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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톰 오링컨, 책갈피, 144쪽, 8000원):
국가자본주의 이론을 간결하게 정리하다

옛 소련, 중국, 북한 등 스탈린(주의) 체제가 자본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르(거나 그래도 더 나은 데가 있)다고 생각하는 좌파들이 많다. 반면 그 반대로 스탈린 체제가 더 열등한 사회라고 보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러나 스탈린 체제를 국가자본주의로 보는 이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적다. 국가자본주의론은 옛 소련과 중국, 북한이 모종의 사회주의 국가나 노동자 국가라는 주장에 반대하고 자본주의의 변형태일 뿐이라고 보는 이론이다.

국가자본주의론 문제는 결국 우리가 무엇을 위해 투쟁하느냐는 물음, 다시 말해 사회주의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룰 것이냐 하는 물음과 직결돼 있다. 이 점에서 국가자본주의론은 오늘날 세계를 분석하고 혁명적인 정치 대안을 세우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이론이다.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 톰 오링컨, 책갈피, 144쪽, 8000원

국가자본주의론은 유대계 팔레스타인 마르크스주의자 토니 클리프(본명은 이가엘 글룩슈타인)가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의 이전 작업들을 계승해 정초한 이론이다. 진정한 사회주의를 쟁취하고자 분투하는 활동가들은 클리프의 고전적 노작인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 사회였는가 —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책갈피)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 이론과 그 개념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라면 클리프의 책을 읽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정한 배경 지식, 원칙과 개념이 다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톰 오링컨의 《마르크스주의와 국가자본주의론》 출간이 반갑다.

“나는 국가자본주의를 다룬 길고, 어렵고, 어떤 면에서는 낡기까지 한 토니 클리프의 책과 개설서로 쓰인 소책자들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오랫동안 느껴 왔다. 국가자본주의 이론 전반을 간결하게 정리해 주면서도 심화 학습을 원하는 독자에게 적합한 글이 필요했다.”

저자가 밝힌 이 책의 목적이다. 새 세대 청년들과 국가자본주의론을 토론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얇다. 그러면서도 국가자본주의론의 역사적·경제적·정치적 측면을 두루 다룬다.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분석,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제국주의 분석, 러시아 혁명과 반혁명,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트로츠키주의 운동의 커다란 위기와 논쟁, 클리프의 트로츠키주의 재정립, 클리프의 국가자본주의론 중 일부 쟁점들(옛 소련에 임금노동이 존재했는지 여부)을 둘러싼 국제사회주의경향 내부의 논쟁 등 만만찮은 기간 동안 벌어진 논점들을 얇은 책에서 요령 있게 소개한다.

논쟁

주제의 특수한 성격 때문에 국가자본주의론을 둘러싼 논쟁은 대부분의 시기에 주로 소수 좌파 활동가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그러나 진지한 혁명가는 이런 사상적 대결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 논쟁과 실천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노동자연대 단체가 지지하는 국제사회주의경향은 국가자본주의론에 따라 1989∼1991년 동구권의 몰락을 사회주의의 실패나 서방 자본주의의 승리로 보지 않고 관료적(전면적) 국가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로 봤다. 따라서 이후의 시장자본주의로의 변화는 옆걸음이었지, 반혁명이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국가자본주의론은 옛 동구권에 결여됐던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는 서방 자본주의를 덜 사악한 체제로 보는 견해도 거부했다.

이처럼 국가자본주의론은 서방 진영과 동구권 진영 모두에 반대함으로써 스탈린주의도 사회민주주의도 거부하는,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라는 혁명적 전통을 보존·계승할 수 있었다.

또한 국가자본주의론으로 보면, 서방 진영과 동구권 진영의 갈등을 제국주의 갈등으로 볼 수 있었다. 이 관점은 ‘워싱턴(미국)도 모스크바(소련)도 아닌 국제 사회주의’라는 슬로건으로 요약됐다.

3월 6일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반전 집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서방도 러시아도 편들지 않은 입장의 배경에도 국가자본주의론이 있다 ⓒ이미진

이 관점의 중요성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최근 사례는 지금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제국주의 간 충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좌파는 입장이 갈렸다. 일부 좌파는 러시아의 침공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서방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또 다른 일부 좌파는 러시아를 미국 제국주의를 견제하는 균형추로 본다.

그러나 노동자연대는 국가자본주의론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를 볼모로 삼아 러시아와 미국-나토가 벌이는 충돌의 일부로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해결책으로 러시아군 철수, 나토 확전 시도 반대, 한국 정부 개입 반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국가자본주의론의 현실성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건이 2019년 홍콩 항쟁과 2021년 쿠바 반정부 시위였다. 중국과 쿠바를 모종의 사회주의(또는 적어도 서방 자본주의에 비해 진보적인) 사회로 여긴 좌파는 이 투쟁들을 친서방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노동자연대 단체는 이 투쟁들을 지지했다.

이렇듯 국가자본주의론은 계급의 바리케이드 이편이냐 저편이냐 하는 갈림길에서 노동계급 등 피억압 계급의 편에 설 수 있도록 해 준다. 왜냐하면 국가자본주의론은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을 사회주의의 진정한 의미로 복권시킨 이론이기 때문이다.

국가자본주의론이 옛 소련 사회뿐 아니라 서방 자본주의에도 적용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서구 경제의 최소 3분의 1이 국가 부문이다. 많은 좌파가 국가 부문을 마치 자본주의의 외부에 존재하는 영역처럼 본다. 일부 좌파는 국유화를 사회주의와 동일시하며 좌파적 개혁주의 정치로 이끌린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가 체제의 핵심적 일부라고 보며, 따라서 국유화와 사회주의는 같은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끝으로, 이 책은 1984년까지 다루며 끝난다. 그 뒤에(1989/1991년) 동유럽과 소련이 붕괴했고, 저자가 당시까지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중국은 세계 시장에 통합되는 방식으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이후를 보완할 글로 1980년대부터 2020년까지 옛 소련(과 러시아연방)에서 전개된 상황을 다룬 마이크 헤인스의 《다시 보는 러시아 현대사 — 혁명부터 스탈린 체제를 거쳐 푸틴까지》(책갈피)를 추천한다. 1980년대 시장 개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중국에 대해서는 이정구의 ‘중국과 제국주의’(《마르크스21》 39호)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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