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팔레스타인: 저항, 연대, 해방을 위한 투쟁’:
다국적 발제자·청중이 더 넓은 전망을 놓고 토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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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서울 성동청소년센터 1층 무지개극장에서 노동자연대가 주최한 포럼 ‘팔레스타인: 저항, 연대, 해방을 위한 투쟁’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매주 열리고 11월부터는 인천·부산·수원·울산으로 확대됐다.
이날 포럼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저항의 의미를 다시금 짚어 보고,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망과 전략을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건설에 앞장서 온 재한 팔레스타인인들과 이집트인들이 노동자연대 활동가와 함께 발제자로 나섰다.
200석이 넘는 강당이 한국, 팔레스타인, 이집트, 아일랜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또, 서울, 인천, 수원, 울산, 부산, 양산 등 여러 지역에서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토론을 매우 진지하게 경청했다. 청중 토론 시간에는 발언 신청자가 너무 많아 부득이 수를 제한해야 했다.
행사를 주최한 노동자연대는 전문 통역사들의 영어·아랍어 동시통역 및 한국어 순차통역을 제공했다. 덕분에 언어의 장벽 없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경험과 의견을 나누고 토론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간은 팔레스타인의 저항 역사와 경험을 나누는 자리였다.
발제자로 나선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는 베들레헴 난민촌에서 자라면서 어른들에게 듣거나 직접 겪은 경험들을 생생하게 전했다.
또, 오슬로 평화협정과 ‘국제 사회’의 개입이 아무 변화도 낳지 못하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주변화시켰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국제적 연대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자지구 출신 난민 살레흐 씨는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할아버지, 삼촌, 외숙모 그리고 많은 친구들을 잃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이 건물을 파괴하고 사람들을 살해할 수는 있어도 우리의 저항 정신만큼은 파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감동적으로 연설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또, 살레흐 씨는 시온주의와 서방 제국주의의 공생 역사를 낱낱이 짚었다.
이원웅 〈노동자 연대〉 기자는 1987년 1차 인티파다가 중동 전역에서 연대 시위를 촉발했고, 2011년 아랍 혁명 때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중요한 쟁점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힘이 어디에서 나올 수 있는지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쟁취하려면 중동에서의 제국주의 질서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 질서를 지탱하고, 혜택을 보고, 그 안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동 정권들에도 도전해야 합니다.”
청중 토론에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조직하고 있다고 밝힌 한 미국인 참가자가 최근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해 커다란 환영의 박수를 받았다.
아일랜드인 참가자는 “아일랜드도 400년 동안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과 큰 공통점이 있다”며, 그런 역사 때문에 자신을 비롯한 아일랜드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매우 각별하게 여긴다고 발언했다.
중요한 쟁점도 제기됐다.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이 주변 아랍 국가들의 반란을 촉구하거나 촉발하는 구실을 해야 하는가, 즉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나 하마스의 ‘주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이 옳은가 하는 물음이 제기됐다. 팔레스타인 해방의 전략이 국제주의적이어야 하느냐 민족주의적이어야 하느냐는 쟁점이었다.
두 번째 시간 ‘내가 경험한 이집트 혁명과 팔레스타인’에서는 2011년 이집트 혁명에 참여했던 마으준 씨와 알리 씨가 발제자로 나섰다. 두 발제자는 이집트 혁명 이후 쿠데타로 집권한 이집트 군부의 혹심한 탄압을 피해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정치 난민이다.
두 발제자는 모두 이집트 혁명의 여파로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국경의 라파흐 검문소가 (일시적으로) 개방돼 가자지구에 구호품과 이집트 혁명가들이 들어갈 수 있었던 경험을 얘기하며, 이집트 혁명이 힐끗 보여 준 팔레스타인 해방의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마으준 씨는 이스라엘의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인의 저항과 아랍의 독재 정권들에 맞선 저항이 매우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서방 정부에게서 무기를 지원받아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아랍 국가의 지배자들이 이스라엘과 협력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과 학살을 계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알리 씨는 “[서방 제국주의가] 아랍의 부와 자원들을 훔치기 위해 [아랍을 식민지로] 점령했고 이 목적하에서 이스라엘이 건국된 것”이라며, “팔레스타인이 점령당하고 있는 한 아랍 대중도 점령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힘 주어 말했다.
청중 토론에선 이집트 혁명이 보여 준 영감과 세계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낳을 정치적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는 발언이 여럿 있었다.
이집트 혁명기에 등장했던 무슬림형제단 무르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놓고 논쟁도 있었다. ‘심층국가’인 군부의 방해로 인해 무르시 정부의 실수는 불가피했다는 주장이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르시 정부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와 사회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물론 토론과 논쟁은 개방적이고 우호적으로 이뤄졌고, 아랍에 새로운 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했다.
살라흐엘딘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도 발언을 했다. 그는 ‘1.13 팔레스타인 연대 국제 행동의 날’ 한국 집회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저항과 그 의의를 강조하는 감동적인 연설로 시위대의 자신감을 고취시켰었다. 이날 발언도 그랬다.
“커다란 포럼 장소가 앞부터 뒤까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참가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굉장히 놀랍고 반갑습니다.
“그 어떤 민족 해방 운동도 고분고분 자신의 땅을 포기한 사례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또한 억압적인 폭정 국가들도 저항에 직면하지 않은 채 순순히 대중에게 권리를 내주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날 토론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운동을 앞으로도 함께 협력하며 더 크게 건설하자는 뜻을 모으는 자리였다.
참가자들은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대표 구호인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Free Palestine!”을 외치며 연대 활동의 지속·강화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