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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파시스트 멜로니가 G7 이탈리아의 총리가 됐나?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9월 25일 이탈리아 총선에서 극우 선거연합이 돌풍을 일으키며 승리했죠. 그 결과, “여자 무솔리니”라 불리는 파시스트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가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그의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당은 제1당이 됐고, 극우 선거연합은 무려 44퍼센트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해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유럽연합 3위 대국이자 G7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파시스트 총리가 탄생하게 된 이 상황, 정말 우려스러운데요. 〈노동자 연대〉 신문의 김준효 기자와 함께 이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조르자 멜로니는 어떤 인물이고, 그가 이끈 선거연합은 총선에서 무엇을 내세웠나요?

멜로니를 “여자 무솔리니”라고 하는데, 실제로 멜로니의 정치적 뿌리는 무솔리니에게 닿아 있습니다.

멜로니는 15살에 이탈리아사회운동당의 청년 조직에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이 당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 출신자들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에 만든 당입니다. 멜로니는 그 당의 후신 정당소속으로 2006년에 하원의원이 됐고, 2012년에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을 재건하겠다며 이탈리아형제당을 창당했습니다.

멜로니는 이번 선거에서 성소수자 적대, 낙태권 공격, 이민자 적대를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문제가 이민자들 탓이라며, 이민자들의 “침략”을 저지하고 이탈리아인의 “멸종”을 막는 것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이민자 적대는 멜로니가 이끈 선거연합의 핵심 축이었습니다. 극렬 반이민 정당인 동맹당의 살비니, 부패한 우익 정치인 베를루스코니가 이민자 적대를 중심으로 힘을 합쳤던 것입니다.

파시스트를 경험한 나라에서 어떻게 멜로니와 이탈리아형제당이 빠르게 성장해 집권에 이를 수 있었나요?

멜로니는 경제 위기와 그에 대한 지배자들의 대응, 좌파의 무능이 결합된 상황을 이용했습니다.

지난 10년 넘게 이탈리아의 전임 정부들은 심각한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서민에게 떠넘기려 기를 썼습니다. 그러면서 대중의 불만을 딴 데로 돌리려고 이민자를 악마화하고 배척했어요.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정치 상황이 크게 변했습니다. 긴축을 추진한 정부들은 반감을 사 잇달아 붕괴했습니다. 좌우파 주류 정당들이 모두 속했던 전임 연립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에서 좌파는 치명적인 무능을 드러냈습니다. 이탈리아 중도 좌파 정당들은 10여 년간 긴축 강요에 동참했고, 주요 노조 관료들은 그에 타협하며 투쟁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한때 강력했던 극좌파도 2000년대 중반 중도 좌파 정부에 협력하다 실망을 사며 추락하고 말았죠.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은 그 공백을 파고들어 성장했습니다.

이탈리아형제당은 다른 당들이 모두 참여한 전임 연립정부가 긴축을 추진하다 붕괴하는 동안 야당으로 남아 있었던 덕분에 득을 봤습니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대중에 떠넘기는 권력층에 대한 반감을 타고 급부상한 것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이탈리아형제당은 대중의 생활고를 파고들었습니다. 이탈리아형제당은 ‘무슬림 침략자들이 이탈리아인들의 삶을 약탈한다’고 주장하면서, 생계비 위기와 이민자 적대를 연결시킨 것입니다.

멜로니는 파시스트인데요. 언론에서는 여느 우파 또는 극우와 다름없는 것처럼 다루기도 합니다. 파시즘은 무엇이고, 여느 우파 또는 극우와는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멜로니를 여느 지독한 우익중 하나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파시즘의 특별한 위험성을 간과하는 것입니다.

멜로니는 처음 공직에 출마할 때 의회 존중 서약을 했지만, 의회를 해산시킨 무솔리니에 대한 칭송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무솔리니가 한 일은 모두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었다”고 했죠.

유럽에서 부상하고 있는 새 파시즘은 권력에 이르는 수단으로 선거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의회를 포함한 민주적 제도를 없애는 것이 그들의 변함 없는 목표입니다. 파시즘은 모든 종류의 노동계급 조직을 말살하려 합니다. 그것이 바로 파시즘과 여느 우파의 핵심적 차이입니다.

파시즘은 자영업자 같은 중간계급에 기반을 둔 대중 운동입니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로 고통받지만, 대자본 같은 권력도 없고 노동자들 같은 집단적 힘도 없습니다. 파시즘의 반기득권 레토릭은 흩어져 있던 중간계급 대중을 결속시키고 무장시킵니다. 파시즘은 대중운동이기 때문에 더 효과적으로 노동계급 조직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파시즘이 기성 권력의 권위주의 통치보다 더 위험한 이유입니다.

파시즘 운동의 핵심 수단은 거리의 군대입니다. 1930년대 나치의 돌격대는 잘 알려져 있죠. 멜로니도 청년단 등을 통해 그런 걸 건설하려 애씁니다. 멜로니와 이탈리아형제당은 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거리 행진을 벌이고 이민자 거주 지역을 습격하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멜로니나 프랑스의 마린 르펜같은 자들은 선거를 전술적으로 이용하며 여느 보수 정당인 척합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에 속아 파시즘의 특별한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유럽연합 3위 대국에서 파시스트 총리가 탄생하게 됐는데, 어떤 파장을 낳게 될까요?

멜로니의 승리는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최초로 파시스트가 정부 수반이 되는 일대 사건입니다. 올해만도 프랑스와 스웨덴에서 파시스트들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세를 과시했는데, 이제 집권까지 한 겁니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세계 지배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했기 때문에 주류 정치에 대한 반감이 커졌습니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낳았는데요. 나라별로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왼쪽에서는 저항과 좌파 개혁주의가 부상했고, 오른쪽에서는 극우와 파시즘이 부상했습니다. 세계 곳곳의 파시즘 운동은 멜로니의 승리에서 전망을 발견하고 크게 고무될 겁니다.

하지만 긴장 역시 있습니다. 멜로니는 유럽연합에게서 지원금 2000억 유로를 받아내려 하는데요. 그러려면 긴축 정책을 55개나 펴야 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정책들이 자아낸 반감 때문에 전임 정부들이 붕괴했죠.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두고 우파 연합 내 견해 차이가 불거지고 있는 것도 멜로니 앞에 놓인 난관입니다. 무엇보다, 멜로니에게는 지금의 세계적 경제 위기를 해결할 도리가 없습니다.

또, 거대한 저항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파시스트가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이탈리아 노동자 운동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은 팬데믹 와중에도 파업을 벌이고 승리했습니다.

파시즘의 부상에 어떻게 맞서야 할까요?

먼저, 야당이 된 주류 정당들에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그들은 긴축 정책을 펴고, 그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돌리려고 이민자 적대를 부추겼습니다. 그것이 바로 멜로니가 집권을 향해 가는 길을 닦아 줬습니다.

파시즘에 맞설 진정한 힘은 대중 투쟁에 있습니다. 즉, 노동자들과 반파시즘 사회 단체들, 이주민 운동 단체들이 단결해 거리에서 이탈리아형제당에 맞서는 것입니다. 그러한 저항은 멜로니의 총리 취임을 앞둔 지금부터 바로 시작돼야 합니다.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는 이처럼 파시즘에 맞서 단결해 싸우는 공동전선 전술을 1920년대 제시했습니다. 그는 히틀러를 물리치려면 혁명적 노동자 단체들과 개혁주의적 노동자 단체들이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에는 이 전술이 구현되지 못했지만, 이후 역사에서 공동전선 전술은 거듭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공동전선 전술에 기초한 운동을 통해 1970년대 영국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영국국민당을, 몇 년 전 그리스에서 파시스트 정당인 황금새벽당을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이에 더해 저는 시궁쥐를 박멸하려면, 쥐를 잡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시궁창을 청소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파시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본주의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온갖 위기를 낳으면서도 체제를 유지하려고 온갖 오물을 쏟아냅니다. 그걸 이용해 멜로니 같은 자들이 반동적 운동을 키우는 것이죠. 따라서 파시즘뿐 아니라 파시즘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끊임없이 조성하는 자본주의 자체에도 맞서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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