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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 대회:
1만 7천 명이 집결해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을 규탄하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유가족 및 4대 종교 추모 기도회를 마친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 삼각지역을 지나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5시, 분향소가 위치한 서울시청 광장에서 시민 추모 대회가 열렸다. 추모 대회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가 주최했다.

넓은 서울광장이 빈 곳 없이 1만 7000명 이상(주최 측 추산)의 추모 물결로 가득 찼다. 분향하려는 사람들의 줄은 광장 한쪽 끝에서 반대편 끝 너머까지 길게 늘어섰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젊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참가한 모습이 특히 눈에 띄었다.

같은 아픔을 가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 그리고 무책임한 정권의 또 다른 피해자들인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수해 참사 유가족들도 참가했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경찰과 검찰 그리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을 기각한 헌법재판소까지 국가 전체가 나서서 참사를 덮으려고 했다.(관련 기사: ‘이태원 참사 1년: 159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단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본지 479호)

그러나 이날 추모 대회에 모인 커다란 인파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태원 참사가 여전히 가슴 아프게 남아 있음을 보여 줬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유가족들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민 추모 대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유가족의 가슴 찢어지는 발언을 들을 때면 공감과 분노의 마음으로 하나가 됐고,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참사 당일 아들이 입고 있던 모자와 겉옷을 입고 무대에 오른, 고 김의진 씨의 어머니 임현주 씨는 눈물을 쏟으며 정부를 비판했다.

“사랑하는 김의진. 착하고 성실하게 살았으므로 오래오래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 엄마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졌구나.

“사회적 참사 앞에 분명히 희생자와 피해자가 있는데도 누구 하나 진실을 밝히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국가와 행정 기관은 예방·예비·대응·수습 모든 영역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했음에도 지금까지도 무시와 외면으로 피해자들을 절규하게 하고 있단다.”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조승진

고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독립적 진상 규명 기구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명확히 예측됐고, 사전 계획과 경고가 있었습니다. 그 계획을 실행했다면 우리가 유가족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

추모 대회에는 야4당(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대표들이 추도 발언을 했고, 다수의 자국민 희생자가 발생했던 이란의 대사와 러시아의 영사도 참가했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은 유가족이 추모 대회 참가를 요구하며 마련해 둔 자리를 차갑게 외면했다.

대통령실은 언론을 통해 “유가족들이 마련한 추모 행사로 생각했는데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 집회 성격이 짙다”는 이유를 댔다.

또다시 이태원 참사 항의 운동의 불가피한 정치 운동적 성격을 불순한 것으로 매도하고, 유가족들이 불순 세력의 조종을 받는 듯이 암시한 것이다.

윤석열의 이런 대응과 정부·여당 대표자들의 불참 때문에 야당 대표들의 추도 발언에서 정권 규탄이 강하게 나오면 대열에서 호응이 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무대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보냈다. 특별법 통과 등 민주당이 유가족의 바람을 제대로 대변하기를 바라는 바람의 의미였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반성 없는 정부”와 “국가의 무능, 무책임”이 이태원 참사 이후로도 오송 참사와 채 상병의 죽음을 낳았다고 비판했다. 또,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약속했다.

다른 야당 대표들도 모두 특별법 통과를 강조했다.

‘세월호 세대’로서 그간 이태원 참사의 정의를 밝히려 목소리를 내 온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은, 가장 고통받는 국민 곁에 서 계셨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까지도 본인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이토록 무능하고, 무책임하고 심지어 비정한 정권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진보당 윤희숙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책임을 지기 싫으면 그 자리를 내려놓으라”고 비판해 박수를 받았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반드시 심판하자고 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서 유가족이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땅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다 ⓒ조승진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도 곳곳에서 표출됐다. 일부 유가족과 참가자들은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윤재옥 등이 보낸 근조 화환을 망가뜨리며 울분을 드러냈다.

또, 궁색하게 “개인 자격”이라는 단서를 달고 추모 대회에 참가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요한은 생존 피해자가 발언을 시작하려는 때에 광장을 빠져나가려다 참가자들의 야유와 항의를 받았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방해로 성과가 없었던 국정조사, 면죄부 투성이였던 경찰 특수본 수사, 이상민 탄핵을 기각시킨 헌재 등을 돌아보면, 지난 1년은 이태원 참사 문제 해결의 과제를 조금이라도 성취하려면 정부와 맞서 싸우는 만만찮은 정치 운동이 있어야 함을 깨닫게 했다.

지난해 말 이태원 참사 항의 운동이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다. 지난해 말,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긴밀하게 움직인 참여연대, 한국진보연대, 민변 등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정의당 등은 진상 규명이 우선이라며 윤석열 책임 부각론과 선을 그었다. 그리고 거리 정치 운동 건설 대신 국정조사 등 국회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그러나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의 배경인 권위주의적인 집회 통제와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한 진정한 책임자이다.

최고 권력자이자 진정한 책임자인 대통령 윤석열과 정면으로 싸우는 일을 회피해서는 윤석열 이하 책임자들조차 처벌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졌다.

윤석열이 1주기 추모 대회에 오지 않은 진짜 이유 또한 이태원 참사 책임 규명 운동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초점이 자신에게 모이게 될 것임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을 가득 채운 추모 인파가 증명해 주듯이,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를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울 수도 없고, 참사를 떠올릴 때마다 다시금 살아날 대중의 깊은 분노를 없애지도 못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에게 그랬듯이 말이다.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 많은 사람들이 1년 전 참사를 잊지 않고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 많은 사람들이 1년 전 참사를 잊지 않고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 많은 사람들이 1년 전 참사를 잊지 않고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꽃과 과자 등을 두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길에 많은 사람들이 1년 전 참사를 잊지 않고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골목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참사 유가족 및 4대 종교 관계자들이 추모 기도회를 열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열린 참사 유가족 및 4대 종교 추모 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조승진
“내 딸을 잊지 말아주세요.”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참사 현장이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려인 고 박율리아나 씨의 아버지 박아르투르 씨가 딸의 사진을 들고 유가족 및 4대 종교 추모 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유가족 및 4대 종교 추모 기도회를 마친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 삼각지역을 지나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유가족 및 4대 종교 추모 기도회를 마친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 삼각지역을 지나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유가족 및 4대 종교 추모 기도회를 마친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이 대통령 집무실 앞 삼각지역을 지나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유가족들과 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에 도착해 시민 추모 대회를 열고 묵념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 추모 대회에서 한 유가족이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한없이 울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 추모 대회에서 한 유가족이 눈시울을 붉히며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 한 여성이 헌화한 후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떠나고 있다 ⓒ조승진
이태원 참사 1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시민 추모 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보랏빛 별들이 광장을 장식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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