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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천안함을 묻는다 – 의문과 쟁점》(강태호 엮음):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 “결정적 증거가 결정적 의문”

우파는 2010년 천안함 침몰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하고, 이에 일체의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해 왔다. 그러면서 천안함 사건을 한미동맹 강화와 군비 확장의 근거로 이용했다.

최근에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민주당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됐다가, ‘천안함 자폭’을 언급한 과거의 SNS 글로 집중 공격을 받자 스스로 물러났다.

물론 ‘천안함 자폭’은 음모론적인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발표 당시부터 숱한 합리적 문제 제기에 부딪혀 왔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고 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북풍’의 소재로 활용했지만, 10여 일 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천안함을 묻는다 - 의문과 쟁점》 강태호 엮음, 창비, 2010년, 308쪽, 16,000원

《천안함을 묻는다 – 의문과 쟁점》은 논란이 한참이던 2010년 7월,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14명의 글을 엮어 출간됐다. 저자들이 제기하는 합리적 반론들은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고 결코 쉽게 단정할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당시 정부가 꾸린 민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은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인 5월 20일 “북한제 250킬로그램 중어뢰가 천안함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그 ‘결정적 증거물’로 5월 15일 사고 해역 30~40미터 부근에서 건져 올린 어뢰 추진체 파편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결정적 증거물은 오히려 “결정적 의문”을 낳았다. 특히 여러 과학자들이 매우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 책에는 그중 한 사람인 이승헌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의 글이 실려 있다.

저자들은 폭발이 있었는지 여부부터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어뢰 추진체 외의 다른 파편과 부품, 외피 조각들은 발견되지 않았고 천안함 선체를 가격한 흔적도 없기 때문이다.

합조단은 물의 저항 때문에 파편들이 천안함을 가격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작은 파편이 채 6미터도 밀리지 않았는데, 추진체와 같이 크고 무거운 부품이 어떻게 30미터 이상 밀려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생긴다.”

합조단이 발표한 선채 내부 탄약고 사진에 탄약들이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인 것도 의문을 낳았다. 비유하자면 “다량의 생수를 차의 트렁크에 가지런히 싣고는 운전 중에 뒤차에 받혔는데, 트렁크를 열어보니 생수병들이 흐트러짐 없이 원상태로 있는 것과 같다.”

발견된 어뢰 추진체가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어뢰의 일부가 맞는지도 입증돼야 할 문제다. 합조단은 천안함과 어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하얀 흡착물질의 구성원자와 결정구조가 같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서재정 교수는 “A가 먹는 밥과 B가 먹는 밥의 구성원자도 같고 결정구조도 같으므로 두 밥이 같은 밥통에서 만든 것이라는 논리와 같다”고 논박한다. 다른 밥통, 즉 다른 이유에서 흡착된 물질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이런 논리적 비약뿐만 아니라 합조단이 제시한 흡착물질 분석 데이터 자체에 대한 과학적 의문도 제기한다.

400미터

한편, 당시 한국기자협회·한국PD연합회·전국언론노조는 침몰 장면을 찍은 열영상관측장비 영상을 토대로 계산한 폭발 원점이 합조단이 발표한 폭발 원점과 최소 400미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는 또 다른 의문점을 낳았다. 실제 폭발 원점과 4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어뢰 추진체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의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발견된 어뢰 추진체가 북한제가 맞는지도 논란거리다. 합조단은 어뢰 추진체 표면에 파란색 유성매직으로 쓰여 있는 ‘1번’ 한글 표기가 “북한산 어뢰의 표기방법”과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남한에서도 쓰이는 표기법을 북한산 어뢰 표기방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어처구니없지만, 어떻게 폭발의 화염 속에서 ‘1번’ 글씨만 남아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뢰는 부식을 막기 위해 페인트를 칠해 놓는데, 폭발 시 열기로 “외부의 페인트가 탔다면 ‘1번’도 타야 했고, ‘1번’이 남아 있다면 외부의 페인트도 온전히 남아 있어야 한다.”

우격다짐 정부가 북한 어뢰의 천안함 폭침 증거로 내놓은 어뢰 추진체의 ‘1번’ 표기 ⓒ사진공동취재단

물론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진실을 알기 어려운 이유는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합조단 조사 인원 47명 중 “정부출연기관과 관련자 등을 제외한 순수 민간연구자는 10명 이하”였다. 그중 한 명이었던 신상철 당시 〈서프라이즈〉 대표는 천안함의 항적 같은 기초적인 정보를 군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제공받지 못했고, “당시 합조단에서는 ... ‘좌초’[와 같은 다른 가설]에 관해서는 일절 논의조차 할 수 없게 했다”고 책에서 말한다.

게다가 정부와 우파는 소송 등으로 문제 제기를 막으려 했다. 신상철 대표 역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해 지난해에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를 외치며 서해상의 긴장 완화를 위해 남북 당국이 맺은 합의들을 깡그리 무시했고, 그 결과 서해에 긴장이 쌓이고 있었다. 설령 북한의 공격이 사실이라면, 이런 강경한 대북 정책이 북한의 보복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봐야 한다. 강경책으로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애꿎은 청년들을 희생시키며 비극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또 당시 미국 오바마 정부는 천안함 사건을 명분 삼아 후텐마 미 공군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하려던 하토야마 당시 일본 정부의 시도를 좌절시켰다. 하토야마 정부가 물러나면서 갈등을 겪던 미일 관계가 다시 회복됐다.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을 다잡은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제국주의적 경쟁이 한반도 불안정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윤석열 정부와 우파가 천안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게 하며 추구하는 방향은 이런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 책이 여전히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