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한 중국인 유학생 인터뷰:
“백지 시위로 중국에 자유와 민주를 향한 씨앗이 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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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서 정부의 제로 코로나 봉쇄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분출한 가운데 재한 중국인 유학생들도 그 저항에 연대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중국의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재한 중국인 유학생 천메이옌 씨(가명)의 목소리를 전한다.
중국어를 한국어로 옮겨 준 한수진 씨에게 감사를 표한다.
이번에 수많은 중국인들이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났는데,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번 전국 각지의 항위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중국 전체 인구 14억 명에 견주면 극소수지만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시위의 직접적인 발단은 11월 24일 저녁 신장·위구르 자치구 우루무치시(市)에서 발생한 화재였습니다. 현지 정부가 이 사건을 처리하는 태도는 매우 건성이었고, 반성의 뜻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매우 분노했고, 정부가 가진 공권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주변 사람들 중에 중국 현지에서 시위에 참가한 분들도 있나요? 그들이 전하는 시위의 분위기나 상황도 궁금합니다.
주변 사람들 중에 시위에 직접 참가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중국 정부의 정보 차단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위챗[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의 모멘트[한국의 ‘카카오스토리’에 해당하는 소셜미디어]에 친구 서너 명이 한 장의 백지를 슬쩍 올리거나 프로필 사진을 흰색으로 바꾼 사람들도 있어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인들은 어떤 고통을 겪었나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전국 곳곳에서 갖가지 인도주의적 위기가 발생했습니다.
예컨대 시안의 한 임산부가 진료를 거부당해 유산했고, 바이올리니스트 천순핑(陈顺平)은 진료를 거부당한 뒤에 투신 자살했습니다. [무리하게 격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구이저우성(省)을 순환하는 대형버스가 심야에 전복돼 27명이 사망하고, 허난성 루저우시에 사는 16세 소녀는 [무증상 감염자를 격리하는 임시 시설인] 팡창의원(方舱医院)에서 고열이 나는데도 아무도 치료해 주지 않아 불행하게도 사망했어요.
방역 요원들이 격리된 사람들의 애완동물을 때려 죽이는가 하면, 쓰촨성에서 지진이 났을 때 주민들이 살려고 계단을 내려가며 대피하자 방역 요원이 돌아가라고 막아서기도 했어요.
이런 사건들을 언급할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일은 모두 인간으로 인해 발생한 2차 재난입니다.
시위에서 시진핑 정부 규탄 구호가 나온 것을 보면 제로 코로나 정책 외에도 전부터 누적된 불만과 고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불만과 고통은 무엇인가요?
신장구 우루무치시 화재 사건을 계기로, 지난 3년간 억눌러 온 대중의 감정이 폭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는 요구에서 차이가 있어요.
불만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만 한정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이 자신의 일상생활과 생계를 위협하기 때문이죠. 이런 사람들은 공산당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불만을 표하지 않습니다.
반면 집권 공산당 자체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공산당이야말로 각종 위기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공산당 퇴진’, ‘시진핑 퇴진’이라는 구호가 등장한 것입니다.
중국 정부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로 코로나 외에 어떤 다른 문제들을 핵심으로 보는지 궁금합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외에도, 공산당 정부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중국 헌법에는 중국 공민에게 집회·출판·결사·시위의 자유가 있다고 명확하게 규정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이것들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중국인들에게는 선거권도 있지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투표 용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습니다. 국가주석과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도 인민의 투표로 선출된 것이 아닙니다.
둘째, 중국인들에게는 언론의 자유가 없습니다. 시진핑 집권 이후, 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검열이 매우 엄격해졌고, 사회 문제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많은 글과 논평이 삭제됐어요.
셋째, 시진핑 정부가 집권 이후 내놓은 각종 정책은 중국 사회의 경제를 심각하게 망가뜨렸습니다. 예컨대 정부가 교육 산업과 인터넷 산업을 단속해서 수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잃게 됐어요.
한마디로, 공산당은 언행이 불일치하고 중국 인민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기꾼 집단입니다.
최근 시진핑 정부가 코로나 봉쇄를 일부 푼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 현지의 반응은 어떤가요? 시위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정부의 선전을 믿는 사람들의 경우 [코로나 봉쇄를 일부 푼 것을] 매우 두려워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코로나라는 질병을 매우 무서워합니다.
[봉쇄를 일부 푼 것에 대해] 정부와 공산당에 감사해 하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거리에 나온 용감한 사람들 덕분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요.
지금 중국 정부가 계속 통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국내에서 당분간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이번 시위로 중국에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는 씨앗이 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외에서의 연대 활동은 쭉 계속될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