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의 성소수자 관련 정책 변화,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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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커플 비공식적 축복 허용과 트랜스젠더 세례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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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들의 동성 커플 축복을 허용했다. 가톨릭 교회에서 축복(강복)은 성직자가 사람이나 물건에 하느님의 축복을 간구하는 종교 의식이다.
이는 가톨릭 교회의 성소수자에게는 의미 있는 진전이다.
교황은 사제들이 “특정 상황”에서 동성 커플이나 ‘비정상적’인 커플을 축복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이 동성 결혼 일반을 혼인성사로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이는 2021년 교황청 신앙교리성이 “죄를 축복할 수 없으므로 동성 간 결합을 축복할 수 없다”고 성소수자를 야멸차게 내친 것에서 변화한 것이다.
교황청은 지난달 8일에도 트랜스젠더가 가톨릭 세례 성사를 받을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세례 성사는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바티칸의 최근 곤란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교황청의 2인자’이자 보수파인 조반니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이 영국 런던의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에 연루돼 법원에서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교황청은 막대한 투자 손실을 봤다.
이 사건은 교황청의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운영의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돼 빈곤층 지원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이 투자의 밑천이 돼 교계 안팎으로 크게 비난받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교황청이 매우 제한적인 개혁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일부 나라의 주교들은 전에 사제가 동성 커플을 축복하도록 비공식적으로 허용해 왔다. 2019년 퓨리서치 조사를 보면, 미국 가톨릭 신자 10명 중 6명이 동성결혼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번 조처가 단순히 교황청의 물타기 꼼수만은 아닐 것이다. 베치우 추기경 스캔들로 바티칸 내 진보파의 입지가 좀 더 넓어진 것의 반영일 것이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등장할 당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를 내세우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그가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수많은 평범한 신자들과 사제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최근 교황의 행보는 보수파와 타협하며, 기대가 컸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단적으로 올해 10월 열린 제16회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에서는 많은 사람의 기대와 달리 성소수자(LGBT)라는 단어조차 빠졌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여기서 더 나아가 동성 결혼이 가톨릭의 사회교리의 일부로까지 인정되기를 바란다.
이 기사 이후 상황은 ‘아프리카 주교들의 반발로: 교황청, ‘동성 커플 축복’에서 한 발 후퇴’을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