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감축, 민영화 등에 맞서는 철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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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부문 인력 감축, 임금 삭감, 민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공격은 철도에서도 고스란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으로 상당히 고통받고 있다. 최근 벌어진 오봉역 철도 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를 비극적으로 보여 줬다. 올해에만 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 장관 원희룡은 인력 충원은커녕 오봉역 사고의 책임을 노동자들에 떠넘기고 있다.
정부 자신이 4조 2교대 근무체계 전환에 필요한 인력 충원 요구를 거부해 놓고 애초 4조 2교대제 도입 자체가 문제였다고 하거나, 힘겨운 입환(차량을 붙이고 떼는) 야간 작업 후 이틀을 쉬는 것을 두고 사실상 근무태만이라고 지적해 노동자들의 화를 돋궜다.
게다가 정부는 11월 25일 새벽 오봉역 사고 이후 12월 중순까지 예정돼 있던 작업중지 명령을 기습적으로 해제했다. 오봉역은 시멘트를 운반하는 열차가 다니는 곳인데,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대체수송(파업 파괴)을 위해 안전조처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서둘러 업무를 개시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까지 겪고도 하나도 바뀐 게 없다!
무엇보다 정부는 앞으로 정원 1241명을 더 줄이겠다고 한다. 신규 노선이 늘어나는데도 말이다. 외주화가 확대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책임 전가
정부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력 감축도 포함됐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1월 28일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철도 민영화도 추진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맡아 온 관제권과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으로, 이는 민영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진다.
또, 신규 제작 차량의 정비 업무를 제작사(민간)에 넘기겠다고도 한다.
이같은 민영화는 수익성 논리를 더욱 강화하여 안전을 위협하고 요금 인상과 노동자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의 재정긴축 기조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는 것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로 노동자들의 생계비 위기가 심각한 시기에 경제 위기와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 측은 임금 인상률을 통제하고, 성과급 기준을 변경해 임금을 더 낮추고, 대법원 판결까지 난 통상임금 확대분도 삭감하려 한다. 불공정한 승진 제도도 노동자들의 불만 대상이다.
철도노조는 이런 정부와 사용자 측의 공격에 맞서 11월 24일부터 ‘준법 투쟁’을 시작했다. 이는 시간 외 근무, 휴일 근무를 거부하고 안전 규정을 지켜 열차를 운행·점검·보수하는 것이다. 열차 운행이 지연되는 태업 효과가 있다.
인력 감축 등 같은 문제로 싸우고 있는 서울지하철노조도 같은날 준법 투쟁에 돌입했다. 첫날부터 열차·지하철 운행이 지연되는 일이 벌어졌다.
철도노조는 그렇게 해도 끝내 정부와 사용자 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12월 2일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후퇴시키고 노동자들을 쥐어짜려고 혈안인 지금,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한 것은 옳다. 응원한다. 정부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광범한 지금이 싸울 기회다.
다만, 노조 집행부가 임금 억제 공격에 대한 일부 양보안을 제시한 것은 아쉽다. 통상임금에서 양보안을 낸 것인데, 기관사 등 일부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게 생겼다. 철도노조 일부 운전지부장들이 이에 반발하며 집행부에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사용자 측이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총액인건비제도) 지침을 손에 쥐고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집행부가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고 양보부터 한다”고 꼬집었다.
한 부문의 임금 양보는 노동자들이 단결해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반목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반대로 정부와 사용자 측에 단호히 맞설 때, 결속력을 높이고 각종 개악을 저지하고 조건을 개선케 할 진정한 투쟁의 동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