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노조 파업 예고:
노동조건 개선과 지하철 안전을 위한 정당한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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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노동자들(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이 지난 11월 9~10일 경고 파업에 이어 11월 22일부터 파업 돌입을 예고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서울지하철 재정 적자를 이유로 한 인력 감축안을 철회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사측은 2026년까지 2212명(정원의 13.5퍼센트)을 감축하겠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앞서 경고 파업 전 노조와의 교섭에서 신규 채용 규모를 애초에 제시한 것보다 더 늘렸는데도 노조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사측의 신규 채용 제시안은 기존에 노조와 합의한 인력 충원(노선 확대 및 역사 1인 근무 해소에 필요한 인원)을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다. 올해 퇴직 인원 276명에 대한 충원은 빠져 있어 충원 인원은 준다. 가뜩이나 인력 부족으로 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더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지축 기지에서 일하는 한 차량 노동자는 사측의 인력 감축 시도를 이렇게 규탄했다.
“일이 늘어나서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지, 많이 뽑는 것처럼 말해선 안 됩니다. 지금도 육아휴직과 군 입대 등 결원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가 인심 쓰듯 말하는 것에 화가 납니다.
“사측의 제시안대로면, 4년간 퇴직 인원에 대해 충원은 없다는 게 핵심입니다. 지금도 차량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에 따른 업무 과중으로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 1명이라도 줄이는 것을 받을 순 없습니다.”
또한 사측은 “안전과 관련 없는 인력을”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민간에 위탁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측이 제시한 그 대상은 차량 운전과 정비, 시설 유지·보수 등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열차 운행을 위해 꼭 필요한 업무이다.
또한 일부 직종의 근무 형태를 개악해 노동강도를 강화하겠다는 안도 내놨다.
이런 사측의 공격은 지하철 노동자들과 이용 승객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줄어든 인력 때문에 노동자들의 피로도는 더욱 높아지고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안전 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파업은 노동조건을 지키고, 지하철 안전과 공공서비스를 위한 정당한 투쟁이다. 인력 충원 요구는 실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파업을 위축시키려는 거짓말들
서울시와 사측은 파업에 나서는 조합원들(서울교통공사노조원)을 고립시키고 파업을 위축시키고자 거짓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서울시와 사측은 ‘지하철 적자 해소를 위해 요금을 인상했으니 지하철 노동자들도 고통 분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수 공공서비스인 대중교통이 적자를 내는 게 왜 문제인가? 서울지하철 적자의 상당수는 교통 복지(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을 지원하는 무임 수송, 환승 할인, 심야 연장 운행, 조조 할인, 정기권 할인 등)를 제공해서 생긴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마땅히 재정을 투입해야 할 ‘착한 적자’다.
오히려 서울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이야말로 고물가와 고금리 등 생계비 상승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등 서민층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한편 사측과 친기업 언론들은 서울지하철 안에 노조가 3개 있다는 것을 이용해 서로를 이간질하고, 서울교통공사노조의 파업이 사내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떠든다.
이는 조합원 수나 파업 찬반 투표 결과를 보면 사실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 전체 직원 1만 6000여 명 중 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조원은 약 3분의 2에 해당한다(1만 1000여 명). 파업 찬반 투표는 서울교통공사노조원뿐 아니라 한국노총 소속의 2노조 조합원까지 총 1만 4000여 명이 참가해 81퍼센트 투표율에 73.4퍼센트 찬성으로 가결됐었다.
물론, 현재 3개 노조 모두 파업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유감이게도 지난 경고 파업에 2노조는 참여하지 않았고 이번 파업에도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노조 조합원들이 민주적으로 결정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3노조(‘MZ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는 파업을 반대한다. 사측의 구조조정 공격의 원인을 동료 노동자 탓으로 돌리며 2018년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약 1300여 명을 다시 외주화하라고 요구한다. 이는 동료 노동자 간 분열과 갈등을 낳고, 사측의 공격에 우리측을 취약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지난 경고 파업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는 높았다. 이틀간의 파업 집회에 실제 파업 돌입 인원(약 4500 명)보다 많은 6000여 명이 참가했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파업 가능 인원이 제한돼 있음에도, 파업 참가권이 없는 필수유지업무 조합원들도 파업 집회에 참가해 힘을 보탰다.
실제 파업 참가자 수도 지난해 파업 참가자 약 2700명보다 훨씬 많았다. 구조조정 계획을 완강하게 추진하려는 오세훈에 맞서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바람이 상당한 것이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작업장 바깥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11월 7일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정당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민의 안전한 삶을 위해 우리는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총파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진보 정당들은 서울 시내 주요 거점 여러 곳에 파업 지지 현수막을 게시했다. 10월 31일에는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 소속 노동자들이 서울지하철 파업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원들이 굳건히 파업 투쟁을 벌여 성과를 얻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