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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반란의 불꽃이 타오른 프랑스

방화와 약탈은 프랑스 사회의 깊은 계급 분열과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를 보여준다 ⓒ출처 Toufik-de-Planoise

리옹은 전쟁터가 됐다. 인구 150만 명이 넘는 프랑스 제3의 도시 리옹에서 밤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경멸과 체계적 차별에 시달려 온 사람들이 반란에 나선 것이다.

지난주 알제리계 10대 청소년 나헬이 경찰에게 처형당한 사건을 계기로, 오랜 세월 체제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다는 정당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반격에 나섰다.

리옹의 인종차별 반대 활동가 엘렌은 〈소셜리스트 워커〉에 이렇게 말했다. “경찰은 거대한 분노에 밀려 여러 번 후퇴해야 했습니다.” “그 분노는 당국을 겁에 질리게 했습니다. 사회 꼭대기 층이 이렇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가난하고 무시당하던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서가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보고 미국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좋은 일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미 곤경에 처해 있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그가 통치 정당성을 잃었다고 보고 그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소요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크롱에 대한 분노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경찰과 정예 부대가 투입돼 며칠 후 도심의 시위를 대부분 진압했다. 그러나 빈곤층과 북아프리카계가 많이 거주하는 교외 지역인 베니시외와 기보르에서는 시위가 계속 격렬하게 이어졌다.

경찰에 의한 살인이 급증한 것은 2017년 당시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사회당 소속)가 ‘정당방위’를 위한 경찰의 총기 사용 기준을 완화하도록 법을 개정하면서부터였다. 법 개정 이후 ‘지시 불응’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급증했고, 지난해 그 수는 최소 13명에 달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소요의 규모는 정부의 연금 개악에 맞서 수개월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와 파업이 프랑스 사회에 불쏘시개를 잔뜩 남겨 놓았다는 것을 보여 줬다.

연금 개악 반대 투쟁은 민주주의와 경찰 폭력, 사람들이 어떤 사회를 원하느냐 등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했다. 이번 소요 또한 체제에 관한 중대한 물음들을 제기했다.

두 저항은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서 직접 도출되는 관계에 있지 않다. 그래서 둘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러한 연결을 위해 사회주의자들과 투쟁적인 노동자들은 분투해야 한다. 소요 참가자들과 연대하고 그들을 조직된 노동계급의 힘과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약탈은 정당한 분노

소요 참가자들의 주요 표적은 경찰서와 국가 상징물이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유명 브랜드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리옹에서는 이런 일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약탈도 정치적 행위다.

사용자들과 정치인들의 조직적인 도둑질에 기반한, 불평등이 깊게 아로새겨진 사회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노동에서 뽑아낸 부의 극히 적은 일부를 사람들이 되찾으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잘못된 일도 아니다.

대기업들은 행복과 삶의 충만함이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하는 데 달려 있다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러면서도 그 상품들을 구매할 돈은 갖지 못하게 한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이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마음껏 누리려 한다는 사실에 놀라서는 안 된다. 한편, 국가는 그들에게 복수하려 할 것이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7월 3일 아침까지 3000명 이상이 체포됐다.

그중에는 13세 어린이도 있다. 경찰은 그 아이를 48시간을 꼬박 채워서 구금했다. 6월 30일부터 체포된 사람들의 ‘재판’이 시작됐고, 법원은 정의를 거의 가장하지도 않은 채 줄줄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파시스트 마린 르펜은 경찰을 지지하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 극적인 사태의 배경에는 경찰의 권위에 생긴 문제가 있다. 경찰이 더는 존중받지 못하고 사람들이 경찰에 복종하지 않으며 이러한 유형의 무규율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낭테르의 한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서 비슷한 소요가 일어났던] 2005년 이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어른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우리가 읽은 글들도 그렇게 전하더라구요.” 청년들은 경찰에 희생된 사람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성토했다. “그간 테오, 아다마, 자이드, 부나가 희생됐고 이제 나헬이 죽었습니다. 경찰은 오랫동안 과실을 범해 왔지만, 경찰은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어요. 상황이 나아지려면 반란을 일으켜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는 힘껏 소란을 일으켜야 해요.”

거리에서 벌어지는 전투적인 대중 시위만이 나헬을 위한 진정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전쟁을 준비하는 경찰 ‘노조’

프랑스 경찰의 절반을 대표하는 ‘노조’들은 지난주 자신들이 ‘기생충들’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연맹과 전국자율노조연맹(UNSA) 조직들은 성명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오늘 경찰은 교전 중이다. 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파시스트와 극우의 수사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이 야만적 무리에게는 진정을 촉구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강제로 진정시켜야 한다”고 이들은 덧붙였다.

“지금은 노동쟁의가 아니라 이 기생충들에 맞설 때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더 많은 면책과 자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내일 저항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마크롱이 그들의 요구를 상당히 들어줄 것은 뻔하다.

경찰들은 나헬을 살해한 경찰관이 구금된 것에 불평했고, 가장 파시스트적인 경찰 “노조”인 프랑스경찰노조는 나헬을 쏜 것을 환영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구설수에 오르자 이를 삭제했다.

경찰의 살인과 거짓말

이번 소요는 경찰이 17세 소년 나헬을 총으로 쏴 죽인 뒤 거짓말을 한 것을 계기로 분출했다.

경찰은 지난달 27일 파리 외곽의 낭테르에서 나헬을 총으로 쐈다. 경찰은 나헬이 차를 세우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고 경찰관들을 향해 돌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위터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경찰은 교통 체증으로 멈춰 선 나헬의 차량 옆에 서 있었다.

한 경찰관이 운전석에 있는 나헬에게 총을 겨눴고 나헬이 차를 몰고 가 버리려 하자 그 경찰관은 나헬의 심장을 쐈다. 그 영상을 보면 이 살인자가 발포하기 전 한 경찰관이 “네 머리에 총알을 박아 넣겠다”고 위협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다른 경찰관이 “쏴 버려”라고 말한다.

또 다른 영상에는 현장에 출동한 구급 대원이 경찰관에게 분노를 터뜨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쟤는 제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애라고요. 쟤 엄마가 혼자서 쟤를 키웠어요. 그런 애를 자기 손으로 묻게 생겼단 말이에요.” 그러자 경찰은 그 구급 대원을 체포했다.

6월 27일 밤 분노한 시위대가 쓰레기통을 불태우고 버스 정류장을 부수고 낭테르의 도로를 차단하려 했다.

6월 28일에는 다시 낭테르, 툴루즈, 릴, 루베, 렌, 리옹, 아미앵 등 파리 교외의 넓은 지역으로 반란이 확산됐다. 몇몇 지역에서는 경찰이 퇴각해야 했다.

경찰은 6월 29일 나헬의 어머니 무니아가 지지한 약 6000명 규모의 추모 시위를 최루탄으로 진압해 울분을 더욱 키웠다. 경찰과 경찰 말을 고분고분 받아쓰는 언론들은 피해자를 헐뜯으려 했다.

나헬이 무시무시한 전과자라는 얘기도 나왔다. 거짓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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