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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화석 자본》:
마르크스주의로 본 화석연료 경제의 기원

안드레아스 말름은 스웨덴 룬드 대학에서 생태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기후 운동가이다. 그는 2015~2018년 독일에서 벌어진 석탄 발전소 폐쇄 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기후 운동에 동참해 왔다. 《화석 자본: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두번째테제, 2023)은 그의 대표작으로 2016년에 출판돼 아이작 도이처 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화석 연료 경제의 기원에 대한 훌륭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이며 기후 운동가라면 누구나 읽어 봐야 할 필독서다.

《화석 자본 : 증기력의 발흥과 지구온난화의 기원》 안드레아스 말름 지음, 두번째테제, 708쪽, 38000원

말름은 화석 연료 경제가 시작된 19세기 초 영국에 주목한다. 바로 그때 그곳에서 에너지 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 선택한 첫째 에너지원은 흐르는 물이었다. 영국 면방직 공장의 기계는 흐르는 강물에서 물레방아를 통해 동력을 얻었다.

제임스 와트가 복동식 증기기관을 발명한 1784년 이후로도 수십 년 동안 수력은 증기기관에 비해 훨씬 저렴한 에너지원이었다. 1833년에 이뤄진 영국 정부의 공장 조사에서도 공장주들은 “수력이 훨씬 저렴하다”고 답했다.

“절대적인 용량, 운동의 균일함, 에너지 효율, 그 어느 측면에서도 기관은 수차를 압도하지 못했다. 실상은 차라리 그 정반대에 가까웠다.”

그러나 수력의 수많은 장점에도 자본가들은 숙련된 노동력을 더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도시에 공장을 짓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을 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알게 됐다.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처(해고, 대체인력 투입 등)하는 데에도 노동력이 풍부한 도시가 유리했다.

말름은 지하에서 캐낸 석탄이, 강에 인접해야 하는 수력과 달리 자본가들에게 “시공간적 자유”를 부여해 “도시로 가는 티켓”이 됐다고 지적한다.

당시 증기기관의 생산력은 수력에 한참 못 미쳤지만 자본주의적 경쟁 시스템과는 더 잘 어울렸다.

5장 ‘전환의 수수께끼’에서 말름은 당시 수력 엔지니어들이 여러 공장에 물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장치를 얼마나 훌륭히 설계했는지 보여 준다. 거대한 저수지와 수문, 수로는 당대 증기기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안정되고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려 했을 때 자본가들은 전체 투자 비용 중 얼마를 분담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퉜다. 증기기관은 전체로 보아서는 비용이 더 많이 들지만 경쟁 속에 있는 자본가들은 “남들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한 절대로 [투자]하지 않는다.”(1843년, 수력 엔지니어 로버트 톰)

이는 오늘날에도 자본가들이 경쟁 때문에 기후 위기를 멈출 진지한 조처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다.

요컨대, 말름이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자본가들이 자본주의적 경쟁 관계를 확립하는 동시에 노동자들을 더 효율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화석 연료로 전환했다는 사실이다.

지배자들은 이를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말름은 당시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보호하고(종종 기계 도입에 반대하며) 자신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격렬히 싸웠음을 보여 준다.

말름은 21세기에 들어 화석 연료의 최대 연소처가 된 중국에서도 당시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맨체스터가 1840년대에 ‘세계의 굴뚝’이었다면, 21세기 초에 중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은 주로 세계적 이동성을 지닌 자본이 중국을 장악하여 자기 공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 노동자들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인구가 많은 도시 중심에 도달하기 위해서”

중국 철강공장. 19세기 화석연료 경제가 시작된 영국 맨체스터에서와 똑같은 생산관계가 낳은 산물 ⓒ출처 Lu Guang / 그린피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본 사람들에게 말름의 책은 특별히 의미가 있을 듯하다. 말름은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에는 누구나 경험적으로 이해했을 법한 사실들을 오늘날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힘쓴 듯하다. 말름의 책과 함께 《자본론》 1권의 15장 기계와 대공업에 관한 장을 읽으면 특히 흥미로울 것이다.

말름은 일부 ‘마르크스주의자’의 “생산력 결정주의”를 비판한다. 그러나 말름 자신이 이 책에서 여러 차례 인용했듯이 마르크스 자신은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

말름이 인류세 개념을 일축하는 것이나 노동계급의 잠재력에 관해 회의를 표하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그 점이 이 책의 탁월함에 큰 흠이 되지는 않는다.

말름 자신이 소개한 1842년 영국 총파업의 경험은 21세기에도 재현될 수 있다. 패배의 경험과 약점이 있음에도 오늘날의 세계 노동계급은 여전히 화석 연료 산업을 중단시킬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화석 연료를 캐고, 자동차, 기차와 항공기를 몰고, 발전소를 운영하는 것은 바로 전 세계의 남녀 노동자이다.

우리 모두의 임무는 그 잠재력이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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