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든 국힘의 반대든 지지할 게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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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가 일단락됐다. 물론 갈등과 여진은 이어질 것이다.
4월 30일 검찰청법 개정안에 이어 5월 3일 형사소송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통과된 법안들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아니다. 애초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명분으로 검찰청법 검사의 직무 조항에서 아예 “수사”라는 말을 빼 버리는 안을 냈었다.
그러나 반발이 거세자 국회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과 국회의장 박병석의 중재 과정과 본회의에 상정되는 과정에서 점차 검찰 수사권 축소 수준으로 완화시켰다.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좁혀, 선거법 위반이나 공직자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검사의 보완수사 범위도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제한했다. 경찰의 1차 수사 종결에 대한 이의 신청 자격에서 고발인을 제외했다.
이렇게 되면, 경찰의 수사 개시와 1차 수사 종결의 권한이 커진다. 경찰 권한이 대폭 강화되는 것이다.
사실 애초에 검수완박은 불가능한 목표였다. 그 기능상 수사기관인 검사가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하는 것(수사와 기소의 분리)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소는 검사가 피의자를 심판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법적 행위다. 기소할 때는 당연히 해당 피의자를 혐의 있다고 판단한 최소한의 증거와 의견(공소장)을 제출해야 한다. 이것이 수사 없이 가능할까? 그래서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보완 수사 요구나 영장청구권 등만으로도 수사에 영향(수사 지휘 효과)을 미치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수정 전 검수완박 법안이 모순투성이에 부작용만 양산할 거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에게서 떼어 낸 수사권 일부를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또 다른 일부는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넘기겠다고 한다. 이 경우, 검찰의 권한이 조금 줄어든다 해도, 검찰 못지않게 부패하고 억압적인 경찰이 강화되거나, 검찰·경찰 같은 억압 기관이 새로 만들어질 뿐이다.
대국민 사기극
후퇴한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경찰이 불송치하기로 한 사건(1차 종결권 행사)에 대한 이의신청 자격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이 불쑥 포함됐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발은 범죄 피해자가 하는 고소와 달리 제3자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 종결에 고발인이 이의신청을 낼 수 없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노인, 장애인 등이 피해자인 경우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엔번방 사건처럼 피해자를 처음부터 특정하기 어려워서 제3자인 지원 단체들이 고발을 대행 지원하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민주당의 이번 법안은 정의를 훼손하는 개악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고발 대행 사례가 있을 수 있다. 바로 권력자들에 대한 내부 고발의 경우다. 가령 대법원의 재판 거래, 기무사의 촛불 무력 진압 논의 같은 것은 내부 고발자가 직접 나서기 어렵고,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기도 어렵다.
이번에 검찰 직접 수사를 개시하고 진행할 수 있는 대상에서 공직자 범죄가 제외되고, 검사의 추가 보완 수사 범위를 “동일성” 기준으로 제한한 점, 고발인을 이의신청에서 배제한 점 등을 합쳐 보면, 민주당 법안이 문재인 정부 실력자들에 대한 수사에 장벽을 치는 것임이 좀 더 드러난다.
앞으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에서 문재인의 지시와 직권남용죄 여부까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신·구 정권 세력이 이 문제를 놓고 벌이는 혈투의 본질은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사용하고 싶은 쪽과 그것을 방어하려는 쪽의 권력 다툼이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소수파인 여당인 데다, 경제·지정학적 위기 같은 대외 환경 악화, 처음부터 높지 않은 지지율 등 윤석열 정부를 둘러싼 정치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 검찰 사냥개가 더더욱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는 내세운 명분과 실제 목적이 다른 대국민 사기극이다.
개혁 배신 책임을 전가하고 개혁 염원 대중을 분열시키는 ‘검찰개혁’론
민주당의 검찰 ‘개혁’ 프레임은 정치적 술책일 뿐이다. 이 프레임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가 개혁 염원 배신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과 연계된 검찰의 조직적 방해 때문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검찰에 대한 대중의 당연한 반감을 이용해, 개혁 배신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선 직후 민주당에 입당한 “개딸,” “양아들” 같은 개혁 염원 청년들 다수가 검수완박 입법을 지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검수완박의 기만성을 간파하고 염증을 내는 개혁 염원층도 많다.
문재인과 민주당의 술책 탓에 개혁 성취를 위한 열정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고, 변화 염원 대중이 이 문제로 분열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할 여러 개악에 맞서 폭넓게 단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의당(그리고 진보당)이 민주당의 포퓰리스트 데마고기에 협조한 것은 기회주의의 발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의당은 애초 검수완박에 반대했다가 박병석 중재안에 자신들 입장이 반영됐다 해서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나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중재안과도 달랐다. 그런데도 정의당 의원단은 4월 30일 검찰청법에 전원 찬성했다. 비판 여론이 컸던 형사소송법 고발인 이의신청 배제 조항에 대해서는 우려와 지지 입장이 공존한다는 애매한 해명을 내놓고 5월 3일 표결에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