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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당신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
미중 대결의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나침반

《당신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 ― 마르크스주의 관점》 이정구 지음, 책갈피, 232쪽, 13000원

“시진핑 3연임의 의미를 강대국들의 국제적 경쟁의 맥락에서 짚어 주셔서 이해하기 좋았다.”

“시진핑 체제에 대한 비판이 지나쳐 좀 공포물처럼 다루는 보도들이 쏟아졌는데, [이 강연은 그렇지 않아] 도움이 많이 되네요.”

이 책의 바탕이 된 동명의 유튜브 시리즈 강연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시중에 중국에 관한 책이 넘쳐나지만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책만의 차별성을 잘 보여 준다.

많은 논평가와 학자들은 시진핑 집권 후 중국이 달라졌다면서 중국공산당의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이나 민족주의적 야망에 초점을 맞춘다. 여러 국가들 중 중국의 지배자들은 유독 나쁘다는 식의 관점은 “공포물” 같은 메시지로 이어지곤 한다.

반면 이 책을 집필한 부산대학교 중국연구소 이정구 객원연구원(중국 경제 전공)은 시진핑이 집권할 즈음 중국 안팎의 변화에 더 주목한다.

2011년에 미국 정부가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을 천명하며 아시아로의 개입을 크게 늘렸는데 그 본질은 중국 견제였다. 중국 안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 건수가 부쩍 늘었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과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직면한 중국 지배계급은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에 대응하는 실천이 강경한 외교 노선과 강화된 국내 억압인 것이다.

이렇게 중국이 미국 등 주요 강대국들과 벌이는 경쟁 관계를 중심에 두면, 중국 지배자들의 처신을 맥락 속에서 볼 수 있다. 반대로 이런 맥락을 보지 못하면 중국을 기이한 전체주의 사회라고 여겨 서방이 더 낫다는 잘못된 결론에 빠질 수 있다.

중국 항공모함을 견제하고 있는 미 해군의 모습. 가운데 보이는 것은 중국 항공모함이다 ⓒ출처 미 해군

위 내용은 이 책의 7~9장에 해당하는데, 국제적 경쟁의 맥락 속에서 중국을 설명한다는 이 책의 핵심 방법론을 시진핑 정부에 적용한 것이다. 이 방법론을 1949년 중국 건국 이후의 모든 시기에 적용한 것이 책의 전반부 내용이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건국할 당시 중국은 최빈국 중 하나였음에도 미국과 소련 모두의 견제 대상이었다. 이 책 3장에서는 마오쩌둥 체제가 확립될 때 소련과의 갈등, 미국의 군사적 위협, 국내 노동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이런 국내외의 압력에 대응해 “마오쩌둥은 급속한 공업화를 추진해 세계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자본 축적에 성공해야 했다.”

당시 중국에서 노동계급은 전혀 권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마오쩌둥은 오히려 중국공산당이 1920년대 말에 노동계급 기반을 완전히 잃은 뒤에 부상해서 권력을 잡았다(1, 2장).

이로부터 이 책의 핵심적 주장이 제시된다.

“국가가 생산수단을 통제하면서 노동자와 농민을 착취하고 그 잉여가치로 더욱 부강한 국가를 건설하는 체제가 바로 1949년 이후의 중국이다. 이때 국가 관료는 국가, 즉 엥겔스가 말한 “집합적 자본”의 인격체로 나타난다. 이런 사회는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한 변형인 국가자본주의 사회다.”

사회주의? 국가자본주의!

저자는 이런 관점에서 마오쩌둥 시기의 문화혁명과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1989년 톈안먼(천안문) 항쟁을 분석한다. 특히 톈안먼 항쟁은 중국 노동계급이 중국 공산당의 이데올로기적 지배에서 벗어나 가장 멀리까지 나아간 경우였다. 그래서 중국 지배자들은 항시 “톈안먼 항쟁의 유령이 나타날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많이 제시돼 생생함을 더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중국에서 노동자‍·‍농민과 중국공산당 사이의 계급 적대가 한시도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게 될 것이다. ‘중국에서는 노동계급이 국가의 주인이고 계급 적대가 없다’거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에야 계급 갈등이 생겼다’는 좌파 다수의 관점과 확연하게 구별된다.

이런 차이는 학술적 과거사 논쟁이 아니다. 그러기는커녕 갈수록 위험해지는 현실을 헤쳐나가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하다.

예컨대,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대만 문제, 홍콩인들의 항쟁, 위구르와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저항을 다룬다. 중국 여성들이 겪는 차별도 다룬다.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면서 이런 쟁점들을 언제든 이용하려고 호시탐탐 노린다.(물론 중국도 미국의 경제력 쇠락과 지정학적 위기를 한껏 이용하려고 한다.)

일부 좌파처럼 중국을 모종의 진보적 사회 혹은 사회주의로 보면 미국 등 서방과의 대결에서 중국을 지지하는 것으로 기울 공산이 크다. 그러면 중국이 서방에 맞설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중국에서 벌어지는 아래로부터의 반란을 지지하지 않거나 못 본 체하려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실제로 2019~2020년 홍콩에서 송환법과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항쟁이 크게 일었을 때 국내 좌파 다수는 침묵했고, 일부는 대응했지만 무척 굼뜨고 미온적이었다. 심지어 일부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두둔했다.

중국이 자본주의의 한 변형이고 서방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사회라고 볼 때에만, 이런 지정학적 대결의 한가운데에서도 중국 내 계급투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계급의 잠재력에 기초한 반제국주의적 대안 제시가 가능해진다.

예컨대, 이 책은 현재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 제국주의에 모두 반대할 대안으로 중국 노동계급과 대만 노동계급의 연대를 제시한다. 대만의 노동계급‍·‍좌파는 중국에 대한 견해 차이로 나뉘어서는 안 되고, 미국 제국주의와 중국 제국주의 모두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2019~2020년 홍콩 항쟁과 관련해서는 중국 본토 노동계급과 홍콩 노동계급의 진정한 이해관계는 서로 연대하는 것에 있고, 당시 항쟁은 결코 ‘홍콩인 대 대륙 중국인의 대결’이 아니었다고 논증한다.

중국 소수민족 문제의 경우, 한족 노동자들이 위구르와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자결권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9년 톈안먼 항쟁이나 2022년 11월 전국적 ‘백지 시위’에서 실제로 그런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 준 고무적 사례도 제시된다. 한족 대중과 소수민족의 연대와 단결 투쟁이 중국에서 진정한 사회주의를 성취하는 운동이 일어나는 데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

끝으로,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당신이 알아야 할”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가장 들어맞는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세계는 물론이고 한국만 바꾸려 해도 중국 문제와 씨름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마지막 장은 아주 귀중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트로츠키주의 혁명가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의 경험과 오류는 오늘날 중국 혁명가들과 연대를 건설하고 한국에서 국제주의적 실천을 하고자 할 때 나침반 구실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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