을 올해 3월에야 발의했다. 유가족과 야당들이 특검을 요구한 지 8개월 만이다. 이조차도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동참을 촉구하고 나서야 이뤄졌다.

지난 4일 특검법 처리가 불발됐을 때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탓했지만, 진정성이 있었다면 단독 강행 처리를 할 수도 있었다. 사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상설특검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특검조차도 굼뜨고 지지부진한 것은 민주당이 진실 규명에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 보여 준다.

〈그것이 알고 싶다〉팀은 이 사건을 자세히 취재하면서, 이번 부실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공군본부 전 모 법무실장(불기소 처분)이 현 여권과 연결돼 있음을 폭로했다. 누나가 공수처장의 유력한 후보였고, 매형이 현직 대법관이며, 형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촛불 계엄령 문건’을 수사할 때에도 당시 군 특별수사단장으로서 수사를 축소, 은폐했다는 의혹을 산 인물이다.

이런 점이 부실 수사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영향을 줬음은 물론, 민주당의 늑장‍·‍무성의 대응과도 연관이 있다는 의심이 들 법하다.

국민의힘은 피해자를 대변하는 정의의 사도인 양 나서지만, 이번 사건을 민주당을 공격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입지를 만들기 위해 이용할 뿐이다.

끊이지 않는 군대 내 성범죄

이 사건이 널리 알려지고 공분이 크게 일자 몇 가지 개혁 조처들이 도입됐다.

군 성범죄 사건의 수사‍·‍기소‍·‍재판을 민간 검찰과 법원으로 넘긴 것이 가장 주요하다(올해 7월부터 시행). 군 사법체계가 공정성을 크게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지휘관이 경찰‍·‍검찰은 물론, 군사법원의 재판관에게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평시에 군사법원을 아예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한 까닭이다.

이 외에도 국방부는 ‘군인권개선추진단’을 신설하고, 군대 내 성폭력 실태조사를 연 1회 정기화하고, 성고충전문상담관을 확충하는 등의 개혁을 약속했다.

이런 개혁 조처들은 필요한 것들이고 더 확대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성범죄자 무관용 원칙, 성인지 교육 확대 등 여러 대책이 나와도 군대 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아 왔다. 여군뿐 아니라, 상당수 남군들도(주로 병사) 성범죄의 피해자가 돼 왔다.

이는 군대 자체의 성격 때문이다. 군대는 지배계급이 지배와 이익을 위해서 국내외에서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기구이다. 이것이 작동하려면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와 강압이 필요하다.

그래서 군대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합의한 동성애 관계를 처벌한다든지 군 사법체계가 이토록 엉망인 것도 ‘군대의 특수성’으로 정당화되곤 한다. 그래서 웬만한 압력이 있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 사회에 만연한 차별은 군대 내에서 더 도전받기 어렵고 고질적이 된다.

이 중사의 안타까운 사망은 군대의 비민주적, 억압적 본질을 다시 한번 보여 줬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에 대한 진상을 낱낱히 밝히고 책임자들을 그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