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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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낙태약 제공 게시물 차단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읽으시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낙태약 제공 게시물을 차단하는 건 미국 우익이 주도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에 사실상 동조하는 셈이다.
이것은 극우의 부상을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가짜뉴스나 혐오 표현을 더 많이 검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일각의 견해가 공상적이라는 점도 보여 준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에 충격을 받은 서구 자유주의자 중 많은 수가 온라인 플랫폼을 탓하며 규제 강화를 주문해 왔다. 온라인에서 번지는 가짜뉴스와 혐오 표현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기고 극우 성장의 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 강화는 극우를 약화시키지 못했다. 지난해 초 미국에서 극우의 국회의사당 공격 이후 트럼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모두 쫓겨났다. 그러나 국회의사당 공격에 대한 최근 청문회를 공화당이 공식 보이콧한 데서 알 수 있듯 트럼프의 영향력은 건재하다. 극우의 부상은 온라인 플랫폼 덕분이 아니라, 사회의 심대한 위기에 주류 정치 세력이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 것과 연관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을 단속한 것은 이윤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지, 극우에 반대해서가 아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트럼프 임기 내내 그의 게시물을 특별 대우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정치적으로 자유주의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극우 인사는 페이스북의 초기 주요 투자자이고 17년간 이사로서 페이스북에 큰 영향을 끼친 피터 틸이다. 그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에 125만 달러를 기부하고 지지 선언을 했다.
위선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은 일상적 검열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왔다. 저항적 게시물에 극단주의 딱지를 붙이고, 실리콘밸리 백만장자들이 생각하는 ‘정상’ 범주에서 벗어난 게시물이 검열되곤 한다. 맥락을 고려할 능력이 없는 무심한 인공지능이 투입되면서 이런 일은 더 심해졌다.
2011년 한 동성 커플이 키스를 했다고 술집에서 퇴거 요청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이에 항의하는 온라인 캠페인으로 동성 커플 사진을 게시했다. 그런데 누군가 이 사진을 ‘모욕적인 자료’라고 신고했고, 페이스북이 이를 받아들여 게시물을 삭제하는 일이 벌어졌다.
2015년에는 캐나다의 한 젊은 시인이 생리에 관한 금기를 다룬 시와 함께 생리혈이 묻은 옷과 이불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이 게시물도 신고를 받아 하루 만에 삭제됐다.
다행히 이 사례들에서는 항의 후 게시물이 복구됐다. 그러나 웬만큼 주목받지 않는다면 게시물이 복구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오늘날 아랍 세계 활동가들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태도는 2011년 아랍 혁명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과장스럽게 떠벌린 것에 비춰 보면 위선의 극치다.
2019년 가을 이집트에서 2000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직후 트위터는 시위 소식을 전한 계정 수십 개를 미심쩍은 이유로 차단했다. 6개월 뒤 튀니지에서는 인권 운동가와 저널리스트의 페이스북 계정 수십 개가 정지당했다. 페이스북은 기술적 오류라고 둘러댔다.
2011년 혁명 직전 수많은 사람들이 소식을 얻던 이집트 반정부 운동 페이지를 실명으로 운영하지 않는다고 페이스북이 차단해 버린 사건은 유명하다. 유튜브는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의 만행을 고발하는 동영상을 폭력적 영상이라며 대량으로 제거해 버렸다.
오늘날 중요한 소통 도구인 온라인 플랫폼은 이처럼 어떤 민주적 책임도 지지 않는 사기업의 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들에게 게시물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은 노동계급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