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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발 중국경제 위기 — 중국판 리먼 사태가 될까?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가 세계경제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매출 1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 영어명 컨트리가든)과 국유 부동산 개발업체인 위안양(遠洋, 영어명 시노오션)이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

비구이위안이 파산하면 아파트 건설이 대거 중단돼 수많은 입주예정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출처 yoshihi

중국 GDP의 2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부문은 중국 경제의 부침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위기에서 촉발된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해 중국은 GDP(국내총생산)의 30퍼센트가 넘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해 세계경제의 구원투수 구실을 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돈은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거품을 낳았고, 시진핑 정부 2기에 들어서서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0년 8월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기업들에게 세 가지 레드라인(총자산 대비 부채비율 70퍼센트 이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100퍼센트 이하, 단기채무를 상회하는 현금 보유)을 제시함으로써 부동산 부문의 이른바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런 규제 조치는 중국 3대 부동산 개발업체(헝다, 완다, 비구이위안) 모두의 디폴트 위기를 초래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개발에 토지를 대여해 주고 세수의 절반 이상을 확보해 왔다. 부동산 개발업체는 은행 융자를 받지 못하자 민간 신탁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할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경기 부진과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집값이 하락하자 문제가 터져 나왔다.

시진핑 정부의 부동산 규제는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 2021년 말 중국 2위의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파산하며 시작된 도미노 파산 위기가 최근에는 민간 금융기관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에 큰돈을 투자했던 중국 최대의 민간 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투자상품 환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서(財聯社)〉에 따르면, “중룽신탁이 신탁상품의 원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가 모두 3500억 위안(약 64조 원)”이라고 밝혔다. 중룽신탁에 이어 중신(中信), 중성(中誠), 우광(五鑛) 등 다른 대형 신탁사들도 원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룽신탁이 소속된 중즈그룹(中植集團)은 자산 규모가 1조 위안(182조 원)이나 되는 민간 최대의 금융기관으로, 부동산, 주식, 채권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중즈그룹은 2016~2018년 주식 투자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려 2018년부터는 부동산 기업채와 지방정부 금융플랫폼(LGFVs) 채권을 대거 매입했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또다시 큰 타격을 입었다.

중국의 금융은 5대 국유은행이 장악한 은행 부문과 주로 민간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비은행 부문으로 나뉘는데, 올해 6월 말 현재 총대출 잔액은 은행 부문이 230조 위안(4경 1860조 원)이고, 비은행 부문이 134조 위안(2경 4388조 원)이다. 민간 금융기관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중국 GDP(121조 위안)보다 더 크다.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 부동산 기업에게 자금을 제공한 민간 금융기관의 부실이 확산될 것이고 이는 금융부문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비구이위안의 부도 위기와 중룽신탁의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8월 15일 중국 인민은행(중앙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0.1퍼센트포인트 내리고 1년 만기 금리를 0.15퍼센트포인트 인하했다. 시장에 대략 6050억 위안(110조 원) 정도를 푼 것이다. 또, 그 다음 날 역환매조건부 채권을 2970억 위안(54조 원)어치 매입해 긴급하게 164조 원 규모를 공급했다. 이런 자금 지원은 부도 위기가 금융기관 전체로 번지는 것을 잠시 막을 수는 있지만, 부동산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서 불황이 나타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디플레의 공포와 사회 불안

부동산 기업과 금융 기업들의 위기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을 더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8월 15일 중국공산당 국무원 산하 정보판공실의 발표는 이미 중국 실물경제 침체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올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보다 0.3퍼센트 하락하는 등 소매판매, 산업생산이 모두 둔화했다. 올해 1~7월 고정자산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3.4퍼센트 증가해 예상치를 밑돌았다. 그중 부동산 개발 투자는 지난해 동기보다 8.5퍼세트나 감소했다(시장 예상은 8.1퍼센트 감소). ‘위드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중국 경제 회복은 요원한 것이다.

중국의 7월 수출입도 전년 동기보다 하락했다. 수출은 9.2퍼센트 하락해 수입 하락폭(6.9퍼센트)보다 컸다. 지난 6월에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퍼센트가 하락했다. 수출 감소는 그동안 중국 경제의 고성장을 이뤄 온 원동력이 소진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중국의 물가 하락이 전 세계 인플레 억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은 상황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중국의 디플레이션은 생산재 수요의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심각한 세계경제 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

중국 경제는 고속 성장은 고사하고 5~6퍼센트대의 중속 성장조차 힘들 전망이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퍼센트대 중후반으로 낮추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제로코로나 봉쇄 조처로 3퍼센트에 그쳤다. 게다가 “JP모건이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더 낮은 4.2퍼센트로 전망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이 마오쩌둥 시대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5퍼센트 미만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수도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이처럼 위기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듯한데, 아직은 위기 대처를 두고 중국 지배계급 내 갈등이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7월 25일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이 교체된 것은 의미심장한 소식이다. 시진핑 정부 3기가 출범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인민은행장이 물러난 것은 부동산발 경제 위기 대응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판궁성(潘功勝) 신임 행장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집은 주거용이지 투기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고, “헝다그룹 등 일부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오랫동안 빚을 많이 내서 경영을 하다 심각한 고혈압을 앓고 있다”고 지적했다. 헝다나 비구이위안 같은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도 위기가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는 것은 차단하겠지만 부동산 기업 지원을 위한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큰 파장 없이 사그라들고 이로 인한 악영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는 ‘질서 있는 파산’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사태는 예측보다 더 심각하게 흐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배 관료 내의 갈등과 충돌도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시진핑 정부에 대한 대중적 불만은 이미 만연해 있다. 지난해 11월 제로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가 주요 도시에서 벌어져 시진핑 정부를 한 발 물러서게 만들었다. 연금이 축소되자 백발의 퇴직자들이 거리로 나와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신규 일자리가 대폭 줄어들자 공식 통계로도 청년(16-24세) 실업률이 21.3퍼센트에 이르렀다. 올여름 신규 대졸자가 1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로 올라갔다. 실제 청년 실업률은 공식 통계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베이징대학 장단단 교수팀은 지난 3월 청년 실업률이 46.5퍼센트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청년들의 불만에 초점을 제공함으로써 탕핑(躺平, 누워서 쉬다) 같은 소극적 저항을 넘어 백지시위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까 봐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중국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위기에 처하면 미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자 연대〉

경제 위기 심화시키는 제국주의 경쟁

미국과의 경쟁은 중국 경제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술과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중국도 반간첩법(反間諜法)의 확대 적용과 대외관계법의 시행 등을 통해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외국 자본의 중국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작년 동기와 비교해 비슷하지만, 그린필드FDI(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는 방식의 투자) 건수는 지난해 1분기의 34퍼센트에 그쳤다.

부동산발 경제 위기는 중국 경제 성장이 침체된 세계경제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가 물 건너갔음을 보여 준다. 이제 중국은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발작 같은 위기와 함께 경기 둔화로 인한 저성장이 새로운 정상 상태(신창타이新常態)가 될 것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직후에는 중국이 세계경제의 백기사 구실을 했지만, 이제는 세계경제의 회복을 가로막는 물귀신이 된 것이다.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든, 중국과 세계경제의 밀접한 연관으로 보든 중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중국을 세계경제로부터 분리시킨다는 디커플링(decoupling)은 물론이거니와 중국 경제로부터 오는 위험을 차단한다는 디리스킹(derisking)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발 경제 위기는 미중간 제국주의 경쟁을 더욱 첨예하게 만들 것이고, 이는 동북아와 세계 전체를 정치적·경제적·군사적으로 더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