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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중국을 둘러싸고 긴장을 드러낸 G7 정상회의

미국은 중국에 맞선 자본주의 강대국들의 단결을 채근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대결을 위한 이 회의에 G7 국가 외에도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동맹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출처 일본 총리실

다른 곳도 아닌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서방 강대국들의 G7 정상회의는 전쟁을 위한 정상회의였다.

이번 G7 정상회의는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에 맞서려는 미국의 노력이 한걸음 더 나아갔음을 보여 줬다. 미국은 이 회의에 G7 회원국인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뿐 아니라 브라질·인도·한국·베트남까지 끌어들였다.

G7 국가들은 온라인 언론 〈폴리티코〉의 표현대로 “중국을 겨냥한 강경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규탄하고, 미국이 후원하는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반대하겠다고 경고했다.

“경제적 강압” 규탄은 우스우리만치 위선적이다. 중국이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등의 방식으로 오스트레일리아나 한국 등에 정치적 압력을 가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런 전술은 역효과를 내어 두 국가가 중국과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그 동맹 체제 쪽으로 더 기우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미국이 지배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이 잔뜩 외채를 진 개발도상국에 신자유주의 “워싱턴 컨센서스”를 강요한 것은 “경제적 강압”이 아니었나. 미국은 갈수록 제재를 무기로 쓰고 있고, 러시아뿐 아니라 더 많은 나라들을 상대로 그러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강압”이 아닌가.

유럽연합은 군사력이 없는 대신 “경제적 강압”을 전문으로 한다. 그 특기를 이용해 유럽연합은 지난 10여 년 동안 그리스·영국·스위스를 압박하지 않았던가. 물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과 주최국 일본의 총리 기시다 후미오는 이번 G7 정상회의를 십중팔구 성공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말이다.

노무라 은행의 크리스토퍼 윌콕스가 지적하듯이 중국과의 충돌은 “일본에 매우 득이 된다. 일본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이고, 투자하기 좋은 매우 풍부한 시장과 세계적 수준의 기업들이 있는 곳이다. 아시아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국제 투자자들이 향후 5~10년 동안 투자할 곳은 그곳뿐이다.”

이번 G7 정상회의가 전쟁 회의인 둘째 이유는 물론 우크라이나와 관련 있다. 무엇보다, 그 회의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높은 연단에 설 기회였다. 젤렌스키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들러 아랍연맹 회의에서도 연설했다.

젤렌스키가 히로시마를 방문한 주된 목적은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와 브라질 대통령 룰라 다시우바를 기습적으로 만나는 것이었던 듯하다. 인도 정부와 브라질 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대리전을 지지하지 않았고,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디와 룰라의 체면을 깎아서 그들을 친서방 진영에 줄 서게 하려는 젤렌스키의 시도는 물거품이 된 듯하다. 젤렌스키는 룰라를 만나지도 못했다.

인도로 말하자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하기로 한 인도의 결정은 푸틴 정부의 중요한 버팀목이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산 석유 수출은 침공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중 80퍼센트가 중국과 인도로 수출됐다. 러시아산 석유는 국제 석유 가격보다 싸게 팔린다.

에너지 위기가 한창인 때 모디가 젤렌스키의 훈계를 듣고 값싼 러시아산 석유를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단단히 착각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거슬러 오히려 석유 카르텔 오펙플러스에서 러시아 정부와 더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더 일반적인 사항이 있다. 지난주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인정했다. “지금은 신흥국들에 유리한 때다. ⋯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며 많은 비서방 국가들은 또다시 저 위선적인 서방 강대국들이 보건이나 기후 변화 같은 전 지구적 문제보다 자기 이익과 관심사를 더 우선하고 있다고 흘겨보고 있다. 비서방 국가들은 두 가지 커다란 기회를 감지하고 있기도 하다. 하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득을 볼 기회다. 다른 하나는 1945년 이후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그들이 보기에 진작 이뤄져야 했을 오랜 숙원을 이룰 기회다.”

강력한 신흥국들은 전쟁이 주는 이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G7 정상회의가 열리던 주말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명백히 그 회의를 겨냥해 중앙아시아의 5개 옛 소련 소속 국가들과 정상회의를 열었다. 회의 장소인 시안은 당 제국(618~907년)의 수도였던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경제적으로는 푸틴을 지원할 태세가 돼 있을지는 몰라도, 푸틴이 서쪽 전선에서 고전하는 동안 푸틴의 “근외 지역”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G7 국가들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은 갈수록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런던대학교 킹스칼리지 유럽학 명예교수이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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