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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의 금리 인상은 실업률을 높여 실질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극심한 불안정성이 특징인 세계에 살고 있다. 현재 주요 자본주의 경제들의 관리자들은 대개 그 나물에 그 밥인 인물들이지만, 상황에 떠밀려 자신의 정책을 180도 바꿔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 있다. 그 가장 최근 사례는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혼란이다.

지난여름 이래 급등해 온 물가 상승률은 그 자체로 불안정 심화의 징후다. 지난 10년 넘게 경제 대국들의 물가 상승률은 0퍼센트를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제 그 수치는 두 자릿수로 치솟아, 40년 만에 가장 높다.

인플레이션 심화는 세계 경제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겪은 최대 불황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의 반영이다. 이 불황을 초래한 것은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최초로 정점을 찍은 일이었다. 공급망 교란 와중에 상품·서비스 수요가 늘어났고, 노동자들이 이직을 하거나 노동시장에서 이탈했고, 천연가스를 둘러싼 국제 경쟁이 심화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더 끌어올렸다.

물가와 금리 인상으로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생계 위기 ⓒ출처 〈소셜리스트 워커〉

중국은 예외다. 실제로 5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퍼센트 하락했다. 중국 경제는 상하이·베이징 같은 도시에 시행된 봉쇄 조치 때문에 침체했다. 중국 정부는 특히 수출 시장의 호황을 겨냥해 기업들에 투자와 생산을 독려함으로써 성장을 촉진하려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시기에 주요 경제들을 관리했던 각국 중앙은행은 패닉에 빠져 있다. 이들은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래로 금리를 매우 낮게 유지하고 금융 시스템에 돈을 쏟아부었다. 이제 이런 정책은 180도 바뀌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임금-물가 상승의 악순환”을 우려한다. 이윤을 늘리기 위해 물가를 급등시키고 있다는 증거가 허다한데도 그들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해 실질임금을 지키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맹공을 퍼붓는다. 그런데 이는 사실 경제 전체를 공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철거용 망치”

공격의 핵심 수단은 금리 인상이다. 금리 인상은 지난 2월 영국 중앙은행이 시작했으나, 이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선두에 서 있다. 지난주에 연준은 금리를 0.75퍼센트포인트 인상했다. 보통 금리를 변경할 때는 이보다 훨씬 적은 0.25퍼센트포인트 단위로 한다. 연준은 분명한 메시지 전달을 원했던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평일 뉴스레터 ‘언헤지드’의 한 칼럼은 이렇게 설명한다. 연준의 정책으로 “신용 거래 비용이 커져서, 기업 투자와 소비자 지출이 모두 줄어든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고 자산 시장의 유동성도 떨어져, 기업과 가계는 더 가난해지고 소비 성향도 줄어든다. 고용이 줄어들고 해고는 늘어난다. 연준의 정책은 이런 변화를 무차별적으로 일으킨다. 이는 수술용 메스가 아니라 철거용 망치다. 박살을 내 버리는 것이다.”

영국 중앙은행과 스위스 중앙은행도 금리를 인상했고, 유럽중앙은행도 7월에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어쩌면 한 번에 1퍼센트포인트나 인상할 수도 있다.

연준은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려고도 계획 중이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와 기업채를 사들여 금융시장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끔 자금을 투입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연준의 “양적 긴축”은 팬데믹이 오기도 전인 2019~2020년에 그랬듯, 자금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파월은 이런 정책으로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으면서도 물가 상승을 빠르게 끌어내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월이 말하는 “연착륙”이 가능하리라고 믿는 사람은 더는 없는 듯하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휘두르는 “망치”는 실업률을 높일 것이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실질임금의 대폭 삭감을 강요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다.

비슷한 일이 1979년 10월에도 있었다. 당시 신임 연준 의장 폴 볼커는 혹독한 통화 긴축을 감행했다. 이는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이었다. 그로 인한 미국의 경기 침체는 제3세계 부채 위기를 촉발시킨 달러 강세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됐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당시 “볼커 쇼크”와 같은 일이 이번에도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내 생각에 중앙은행은 결국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후퇴할 듯하다. 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자 파업이 저들을 물러서게 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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