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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출입국·외국인청 구금 난민 인터뷰:
“구금자 100명 넘는데 의료인력은 전무합니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구금돼 있는 모로코인 난민 신청자 H 씨가 보호실 내의 실상을 알려 와, 7월 20일 그의 배우자와 함께 찾아가 면회했다. 이날은 H 씨가 구금된 지 꼭 두 달째 되는 날이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을 운영한다. 경기도 화성과 충북 청주의 외국인보호소, 전국의 출입국·외국인청 및 사무소(이하 출입국) 20곳 중 19곳에 있는 보호실이 그곳이다.

화성·청주외국인보호소는 구금 전용 시설로 규모가 크다. 여수출입국 보호실도 구금 인원이 많아 흔히 ‘여수외국인보호소’로 불린다. 인천출입국 보호실이 그 다음으로 구금 인원이 많다. 2021년 4월 기준 구금 인원은 화성보호소 251명, 청주보호소 177명, 여수보호소 140명, 인천출입국 보호실 105명 순이었다.(이주구금제도개선 TF) 다섯째인 제주출입국 보호실의 29명과 큰 차이가 난다.

이곳에 구금된 이주민 중 일부는 장기 구금되기도 한다. 특히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난민이 장기 구금된다. 체불임금이나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시설들의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지난해 화성보호소 당국이 구금된 난민 신청자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실이 폭로돼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전경. 창문이 짙은 색으로 가려진 5, 6층에 100명 넘는 이주민이 구금돼 있다 ⓒ임준형

바깥 공기조차 쐴 수 없어

인천출입국 보호실은 수많은 이주민과 내국인들이 각종 행정 업무를 보려고 방문해 북적거리는 건물의 5층과 6층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겉만 봐서는 이 건물에 100명이 넘는 사람이 구금돼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웠다. 엘리베이터에 5층과 6층은 아예 무엇이 있는지 표시돼 있지도 않았다.

건물 4층 면회실에서 H 씨를 만났다. 수화기를 통해 투명 플라스틱 너머로 대화를 나눠야 했다. H 씨 뒤편 복도 의자에는 보호실 직원이 앉아 문이 없는 면회실 내부를 계속 감시했다. 필자가 화성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을 면회하러 갔을 때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H 씨는 이곳에 120명 정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50명이 넘은 적도 있다는 얘기를 매점 직원에게 들었다고 배우자가 덧붙였다. 한 방에 4~8명이 함께 지낸다고 한다.

한 사람은 자신과 같이 두 달째 구금돼 있고, 7~8개월 구금돼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1년을 구금돼 있다가 화성보호소로 이송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인천출입국 직원은 장기 구금 중인 사람이 몇 명이냐는 필자의 질문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보호실에 창문도 없고 운동장도 없다고 한다. H 씨는 구금된 이후 야외 운동을 한 번도 못 했다고 한다. 운동장이 있어 하루 30분씩 야외 운동 시간이 주어지게 돼 있는 화성·청주·여수보호소보다 열악한 조건이었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없습니다. 보호실 직원들은 출혈 등 명백한 외상이 아니면 외래 진료를 보내 주지 않아요. 저는 구금 전에 당한 부상으로 코뼈 수술이 필요한데 외부 병원 방문 요청이 계속 거절되고 있어요. 병원에 보내 달라고 하면, 돌아오는 답은 ‘기다려’ 뿐입니다.”

H 씨는 소매를 걷어 올려 팔뚝에 세로로 난 여러 흉터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렇게 자해를 하지 않으면 병원에 보내 주지를 않아요.”

배우자는 H 씨가 코뼈 부상으로 호흡이 편치 않은데 바깥 공기를 쐴 수 없고 방 안에 사람도 많아 답답해 한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내부는 매우 비위생적인 상태인 듯 했다. H 씨는 윗옷을 들어 올려 피부에 생긴 두드러기를 보여 주며 내부가 더러워 생긴 것이라고 했다.

“5명에게 비누 하나만 주고 나눠 쓰라고 합니다. 개인 옷은 직접 빨아야 하는데 비누가 부족하니까 샴푸로 빨아요. 대걸레 등 청소 도구를 주지 않아 청소를 할 수가 없어요. 방이 너무 더럽습니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의 면회실 모습. 보호실 직원이 면회하는 구금자 뒤 복도에서 내내 감시했다 ⓒ임준형

한 달 통화료 70만 원

H 씨가 비좁은 보호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침저녁으로 배우자와 전화 통화하는 것 뿐이다. 그런데 인천출입국 측이 휴대폰 사용을 일절 금지하고 있어 내부에 설치돼 있는 공중전화를 이용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고 있었다. 6월에 전화카드 구입 비용만 40만 원이 들었고, 컬렉트콜(수신자 요금 부담 전화) 비용도 30만 원이나 나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도 없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구금자가 많은 화성, 청주, 여수, 인천 중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한 곳은 인천이 유일하다. 다른 세 곳은 새우꺾기 고문 사건 폭로 이후 아주 제한적으로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기도 하는데, 인천은 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보호실 직원들의 언사도 모욕적인 듯 했다. 반말과 욕설은 물론이고 구금자들을 “모로코”, “중국”, “우즈벡” 등으로 원산지 부르듯이 부른다고 한다. 또, 외부 병원에 보내 달라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의사를 붙잡고 인질극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냐”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심지어 배우자가 반입 요청을 한 샴푸를 두고 출입국 직원은 “특혜를 줄 수 없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샴푸가 특혜라던 이 직원은 “샴푸가 없다고 못 사는 건 아니지 않냐”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다.

H 씨는 7월 21일부터 외부 병원에 보내 줄 것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했다고 전해 왔다. “우리를 동물 취급하는 이런 대우는 당장 멈춰야 합니다. 한국인들이 이 현실에 대해서 아셔야 합니다.”

인천출입국 측은 H 씨가 즉각 외부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하고 비인간적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보호소 내 열악한 조건에 항의해 단식에 들어간 H씨가 단식을 중단하고 조만간 출국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한국 정부는 구금 난민들과 이주민들을 끔찍한 조건과 대우 속에 몰아 넣어 강제 출국시키는 비인도적 수법을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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