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대결 태세를 강화한 중국 양회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 3월 13일 끝난 양회(우리의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국정 자문기구 역할을 하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주의를 끈 사건은 3기를 시작하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만장일치의 지지나 시진핑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이 정부 요직을 모두 차지한 사실이 아니다. 시진핑 1인 독주 체제는 이미 지난해 10월에 열린 당대회에서 예견된 바였다.
이번 양회를 집약해 보여 주는 용어는 ‘당강정약’(黨强政弱 당은 강하고 정부는 약하다) 또는 “당의 전면적 영도”이다. 물론 중국 지배 관료가 평소에도 중국은 공산당이 이끄는 국가라고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당의 전면적 영도”를 강조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양회는 치안 유지와 금융·첨단기술 부문 관리 권한을 국무원(한국의 행정부)에서 공산당으로 넘기기로 했다. 공산당이 산하에 내무공작위원회(가칭)를 신설해 치안·안보·호적을 관리한다는 것은 체제에 저항하는 세력을 단속하고, 이데올로기로도 통제하겠다는 의미다.
체제 저항 세력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나 토지 몰수에 항의하는 농민들, 또는 민주적 권리를 요구하는 사람들과 차별에 맞선 소수민족 등을 가리킬 수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개편은 향후 예상되는 미국과의 본격 충돌 및 대만 통일을 대비해 공산당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논평했다.
당강정약
첨단기술 부문의 강화는 2015년에 천명한 ‘중국제조2025’의 연장선 상에 있다. 시진핑은 이번 양회에서 특별히 과학기술의 자립·자강을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텐센트, 바이두 등 플랫폼 기업주들이 아니라 반도체·인공지능·전기차 기업주들이 이번 양회에 참석했다.
첨단기술 분야 중에서 미국과 중국이 최근에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영역이 반도체와 2차전지다. 바이든은 미국 반도체 장비들의 중국 수출 중단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고사시키려 하고 있다. 그런다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주저앉지는 않겠지만 서방 선진국 수준을 따라가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다.
또, 바이든은 중국산 배터리의 해외 수출을 막기 위해 ‘인플레 감축법’(IRA)을 만들었다. 인플레 감축법이 인플레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바이든은 반도체나 2차전지 관련 산업을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여기고 있다.
유럽연합도 인플레 감축법과 비슷한 목적으로 ‘핵심광물자원법’(CRMA)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은 국진민퇴, 공동부유를 평소처럼 강조했다. 양회의 한 회의에서 그는 “먼저 부자가 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부를 이끈다”(先富帶後富)면서 민간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촉구했다. “국유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공동부유를 촉진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메시지다.
시진핑이 이번 양회에서 정말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이끄는 서방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및 억압으로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도전을 초래했다”며 이례적으로 미국을 지목했다. 양회 개최 직전에 있었던 ‘정찰풍선’ 소동이나 최근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중국 압박에 대한 시진핑의 대응이었다.
또, 시진핑은 폐막 연설에서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하며 “외부세력의 간섭과 분리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해, 대만을 지원하는 미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이번 양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점점 치열해지는 미국과의 경쟁에 맞춰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 내부를 통제하고 단속하는 것을 추인하는 결의대회였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