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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시즘2019 해외 마르크스주의자 강연:
유럽의 새 극우와 파시즘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이자 공동 사무국장, SWP의 주간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편집자인 찰리 킴버가 8월 22~25일 방한해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맑시즘2019’에서 연설했다. 이 글은 8월 24일에 킴버가 한 같은 제목의 강연을 녹취한 것이다. 이날 강연을 통역한 천경록은 전문 통역자이자 노동자연대 회원이다. [  ] 안의 말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편집부가 덧붙인 것이다.

현재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는 매우 위험한 변화에 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세계 곳곳에서 인종차별적, 극우, 파시스트 조직들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75년 만에 1930년대 독일 나치당과 사상과 실천이 비슷한 정치 단체들이 부상하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당시 나치당은 강제수용소를 차려 유대인 약 600만 명뿐 아니라 정치적 반대자·공산주의자·사회민주주의자·로마인[“집시”는 이들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런 정치 단체들은 소수자만이 아니라 국내외 노동계급 전체에게 치명적인 위협입니다.

오늘날 부상하는 이들은 크게 [강경] 우파, 극우파, 파시스트 셋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강경 우파란 도널드 트럼프 같은 자들을 말합니다. 이들은 파시스트가 아니지만 인종차별적 우파며 극우파에게 상당한 자신감을 줍니다. 트럼프는 집권 초에 버지니아주(州) 샬러츠빌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파시스트들을 칭찬했는데, 그 시위에서는 한 파시스트가 반(反)파시스트 시위대 한 명을 살해했습니다.

극우파의 대표 사례는 ‘독일을위한대안’(AfD)입니다. AfD는 현재 독일 제1야당으로, 이 당은 전통적 우파 민족주의자들과 공공연한 파시스트들이 공존하는 정당입니다. 혼합형 조직인 셈이죠.

AfD는 나치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독일에서 나치의 부활은 가당치 않은 일로 여겨졌는데 말입니다.

2018년 독일에서 열린 이민자·난민 반대 시위 ⓒ출처 Tim Mönch

위 사진은 2018년 8월 독일 동부 켐니츠시(市)에서 열린 극우 시위를 찍은 것입니다. AfD가 부추긴 파시스트들이 이민자·난민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거리에서 공공연히 나치식 경례를 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독일에 있는 한 국제사회주의경향(IST) 동지는 이렇게 시위 소식을 전했습니다. “2018년 8월 26일 난폭한 나치 패거리가 ‘외국인’과 좌파들을 추격해 공격하는 장면은 경악스러웠다. 다음 날 그들은 보란듯이 히틀러식 경례를 하며 이렇게 외쳤다. ‘독일은 독일인을 위한 것이다! 외국인은 꺼져라!’”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2018년 11월 11일 폴란드 독립기념일에 수도 바르샤바에서 파시스트 조직들과 강경 우파 여당 법과정의당(PiS) 당원들 20만 명이 행진했습니다. 모든 시위 참가자가 파시스트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파시스트들은 여기에 무리 없이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폴란드 정부는 파시스트들을 거리에 나오도록 부추겼습니다. 이 시위 또한 전통적 우파와 파시스트들이 뒤섞인 사례입니다.

프랑스 파시스트 단체 국민연합의 청년단원들

전통적 우파, 혼합형 조직에 이어 세 번째 부류는 바로 진짜 파시스트 조직입니다. 위 사진은 마린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단체인 국민연합(옛 국민전선) 청년단원들을 찍은 것입니다. 르펜은 2017년 프랑스 대선에 출마해 2위를 했는데, 당시 유세에서 르펜은 ‘세균성 이주를 박멸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주민의 사상과 문화를 질병에 비유해, 비(非)유럽성 질병을 몰고 오는 난민들을 막자는 것입니다. 르펜의 조카 마리옹 마르셀 르펜은 문화적으로 기독교인 국가에서 무슬림의 지위가 기독교인과 같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파시즘의 역사적 구실

우리는 파시즘의 역사적 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파시즘에 관한 트로츠키의 글을 모은 《파시즘, 스탈린주의, 공동전선》(책갈피)을 추천합니다. 이 책에서 트로츠키는 파시즘이 여느 극우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파시즘은 소수 장성의 음모나 쿠데타와도 다릅니다. 파시즘은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대중운동입니다.

트로츠키는 이렇게 썼습니다. “파시즘의 역사적 구실은, 자본가계급이 민주적 제도로 노동계급을 다스리고 지배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노동계급과 노동계급의 조직을 분쇄하고 정치적 자유를 말살하는 것이다.”

대부분 시기에 지배계급은 우파 정당이나 사회민주주의 정당 같은 보통의 정당으로 지배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당들이 지배계급에게 해법이 되는 것이죠. 그런데 체제의 위기가 너무 심각하고 노동계급을 분쇄할 필요가 대단히 커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런 시기에 지배계급은 파시즘을 이용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파시스트들은 1930년대에 나치가 했던 일을 재현하려 합니다. 그러려면 파시스트들은 거리의 군대를 조직해 적들을 위협하고 파업 노동자들과 좌파 집회를 공격해야 합니다.

1928년 히틀러의 거리 군대 갈색셔츠단

위 사진은 히틀러가 집권하기 5년 전인 1928년에 독일에서 찍은 것입니다. 당시 나치는 비교적 소규모였지만 이미 갈색 제복를 입은 깡패들을 돌격대로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제복 색깔 때문에 ‘갈색셔츠단’으로 불렸습니다. 갈색셔츠단은 거리를 휘저으며 사람들을 공격하고 좌파를 위협했습니다.

2014년 헝가리 파시스트 정당 요빅의 준군사조직 헝가리수비대 ⓒ출처 Orange Files

오늘날 유럽에는 이런 돌격대가 아직 출현하지 않았습니다. 갈색셔츠단 같은 조직은 아직 유럽에 없습니다. 가장 근접한 사례는 이른바 ‘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 즉 헝가리의 파시스트 정당 요빅당입니다. 위 사진은 2014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찍은 것입니다. 보시다시피 요빅당은 제복을 입은 돌격대 비슷한 것을 시도했습니다.

이후 요빅당은 세가 약간 줄었는데, 현 총리 빅토르 오르반이 이끄는 주류 우파 정당 동맹당이 성장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맹당은 유대인·이주민·좌파를 극도로 혐오하지만 파시스트 정당은 아닙니다. 어쨌든 이 사진은 요빅당이 1920년대 나치당을 모방하려 했음을 보여 줍니다.

배경

유럽에서 이런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부상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째 요인은 2007~2008년에 터진 경제 위기입니다. 세계를 휩쓴 이 위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하고, 직장에서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으며, 지배자들의 온갖 공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정치 상황이 크게 변했습니다.

파시스트·극우파는 언제나 평범한 노동계급 대중과 체제에 짓밟힌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포장합니다.

1940년대 프랑스 파시스트 정부가 제작한 포스터

위 포스터는 1940년대 프랑스의 파시스트 정부인 비시 정부가 제작했습니다. 이 포스터는 ‘국가 혁명’을 주장합니다. 기존 질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을 하자는 것이죠. 이 그림은 기존 프랑스 질서가 ‘공산주의’, ‘반(反)군사주의’, ‘급진주의’ 때문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자본주의’, ‘유대인들’, ‘과음’도 사회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묘사돼 있네요. [유대교 표식인] ‘다윗의 별’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주적(主敵)인 겁니다. 반대편에서는 ‘노동’, ‘가족’, ‘국가’, ‘규율’, ‘질서’, ‘용기’ 등이 프랑스를 떠받치고 있습니다. 그중에 ‘근검절약’이 있는 것은 조금 기이하네요.

포스터의 메시지가 거창하지 않습니까? ‘혁명을 일으키겠다, 구체제가 무너지고 있다, 혁명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요인은 경제 위기에 대한 기성 정치의 대응입니다. 기성 정당들은 이주민을 희생양 삼고, 인종차별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주민 혐오와 인종차별을 거론하는 것이 공식 정치에서 당연한 일로 여겨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기성 정치는 이런 일을 벌였을까요?

경제 위기 이후 은행과 기업을 구제하고 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시행한 긴축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반발을 샀기 때문입니다. 이런 반발을 분쇄하기 위해 기성 정치권이 사용한 전술 중 하나가 바로 인종차별이었습니다. 부자·기업주·사회 최상층이 아니라 [출신·인종이] 다른 평범한 노동자들을 문제 삼게 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들은 경찰력을 키우고 군사주의를 부추기고 탄압을 강화했습니다. 프랑스·터키 같은 나라가 대표적으로 탄압을 강화하는 법을 많이 늘렸습니다. 주류 정치가 조성한 이런 상황에서 극우파가 성장한 것입니다.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당시 이탈리아의 유력 정치인들 ⓒ출처 Claudio Lattanzio

기성 정치 세력과 파시스트들이 공공연히 손을 잡은 사례도 있습니다. 위 사진은 2019년 5월 유럽의회 선거 당시 이탈리아의 유력 정치인 세 명을 찍은 것입니다. 왼쪽은 이탈리아의 실세 마테오 살비니로, 인종차별적 강경 우파 정당인 동맹당의 대표입니다. 오른쪽은 부패한 이탈리아 자본가 특권층의 화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입니다. 가운데 여성은 파시스트 정당 지도자 조르자 멜로니입니다. 멜로니는 무솔리니와 1920~1930년대 이탈리아 파시즘 정권을 공공연히 찬양합니다. 이런 자들이 선거연합을 맺어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했습니다. 살비니는 베를루스코니를, 베를루스코니는 멜로니를 지지해 선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이제 살비니와 멜로니는 이탈리아 내각 성원입니다.

셋째 요인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실패와 붕괴입니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요인입니다. 사민주의 정당들은 주류 정치의 인종차별에 맞서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두 사례를 들겠습니다.

프랑스 사회당은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프랑스 공식 정치의 양대 정당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 대선에서 사회당은 1차 투표에서 고작 6퍼센트를 득표해 2차 투표에는 진출도 못하고 5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집권당이었는데도 말입니다.

독일 사민당도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 주류 정치를 주름잡은 정당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2017년 총선에서 사민당은 20퍼센트를 득표해 194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경제 위기 시기에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정책을 직접 추진하거나 우파 정당의 노동계급 공격에 맞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적 극우파가 세를 키울 정치적 공간이 열렸습니다.

저항

파시스트 사진은 지긋지긋하게 봤으니, 이제 파시즘에 맞선 저항을 살펴보겠습니다. 파시즘이 우리 측의 반발 없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때로 사람들은 거리에 낙서를 해서 파시즘에 대한 반감을 표합니다. 2017년 프랑스 대선 때 일부 프랑스인들은 앞서 말씀 드린 국민연합 지도자 마린 르펜의 2017년 선거운동 포스터에 스프레이로 “나치”라고 휘갈겼습니다. 르펜에게 여느 우파 인사가 아닌 나치라고 낙인을 찍은 겁니다. 1940년대에 나치 점령 하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프랑스인들에게 이는 매우 심각한 규정입니다. 이런 식의 저항은 언제나 매우 중요합니다.

약 25만 명이 참가한 2018년 10월 독일의 파시즘 반대 행진 ⓒ출처 Andi Weiland(플리커)

그러나 거리 시위가 훨씬 중요합니다. 위 사진은 2018년 10월 독일의 파시즘 반대 행진을 찍은 것입니다. 사진으로는 규모가 잘 가늠이 되지 않으실 수 있는데, 이곳은 베를린의 주요 도로입니다. 약 25만 명이 도로 전체를 가득 메우고 “우리는 하나다” 하고 외쳤습니다. ‘독일에서 인종차별과 파시즘의 부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독일에 있는 국제사회주의경향 동지는 이날 시위 소식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 인종차별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어제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이에 맞서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노동조합, 난민 지원 단체, 사회주의 단체 외에도 자선 단체들이 이날 시위에 많이 참가했다. 그러나 25만 명이 거리를 메운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하다.”

2019년 3월 영국의 인종차별 반대 집회 파시즘의 전진을 막는 열쇠는 파시즘에 맞서 단결된 운동을 건설하는 공동 전선이다. 혁명가들은 그런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 ⓒ출처 〈소셜리스트워커〉

위 사진은 2019년 3월 영국의 인종차별 반대 공동전선 ‘인종차별에 맞서자’가 주최한 집회입니다. 수만 명이 참가했고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사회주의자들이 함께 행진했습니다. 사진을 보면 ‘인종차별에 맞서자’의 현수막과 SWP 현수막이 함께 있죠. SWP 깃발도 있습니다. 대열 앞에 낯익은 저희 당원들이 있네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폭넓은 단체들과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이 이날 시위를 함께 건설했습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대거 참가해 ‘이 사회의 우경화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외쳤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시위였습니다.

국제사회주의경향 소속 단체이자 영국 SWP와 노동자연대의 자매 단체인 그리스 사회주의노동자당(SEK)의 활약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SEK는 연대체 ‘인종차별·파시즘 반대 운동’(KEERFA)를 주도해 다른 단체들과 함께 황금새벽당을 저지하는 데에서 핵심 구실을 했습니다. 황금새벽당은 한때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했었죠.

우리는 유럽과 세계 각지의 국제사회주의경향 동지들이 벌인 활동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파시즘에 대처하는 법에 관해서는 역사에서 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교훈의 핵심에는 공동전선 문제가 있습니다. 1930년대에 트로츠키는 독일 노동계급이 엄청난 위협에 직면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위협을 물리칠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까 나치가 거느린 ‘거리의 군대’인 갈색셔츠단 사진을 보여드렸는데요. 당시에는 좌파도 많은 사람을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공산당은 적색전선이라는 거리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노동자들의 회합을 지키고, 공산당 지도자들이 구타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조직돼 거리로 나왔습니다. 1929년 적색전선 회원은 13만 명에 달했고 대부분 노동자나 실업자였습니다.

흑적금국기단이라는 조직도 있었습니다. “흑적금”은 독일 국기에 들어간 색깔을 말합니다. 이 조직은 독일사민당의 조직이었고,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을 거리로 동원할 수 있었습니다.

1933년까지 선거에서 공산당과 사민당은 나치보다 훨씬 많이 득표했습니다. 거리에서 동원할 수 있는 사람도 더 많았죠. 그런데도 왜 그들은 단결하지 않는가? 이것이 트로츠키가 계속 던진 물음입니다. 같은 조직에 가입하라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안에 의견을 같이 하라는 것도 아니고, 정치 논쟁에서 상대방에게 굴복하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들은 파시즘에 맞서 거리에서 단결하지 않는가?

독일사민당과 독일공산당 둘 다 문제였습니다. 독일사민당이 독일공산당과 공동 행동을 거부한 것은 극좌파인 독일공산당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독일사민당은 정부에 반기를 들고 일어선 공산당원과 노동자들을 여러 차례 살해한 바 있습니다. 가장 악명 높은 사례는 1919년 혁명 때 칼 리프크네히트와 로자 룩셈부르크를 살해한 것이지만, 그 후에도 베를린에서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사살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편 독일공산당은 심각하게 그릇된 분석을 했습니다. 독일공산당은 독일사민당, 더 중요하게는 독일사민당을 지지하는 노동자들을 나치만큼이나 나쁘게 봤습니다. 독일공산당은 독일사민당을 사회파시즘으로 매도했습니다. 사회민주주의 조직과 파시스트 조직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죠.

이에 트로츠키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렇다, 나치와 사민당 모두 노동계급에게 위험하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이런 사례를 들었습니다. “당신을 해치려는 자가 한 손에는 비수를, 한 손에는 독배를 들고 있다. 그러면 일단 비수부터 빼앗고 독배는 그 다음에 처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치는 바로 노동계급의 심장을 겨눈 비수다!”

공동전선

다시 말씀드리지만 공동전선을 함께 한다고 해서 모든 것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에서 SWP는 [인종차별, 파시즘에 맞서] 노동당과 함께 공동전선을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저희가 노동당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노동당이 인종차별에 타협할 때 저희는 노동당을 강하게 비판합니다. 그러면서도 파시스트와 극우에 맞설 때에는 노동당과 단결합니다.

1931년 트로츠키는 엄중하게 경고합니다. “공산당 노동자들이여! 그대들은 너무 많다. 그대들은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없다. 그대들에게 발급될 여권이 모자랄 것이다. 파시즘이 권력을 잡으면 파시즘은 무지막지한 탱크처럼 그대들의 두개골과 척추를 으깰 것이다. 사민당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승리할 수 있다.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14개월 후 히틀러는 독일 수상이 됐습니다.

오늘날 유럽은 1930년대 유럽과 두 가지 면에서 다릅니다.

첫째, 위기의 규모가 1930년대만큼 크지 않습니다. 1930년대의 위기는 대량 실업을 낳았고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그러나 경고하건대 2008년에 터진 경제 위기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위기가 언제 끝나느냐가 아니라 다음 위기가 언제 터지느냐입니다. 곧 위기가 터질 여러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둘째, 1930년대에는 많은 이들이 제1차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이들은 거리 전투나 무장 조직 등에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하고 독일이 전쟁에서 졌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파시스트들이 초기에 지지자를 확보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에서는 제1차세계대전이 끝나고 제대한 사람들이 파시즘에 맞선 ‘아르디티’ 기습부대나 파시스트들의 ‘검은셔츠단’에 가담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위기가 심화하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질 것이고, 일부는 파시스트의 주장을 경청할 것입니다. 따라서 1930년대의 교훈은 오늘날에도 지극히 중요합니다.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단순히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아무리 잘 조직해도, 자본주의는 계속해서 위기에 빠지고 파시즘이 성장하기 좋은 조건을 조성할 것입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회문제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회문제의 근원이 이주노동자나 무슬림이 아니라 지배계급, 이윤 체제, 기업주들, 사회 최상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맞선 투쟁은 계급 문제입니다. 파시즘은 노동계급과 다른 모든 민주적 조직에도 치명적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파시즘은 노동계급이 자본주의에 반기를 들고 일어설 능력을 파괴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공동전선의 일부여야 하지만 동시에 혁명적 사회주의도 주장해야 합니다.


정리 발언

발언해 주신 모든 동지들 감사합니다. 우선 1930년대 초 독일공산당의 성격, 그리고 그 때문에 공동전선이 불가능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상황이 다름을 보는 것이 중요한데, 1928~1933년에 스탈린은 거대한 국가를 통치했지만 독일공산당은 국가 권력을 잡지 못했습니다. 트로츠키는 예를 들면 영국 노동당 같은 자본주의적 노동자 정당과도 공동전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자본주의적 노동자 정당이라 함은 지도부는 압도적으로 자본주의를 지지하지만 주로 노동자들, 특히 노동조합원들로 이루어진 정당을 말합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정당과도 공동전선을 해야 한다고 트로츠키는 촉구한 것이죠.

이런 정당들과 공동전선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은 1930년대에 독일사민당과 독일공산당이 저지른 잘못을 똑같이 되풀이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강조하건대 그런 공동전선은 가능하고 필요했으며, 우리는 이를 교훈으로 남겨야 합니다.

한편 한 동지가 이탈리아에 관해 질문하셨는데요, 이탈리아는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중도 좌파인 이탈리아 사회당의 실패를 배경으로 5성 운동과 동맹당이 지난 총선에서 최대 정당으로 부상했습니다.

코미디언 베페 그릴로가 이끄는 5성 운동은 뒤죽박죽입니다. 여러가지가 뒤섞인 주장을 합니다. 예컨대 최저임금 인상 같은 노동자들을 위한 양보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는 이주민에 관해서 동맹당과 의견이 일치합니다. 즉 이주민을 적대하고 사회문제가 이주민 탓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총선 이후 동맹당은 이전 정부들보다도 더 나쁜 정책을 펼 수 있었습니다. 난민이 탄 배가 이탈리아에 입항하지 못하게 하고, 이탈리아에 사는 로마인을 공격했습니다. 이제 동맹당은 이탈리아 우파를 주도하는 정당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부총리이자 동맹당 대표인] 살비니가 총리가 되서 더 우파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려고 조기 총선을 선언한 것입니다.

중도파 지지로 파시즘을 저지할 수 있는가

[파시즘에 맞서] 중도파를 지지하면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운동이 유익한 사례입니다. 현재 아홉 달째 이어지고 있는 노란 조끼 운동은 유류세 인상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은 프랑스의 신자유주의자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을 상당히 위협했습니다.

노란 조끼 운동 내에는 상이한 조류가 있습니다. 프랑스 사회가 밟아 온 궤적 때문에 불가피하게도 운동 내에는 파시스트인 마린 르펜을 지지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운동 내에서 마크롱을 지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운동 참가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는 행위입니다. 운동 내에서 우리는 이렇게 주장해야 합니다. “우리도 마크롱에 반대한다. 그리고 르펜도 노란 조끼 운동에 참가한 노동자들의 적이다.”

극우와 파시즘에 맞서 어떤 행동이 필요한지도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동지가 예멘 난민을 방어하는 신문을 직장에서 판매했다고 하셨는데 이런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노동계급 내에서 까다로운 논쟁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SWP가 발행하는 〈소셜리스트워커〉의 가장 유명한 헤드라인도 “우리는 이주민을 환영한다”였습니다. 당시 영국에는 이주민에 대한 공포가 만연해서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신문을 팔아야 했지만, 인종차별 열풍에 대한 반격을 시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둘째로 대중적인 선전이 필요합니다. 인종차별주의자와 파시스트가 조직을 시도하는 모든 곳에 가서, 그들을 노동자에게서 떼어 낼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한 사례로 축구 경기를 언급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영국 파시스트들은 ‘축구사나이연맹’이라는 단체에 뿌리를 내리려 해왔습니다. ‘축구사나이연맹’은 우파적인 축구 팬 모임입니다. 저희는 파시스트들에 맞서 축구 경기장에서도 리플릿을 배포했습니다. 글래스고 셀틱 같이 진보가 우세한 경기장만이 아니라 글래스고 레인저스처럼 우익이 우세한 곳에서도 말입니다. 그런 곳에서도 활동을 하면서 파시스트들을 논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도 했죠.

셋째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중행동입니다. 파시즘에 맞설 때 의회에 기대서는 안 된다는 한 동지의 지적은 옳습니다. 영국이나 다른 유럽 나라에는 파시스트의 집회와 행진을 그저 법으로 금지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파시스트들을 제대로 막으려면 거리로 수많은 사람을 불러내 그들과 맞서게 해야 합니다. 한편 그저 개인으로서 파시스트들을 물리치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관점은 파시즘에 맞선 투쟁을 양측 싸움꾼들의 주먹다짐으로 한정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대안은 파시스트에 맞설 정예부대를 넘어 대중행동을 조직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어떤 동지가 “파시즘”이라는 표현이 오·남용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매우 옳은 지적입니다. 파시즘은 여느 우파, 심지어 인종차별주의자 조직과는 다릅니다.

위험

파시즘은 저희 같은 혁명적 좌파만을 파괴하지 않습니다. 파시즘은 노동조합의 가장 보수적인 인사들도 파멸시킬 것이며, 민주노총은 물론 모든 노동조합, 심지어 국가와 연계가 있는 노동조합도 파괴할 것입니다. 모든 형태의 민주적 조직을 파괴할 것입니다. 우리만이 아니라 정의당이나 민주당 일부도 쓸어버릴 것입니다. 나치는 보이스카웃도 불법화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저항의 요소가 있는 모든 것은 짓밟았습니다.

한국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에 한국 극우의 힘에 대해 분명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유주의자들이 이런 위험에 대해 언제나 양가적 태도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파시즘이 곧 득세한다고 겁을 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를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며 안이한 태도를 취합니다. 둘 다 틀렸습니다. 극우와 파시스트의 승리를 필연으로 여겨선 안 되지만, 그런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 또한 어리석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세상이기에, 인종차별·극우·파시즘이 성장할 위험이 없는 나라는 없습니다. 따라서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언제나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배워야 합니다. 저도 브라질처럼 노동운동, 여성운동, 학생운동이 강력한 나라에서 보우소나루 같은 극우파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이제 보우소나루는 세계에서 중요하기로 손꼽히는 한 나라에서 극우와 파시스트들이 뿌리내릴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마디만 하겠습니다. 우선 아까 소개한 책( 《파시즘, 스탈린주의, 공동전선》)을 잊지 마십시오. 중요한 책입니다. 트로츠키가 말한 교훈은 매우 중요합니다. 둘째는 파시스트가 패배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더 광범한 운동 내에서 우리 정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영국 파시스트와 극우는 다른 유럽 국가의 파시스트나 극우보다 활개를 치지 못합니다. 이것은 우리 경향과 조직의 활동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국에 있는 저희들은 인종차별과 파시즘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SWP에 가입할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여러분들이 인종차별과 파시즘을 확실하게 물리치고 싶으시다면 노동자연대에 가입해서 함께 활동할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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