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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새 총리 트러스는 보수당의 미봉책일 뿐

영국 보수당 새 총리 리즈 트러스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 떠넘기려 맹렬히 공격할 자다 ⓒ출처 영국 정부

드디어 보리스 존슨이 사임했다. 사람들에게는 정말이지 속이 후련한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주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존슨 정부가 영국 자본주의에도 매우 해로웠기 때문이다.

총리 시절 존슨이 거둔 주요 성취는 ‘하드 브렉시트’*를 ─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도움으로 ─ 관철한 것이다. 물론 브렉시트가 아니었어도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때문에 상황은 좋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유럽단일시장 탈퇴는 명백히 영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영국 자본주의의 최대 자산인 런던 금융가(시티)도 타격을 입었다.

정치적인 면에서 존슨은 쇄신파였다. 존슨은 보수당에서 친(親)유럽연합파를 숙정했고, 유럽 대륙 국가들의 인종차별적 우익 포퓰리스트들을 따라 기득권에 반대하는 듯한 언사를 구사했다. 그 덕에 2019년 총선에서 존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럽연합 탈퇴표가 다수였고 노동당의 아성이었던 지역구들, 이른바 “붉은 벽”의 의석을 노동당에게서 빼앗을 수 있었다.

노동당 우파와 친기업 언론들이 노동당의 [좌파] 제러미 코빈 지도부를 무너뜨리려고 대대적으로 벌인 공격도 존슨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존슨은 총리로서 게으르고 태만하고 부패한 행태를 보이며 승리를 허비했다.

여기에 대처주의 이데올로기와 관료적 무사안일주의가 더해져, 팬데믹 첫해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피할 수도 있었을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존슨의 관심사는 러시아·중국을 상대로 제국주의적 갈등을 키우는 것뿐이었다. 존슨이 4월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한 것은 평화 협상을 가로막기 위해서였던 듯하다.

대처

존슨이 선택한 후임자 리즈 트러스는 어떤 사람일까? 존슨과 [보수당 내 유럽연합 반대파의 일부인] 유럽연구회의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책과 어리석음으로 얼룩진 트러스의 선거운동에 일관성이라는 것이 있었다면, 트러스가 내내 마거릿 대처의 모창 가수처럼 굴었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도 이토록 시의성이 없을 수가 없다. 가스비 인상으로 노동계급의 소득이 에너지 기업들에게로 야만적으로 재분배되면서 영국은 극심한 경제적·정치적 폭풍을 앞두고 있다.

이 폭풍은 유럽 곳곳에서 정부를 무너뜨릴 것이다. 감세라는 대처주의의 주문(呪文)이 어찌 이 폭풍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현재 〈파이낸셜 타임스〉는 트러스 정부가 300억 파운드 흑자 재정을 600억 파운드 적자 재정으로 뒤바꿀 것이라고 추산한다. 정부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 데다 트러스가 국민보험 분담금 인상안과 법인세 인상안을 되돌리고, 방위비를 늘리겠다고 공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트러스는 에너지 공급 감소로 타격을 입은 가계·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케이트 앤드루스는 《스펙테이터》에 기고한 글에서, 트러스의 선거운동에 긴밀하게 관여한 경제학자들이 모두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정부 부채 증대를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고 전한다. 그중 한 명인 줄리언 제섭은 이렇게 말했다. “재무부는 너무 이른 시점에 개인세, 법인세 등 세금을 올려 부채 상환에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적자는 그냥 내버려 두는 편이 훨씬 낫다.”

하지만 앤드루스는 이렇게 썼다. “이는 ‘트러스노믹스’의 세 갈래 전략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세 갈래 전략이란 세금을 줄이고, 두 자릿수대 물가상승률을 잡은 다음 친성장 개혁으로 지지부진한 경제에 발동을 거는 것이다.” 이 “개혁”은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선데이 타임스〉지의 말처럼 “노동자들의 권리를 일부 없애서” 민간 기업을 밀어 주는 방식으로 설계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자본주의는 만성적·장기적 위기에 빠져 국가의 지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그래서 존슨 정부하에서 정부 지출과 징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급등에 대응해 금융 시장에 대한 지원을 삭감하고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고 해서 이런 상황이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가 점점 더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는 지금, 자본주의는 앞으로도 국가에 의존해 연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벌어질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트러스 정부하에서 부채에 의존한 지출과 감세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앤드루스는 전망한다. 이는 보수당의 다음 총선 선거운동에 안성맞춤인 상황을 조성할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든,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가 김칫국을 마실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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