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11월 24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45일간 하기로 했지만, 애초 60일 요구에서 후퇴한 데다 실제 시작은 예산안을 처리한 뒤에 하기로 했으므로, 실제 기간은 45일이 안 된다.
대통령실의 국정상황실을 조사 대상에 포함했지만, 나머지 기구는 모두 뺐다.
국민의힘은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국정조사에 애초 반대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가 윗선은 수사하지 않는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대통령 책임론이 커지면서 난처한 처지에 있었다. 게다가 의석 수에서 밀려 정부 예산안 통과도 쉽지 않았다. 보통, 야당들은 정부 예산안을 볼모로 잡아 여당과 입법 거래를 시도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민주당은 국정조사 시작도 미루면서 예산안의 빠른 통과를 약속해 준 셈이니 국민의힘에 득 되는 합의를 해 준 셈이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국정조사를 빨리 시작하려면 정부의 긴축 예산안을 서둘러 처리해 줘야 하고,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갈등을 벌이면 국정조사 기간이 짧아지게 된다. 합의로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국민의힘이 합의를 해 주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게다가 국정조사 과정마다 여당은 사사건건 여야 합의로 하자며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 사이 윤석열은 시간을 벌며 반격을 시작할 것이고, 이미 그러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본지는 국정조사 요구를 앞세우는 것은, 여당에 발목 잡혀 시간만 끌고 대중의 주의를 국회로 돌리도록 해, 거리 운동 확대에 효과적이지 못할 거라고 경고했던 것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정조사 합의로 “국회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 많은 국정조사들이 예외없이 그랬듯이, 국회는 말다툼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