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폭로했던 이집트 난민이 강제 추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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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외국인보호소(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내 구금 시설)에 구금돼 있던 이집트 난민 S 씨가 이집트로 강제 추방되는 일이 벌어졌다. 본지가 몇 차례 보도한 바 있는 그는 여수보호소 내 열악한 처우를 폭로해 오다 보호소 측의 보복을 당하기도 했었다.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들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을 호소한다. 이 때문에 자해를 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다반사다. 얼마 전 화성보호소 내의 열악한 조건을 편지로 전해 온 구금 이주민들도 독방에 갇혀 자해를 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달 S 씨도 구금 시설 내부의 기물을 파손했다. 지속적인 난민 불인정과 9개월에 걸친 장기 구금, 보호소 측의 폭력 등으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벌인 일이었다.
보호소 측은 이를 빌미로 S 씨를 경찰에 신고했는데, S 씨는 연행된 경찰서에서 강제 추방될지 감옥에 갈지 선택하라고 강요받았다고 한다. 결국 강제 추방 동의서에 서명한 S 씨는 항공편으로 출국당해 지난달 19일 카이로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구금 이주민들이 보호소 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S 씨도 이 말을 보호소 직원들에게 수시로 들었다. 이처럼 한국의 출입국 관리 당국은 난민들을 어떻게든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심지어 난민 당사자가 강제 추방됐을 시 겪을 위험에 대해서 일절 고려가 없다. 난민법조차 난민 인정자 또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강제 추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난민 개인을 압박해서 결국 한국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
여수보호소 내의 다른 난민도 비슷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한국에서 난민 신청 과정을 밟고 있는 한 리비아 난민은 결국 난민 인정을 못 받아 추방될까 봐 두렵다고 전했다. “리비아는 내전 중이에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난민이 아니라뇨? 이해가 안 됩니다.”
이 리비아 난민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난민 인정 절차를 보호소 내에서 밟고 있다. 그는 이미 2년 넘게 심사를 받고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했다. 앞으로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이는 난민 한두 명이 겪는 사례가 아닐 것이다. 지난해 난민 신청자 2300여 명 중 거의 절반이 불인정 결정을 받아 재신청한 경우였다. 또, 난민 심사에 평균 17개월 넘게 걸렸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억압적인 국경 통제로 인한 고통이 전국 곳곳의 외국인보호시설에서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