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로부터의 경고!:
파시스트가 G7 회원국의 총리가 되다
〈노동자 연대〉 구독
파시스트인 조르자 멜로니가 이탈리아 총리직을 거머쥐게 됐다.
9월 25일(현지 시각) 출구조사 결과에서 멜로니의 극우 선거연합은 득표율 41~45퍼센트로 선두를 달렸다.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기에 충분한 득표다.
멜로니는 이민자에 적대적인 정당인 동맹당의 지도자 마테오 살비니, 극도로 부패한 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선거 동맹을 맺었다. 총리직은 멜로니 차지가 될 듯하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은 총 투표수의 22~26퍼센트를 득표한 듯하다. 이는 나머지 동맹 세력들의 총 득표보다 많은 것이다. 이탈리아형제당은 “하느님, 조국, 가족”을 구호로 내걸고 선거 운동을 벌였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극우 선거연합은 하원의 전체 400석 중 227~257석을, 상원의 전체 200석 중 111~131석을 획득할 듯하다.
멜로니는 대기업이 임금을 낮추려고 이민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멜로니는, “수많은 사람들이 범죄 조직의 명령을 받고 마약을 팔거나 자신의 성을 팔러” 이탈리아로 이주한다고 주장했다.
멜로니는 지난해 출간된 자서전에서 자신이 “대교체” 음모론의 신봉자임을 드러냈다. “대교체” 음모론은 조지 소로스 등의 국제 금융계의 거물들이 유럽의 기독교 정체성을 파괴하고 사회를 더 쉽게 통제하려고 이민자들을 유럽으로 마구 유입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멜로니는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가 이민자들을 공격하고, ‘무슬림 침략자’들에 맞서 유럽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열렬히 지지했다.
멜로니는 올여름 스페인에서 극우 정당 ‘복스’가 주최한 집회에서 “성소수자 로비단체”와 “국제 금융 큰손”들에 “반대”하자고 외쳤다.
멜로니는 정부가 “이탈리아인의 멸종”을 막기 위해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
멜로니는 이탈리아형제당의 로고에 있는 불꽃 이미지를 자랑스러워한다. 그 로고는 이탈리아형제당의 뿌리가 이탈리아사회운동당에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무솔리니 추종자들이 창당한 이탈리아사회운동당도 같은 이미지를 로고로 썼다.
멜로니는 무솔리니를 이렇게 찬양했다. “무솔리니가 한 일은 모두 이탈리아를 위한 것이었다. 무솔리니 같은 정치인은 지난 50년간 없었다.”
이탈리아형제당은 전임 정부들이 긴축을 추진하다 연이어 붕괴하는 동안 야당으로 남아 득을 봤다.
이탈리아형제당을 제외한 모든 주류 정당은 은행가 마리오 드라기가 이끈 지난 정부에 참여했다. 이 때문에 좌우를 막론하고 이들 모두 인기를 잃었다.
의회 내 좌파들은 자신들이 지난 10년간 노동자들에게 고통 전가를 자행하다 실패한 후 총리로 지명된 이 은행가마저 실패했다고 겁에 질려 한탄하고 있다. 이들은 극우에게 정치적 공백을 메울 기회를 줬다.
유럽연합에 대한 태도
이탈리아는 유럽연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회복 기금에서 2000억 유로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전에 유럽연합의 구제 금융은 긴축 정책 시행을 조건으로 이뤄졌다. 눈에 띄는 점은 멜로니를 비롯한 우익들이 유럽연합 비판을 삼가고 있다는 것이다.
멜로니는 유로화 반대 입장을 폐기했지만, 유럽연합이 사람들에게 굶주림을 감내하라고만 하며 시간을 허비한다고 비난하며 이제 유럽연합의 “좋은 시절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새 연립정부를 구성할 극우 동맹 안에도 긴장이 있다. 멜로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 제재를 지지했지만, 살비니는 제재에 반대했다. 지난주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오랜 친구인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바라는 것은 그저 “선량한 사람들”로 새 우크라이나 정부를 꾸리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 모두 은행가 드라기의 ‘국민 통합’ 연정을 지지했다가 나중에는 지지를 철회해 7월에 이 연립정부를 붕괴시키는 데 일조했다.
살비니는 내무장관이 되고 싶어한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당은 2019년 유럽의회 선거 당시 34퍼센트를 득표했지만 이번에는 10퍼센트도 득표하지 못했다. 살비니는 전임 정부에서 내무장관을 지내면서, 자기 명망을 높이는 데에 그 자리를 톡톡히 활용했다. 이후 살비니는 이탈리아로 건너오던 이민자들을 바다에 내팽개쳐 둔 것 때문에 재판을 받았다.
멜로니는 이 재판을 구실로 살비니가 내무장관직을 다시 맡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결집을 유지시키는 축은 이민자에 대한 적대다. 멜로니는 미등록 이민자 단속·추방을 옹호하는 데에 앞장섰고, 북아프리카에서 바다를 건너 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해상 저지선을 구축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살비니는 가마르호(號) 갑판 위에서 선거 운동을 벌였다. 가마르호는 이탈리아령 람페두사섬 연해에서 난민들을 구조했던 배다. 살비니는 줄무늬 수영복 바지를 입고 이탈리아가 “유럽의 난민 캠프”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행보로 살비니는 우익 지지층을 다잡았을 것이다. 다른 공약들보다 저렴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행보는 기업주들을 동요하게 할 위험도 없다. 이는 멜로니와 살비니의 핵심 관심사이기도 하다. 멜로니와 살비니는 지난 몇 년 새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 부채를 감당할 돈을 빌리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까 봐 두려워한다.
살비니가 가마르호를 다녀간 후, 난민 수용소의 의사 안젤로 파리나는 올해 7월에 난민 2100명이 침대 310개를 나눠 써야 했다며 “위생 상태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해졌다”고 했다.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선거 운동 막판에 지지율이 치솟았지만 역부족이었고, 투표율 저조는 오성운동의 근거지인 이탈리아 남부에서 더 두드러졌다.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 하나는 지금도 계속되는 홍수다. 기후 위기가 경제 위기와 결합된 상황이 이탈리아인들이 직면한 현실적 문제다. 식당 주인들이 음식값이 치솟은 이유를 해명하려고 전기·가스비 고지서를 가게 창문에 붙여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자들과 로마인[“집시”는 이들을 속되게 이르는 말]들은 새 정부 하에서 두려운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중도파와 은행가 출신 관료들이 새 정부에 맞선 저항의 중심이 될 수는 없다. 이들은 파시스트에게 집권 기회를 준 자들이다.
10월이 끝나기 전에 새 정부가 수립되지는 않을 듯하다. 저항은 지금 당장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저항은 파시스트가 총리직에 앉을 기회를 열어 준 실패한 정책들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