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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투쟁 증가, 파업 예고:
화물 노동자들이 고유가 고통과 투쟁을 말한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화물 노동자들의 고통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화물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 봤다.

뛰는 기름값에 월 100만~200만 원 소득 감소

화물 노동자들은 수억 원을 들여 트럭을 구입하고, 기름값을 대야 한다. 유가가 치솟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 된다.

최근 유가가 리터당 2000원대를 넘겼다.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하고 있어 노동자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만은 곳곳에서 나온다. 11톤 차량을 운전하는 한 노동자는 “45만 원짜리 상차를 했는데 경유값이 54만 원 나왔다”고 하고, 카고차(지붕이 없는 일반 화물 트럭)를 운전하는 노동자는 “하루 일해도 5만 원 벌까 말까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권영한 화물연대 한국타이어지회장은 “적게는 월 10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 이상씩 소득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일을 안 할 수는 없어요. 이자 내고 대출금 갚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운전대에 앉습니다.”

5월 7일 컨테이너/BCT 화물 노동자 투쟁 결의대회 ⓒ정선영

김성진 화물연대 금강지회장은 안전운임제(화물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가 적용되는 컨테이너 차를 몬다. 자신들은 안전운임제 미적용 부문에 비해 낫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인천, 평택을 오가는 장거리 차량은 한 달에 200만 원 이상 수입이 줄었어요. 올해 3월에 안전운임제 요금이 정해졌는데, 유가가 3월부터 많이 오르면서 그 인상분이 운임에 반영이 안 된 겁니다.”

노조가 없는 곳들은 안전운임제 시행 대상이어도 그 운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유류세·보조금 지원? 실효성 미미한 “말잔치”

정부는 고유가 대책으로 유류세를 조금 인하했다. 그러나 화물 노동자들은 “생색내기식 말잔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화물차 유가 보조금은 유류세와 연동돼 있다. 그러다 보니 유류세가 인하되면 유가 보조금이 삭감된다. 화물 노동자들은 아무런 혜택을 못 보는 것이다.

정부는 기름값이 기준치인 1850원을 넘어가면 화물 노동자들에게 그 차액의 50퍼센트를 돌려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못 된다고 꼬집었다. “매달 수백만 원씩 손해를 보는 상황인데, (지원금은 고작) 월 2만 9000원에서 10만 원밖에 안 됩니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기준치를 낮춰 보조금을 늘리겠다고 했지만, 재정 지출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평상시의 2~4배로 높게 뛴 요소수 가격도 문제다. 박종곤 화물연대 광주본부장은 말했다. “요소수는 자연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장착합니다. 그러면 화물 노동자에게 (부담을) 미뤄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사용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기층 곳곳에서 벌어지는 투쟁과 성과

“요즘 일상적 현장 투쟁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투쟁을 승인해 달라고 올라오는 요청이 엄청 많습니다. 철강, 석유 화학, 염산 같은 독극물을 나르는 탱크 화물 등 다양한 부문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핵심 요구는 운임 인상이다. “기름값이 워낙 올라 사용자들도 무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투쟁을 통해) 13~20퍼센트씩 실제 운반비를 올리고 있습니다.”

현대차 울산4공장에서 일하는 정동석 씨는(현대차지부 조합원) 지난달 팰리세이드 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겨 생산이 멈출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알아 보니 대구·경북에서 울산까지 부품을 실어 나르는 화물연대 동지들이 파업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틀 만에 부품 재고가 거의 바닥난 상태였습니다.”

현대모비스 1차 협력업체 ‘세원’의 노동자들이 최근 노조를 결성해(화물연대 세원지회) 파업에 나서자 즉각 효과가 난 것이다. 투쟁에 연대했던 김성진 금강지회장은 승리 소식을 전했다. “파업 투쟁이 며칠 만에 승리했습니다. 운송료 인상, 산재보험과 노동조건 개선 등을 얻어냈어요.”

또 다른 자동차 부품사 포레시아에서도 노조가 생겨 작업장 봉쇄 투쟁 등을 했다. “자동차 공장에 물량을 못 대면 생산 라인을 세워야 하니까 (사측의) 손해가 엄청 큽니다. 그래서 짧게 투쟁해도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박종곤 광주본부장은 광주에서도 “(자동차를 운반하는) 카캐리어 노동자들이 운송료 인상과 유가 연동제 시행을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에 따르면, 제주 삼다수·오비와 진로·이마트·CU 등등 곳곳에서 크고 작은 투쟁과 조직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운임제 폐지 말고 확대하라

이런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은 화물연대 전체 차원의 파업 준비에도 커다란 자산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파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분위기예요. 비조합원들도 연락을 해 옵니다.”(김성진 금강지회장)

유가가 폭등할 때마다 화물 노동자들은 수입이 급감하는 문제를 겪는다. 이를 막으려면 운송료에 유가 변동이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운임제는 유가 변동 등을 운송료에 반영해 화물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해 주는 최저임금제와 같은 제도이다.

안전운임제는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부분에만 적용되고 있는데, 3년 일몰제로 시행돼 올해 말에 종료될 예정이다. 화물 노동자들은 이런 “줬다 뺏기”식 공격에 분노하며 일몰제를 폐지하고 전 차종·품목으로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말했다. “윤석열 인수위에도 요구했지만 인수위는 흉내만 내다가 일절 답이 없습니다. 무역협회에서는 안전운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습니다.”

민주당은 일몰제 폐지 등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민주당이)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해 법안을 통과시켰을 겁니다.”(박종곤 광주본부장)

화물연대는 파업 준비에 나섰다. 물류에 타격을 가할 힘이 있는 이 노동자들이 실제 일손을 멈춘다면 정부와 사용자들을 크게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