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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사건 재수사와 순직 인정을 하라

‘전국교사일동’ 등 교원 단체들이 서울 서이초 사건 재수사와 자살 교사 순직 인정, 그리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요구했다. 전국교사일동은 서이초 교사 자살 이후 연인원 수십만 명의 항의 시위 운동을 석 달간 이끌었던 네트워크이다.

서이초 교사가 7월에 자살한 이후 거의 반년이 돼 가는데도 아주 기본적인 문제들조차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국교사일동과 5개 교원단체(전교조, 교총, 대한초등교사협회, 서울교사노조, 초등교사노조)는 합동으로 12만 5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11월 말 국회(법 개정), 경찰청(재수사), 인사혁신처(순직 인정) 등에 전달하고 즉각 해결을 요구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는 정부와 교육 당국의 본질적 책임을 축소·호도하는 것이다 ⓒ조승진

11월 14일 경찰은 학부모의 서이초 교사 괴롭힘 의혹에 혐의점이 없다며 수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유가족과 교원단체들은 경찰 발표와 배치되는 여러 진술과 증거를 경찰이 무시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전국교사일동도 11월 29일 기자회견에서 경찰 수사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사건 초기 윗선이 민감하게 보고 있으니 빠른 종결을 희망한다며 유가족에게 말한 바 있습니다.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생님의 죽음을 개인사로 축소하고자 하였고 또한 유가족이 요구하는 수사 정보 공개도 미루고 있습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직후 얼마 되지도 않은 8월에 이미 경찰은 학부모의 괴롭힘 혐의가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학부모들이 교사 개인의 핸드폰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경찰은 학부모가 학교로 건 전화가 교사 개인 핸드폰으로 착신 연결된 것을 고인이 착각했다고 설명해 왔는데, 최근 경찰은 그것이 추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전화를 건 사람의 핸드폰만 조사해서는 단정할 수 없는 것을 경찰은 단정하려 했던 것이다.

그래서 8월에 교육부와 합동조사를 했던 서울교육청의 조희연 교육감도 경찰의 ‘혐의 없음’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와 서울교육청 모두 자신들은 학부모 등에 대한 강제수사권이 없으므로 경찰 수사에서 이 의혹들이 밝혀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무엇보다 경찰은 수사 종결 발표 후 유가족이 신청한 수사 기록 공개 요구를 20일 동안 무시하고 있다. 경찰 발표가 진실이라면, 공개를 피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경찰은 수사 기록을 공개하려면 제3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는 이유를 댔는데, 유가족 측은 그 제3자가 가해 의혹을 받는 학부모들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그 학부모는 부부의 직업이 각각 경찰(아내)과 검찰 수사관(남편)이다.

경찰 수사가 이대로 종결되면 유가족은 평생 가족이 죽은 이유도 모른 채 살아가야 한다.

수사가 어이없이 종결되면서 고인의 순직 인정도 기약이 없어졌다.

11월 30일 기자회견에서 교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교원의 순직 인정 신청 17건 중 3건만 인정 받았다.” 일반직 공무원(27건 중 7건)보다 낮은 인정 비율이다.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이로 인한 고소·고발 스트레스, 과중한 업무 등”도 순직 사유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교원단체들은 교사들이 여전히 “정서적 아동 학대”로 무분별하게 신고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 학대 신고가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1.6퍼센트에 불과하다.

재수사와 순직 인정 요구가 정당한 이유다.

어느 때보다 수사 기관을 강화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교사의 억울한 의혹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부실한 수사로 사건을 덮으려 한다.

정부는 교권 보호 운운하지만, 정작 내년도 교권 보호 예산은 찔끔 늘렸고, 교육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 교사 선발 규모도 축소해 버렸다.

11월 29일 교육부는 교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며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발표했다. 권위주의적 학생 통제를 늘리고, 학생의 권리를 학습권으로 한정하는 내용이다. 교권 보호를 일부 진상 학생·학부모 개인들의 문제로 축소·호도하는 것이다.

이는 교사에게 노동기본권도 보장하지 않으며 교사·학생·학부모 모두를 입시 경쟁 교육 시스템의 제물로 만들어 온 정부와 교육 당국의 책임을 피해 가는 것이다.

결국 경찰의 부실 수사는 정부의 이런 기조와 맞닿아 있다. 아주 당연한 책임조차 외면하는 꼴을 보면, 작은 개혁을 위해서조차 힘을 모아 단호하게 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