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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아! 팔레스타인 1·2》:
팔레스타인 문제의 어제와 오늘을 만화로 풀다

《아! 팔레스타인 1·2》 원혜진 지음, 바이북스, 196·198쪽, 각권 19000원

《아! 팔레스타인》은 원혜진 작가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만화를 모아 2013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책이다. 2023년 2월에 개정판이 나왔다. 일독을 강추하는 바이다.

이 책은 서안지구를 찾아간 주인공을 통해 팔레스타인 역사를 한국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 간다.

《아! 팔레스타인》은 시온주의 지도자들이 처음부터 유대인 국가 건설을 위해 “유럽 국가의 보호와 지원”을 받으려 했음을 지적한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 영국과 손잡았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영국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했고, 아랍인들의 저항을 탄압하며 시온주의자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했다.

1948년 시온주의자들은 “미국과 유엔의 지원을 등에 업[고]” 건국을 향한 전쟁을 시작하며, 인종 청소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1948년 이스라엘이 파괴한 마을은 418개에 이르렀는데 그 가운데 70퍼센트인 294개는 완전히 파괴되고 22퍼센트인 90개의 마을은 크게 파손되었다.”

《아! 팔레스타인》은 1948년 인종 청소부터 2008~2009년 가자 침공까지 이스라엘이 벌인 침략과 학살을 연대기순으로 폭로한다.

1948년 이후 팔레스타인 난민이 겪은 곤란도 소개한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한 해에 난민 한 명당 13달러밖에 지출하지 못했는데, “이 수치는 사실상 고기나 채소, 과일을 전혀 먹지 않고 산다는 뜻이었다. … 1967년 이후 기부금이 부족해지면서 이 액수는 더욱 줄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의 “자위권” 운운하며 이스라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굴복하지 않고 저항했다. 이스라엘은 비폭력 저항조차 용납하지 않았다. “1967년 7월, 일부 명사들은 간디의 시민 불복종 전술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였고 체포하여 동예루살렘에서 추방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저항하며 돌을 던지면, 이스라엘은 탱크로 무장한 군대로 보복했다.

《아! 팔레스타인》은 이렇게 탄압이 거세지면서, 몇몇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이 무장 투쟁을 벌이게 됐다고 설명한다.

팔레스타인 역사의 변곡점이 된 1987~1993년 인티파다 ⓒ출처 Efi Sharir

1987~1993년 인티파다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난민촌을 중심으로 수만 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군대에 대항하는 투쟁을 벌였다.

“1936~1939년 사이에 있었던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제국주의, 반시오니즘 운동의 역사가 되살아난 것이다.”

인티파다에 충격받은 이스라엘은 잔인하게 대응했다. “이스라엘 군에 의해 수만 명이 부상당하고 1070여 명이 살해되었는데 이 중 17세 미만이 237명이었다.”

그럼에도 저항이 수그러들지 않자, 1993년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오슬로 협정을 맺었다.

《아!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협정에 대해 비판적이다. 처음부터 이 협정은 인티파다를 끝낼 “거대한 떡밥”이었다.

이 협정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과 관련해 단 한마디도 없었다. 또한 “이스라엘은 점령지에 대한 전면적인 군사 통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슬로 협정 이후 가중된 빈곤, 도로 봉쇄, 점령촌 확대에 대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가 쌓여” 결국 2000년에 두 번째 인티파다가 분출했다.

그리고 오슬로 협정에 대해 처음부터 비판적이었던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서방은 총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몰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들을 표적 살해한 데 이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하마스를 지지한 대가”를 물었다. 2006년 가자지구를 대규모로 공습하고 침공했고, 지금까지 이어진 가자지구 봉쇄를 시작했다.

《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핵심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점령이 끝나야 팔레스타인 땅에서 평화와 공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의할 점도 있다

《아!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 쓴 만화책이고, 광범한 대중이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도서이다.

그럼에도 약간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과거 유럽에서 벌어진 유대인 박해의 명분을 별 비판 없이 소개한다. 가령 중세에 유대인은 “고리대금업자”로 일해 “대중의 마음속에 착취자로 각인”됐고 “선민사상이 낳은 유대민족의 우월의식[은] … 타민족에게 배척당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당대 현실의 일면(‘유대인 문제’의 물질적 토대, 즉 그들이 처한 불가피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이용해 만들어진 유대인들에 대한 허구적 편견이다.

물론 작가는 유대인 혐오를 지지하지 않는다. 그가 이스라엘 국가와 유대인들을 동일시하지 않고 있음은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주로 극우가 편견을 이용해 유대인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현실의 상이한 유대인들을 정형화하는 주장은 팔레스타인 연대에 도움이 안 된다.

둘째, 《아! 팔레스타인》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배경에 ‘이스라엘 로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도 극우의 유대인 혐오에 무방비 상태로 만들 위험이 있다.

“미국의 유대인은 정치, 경제, 금융, 학계,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동 정책 기조는 이스라엘 로비 단체가 설정한 범주를 넘지 않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이스라엘 로비와 압력”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이스라엘 측의 로비가 왜 유독 미국 권력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설명할 수 없다.

미국 지배계급은 단지 로비 때문이 아니라 자신에게 (제국주의적) 이익이 되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에 반항하는 중동 국가들을 응징할 수 있음을 이스라엘이 1967년 중동 전쟁에서 입증하자, 미국은 이스라엘 지원을 크게 늘렸다.

석유가 나는 중동을 지배하려면 미국은 현지에 이스라엘 같은 믿음직한 동맹국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미국의 영향력과 이해관계를 지키는 경비견 노릇을 하며, 그 대가로 미국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 왔다.

따라서 미국 제국주의의 이스라엘 지원이 로비 덕분이라는 주장은 상황을 거꾸로 보는 것이다.

로비의 역할?

셋째, 《아! 팔레스타인》은 2012~2013년에 연재된 만화인데도 당시 아랍 혁명을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아랍 혁명에서 팔레스타인 문제가 핵심 쟁점의 하나였는데도 말이다.

작가가 팔레스타인 해방과 아랍 노동계급의 혁명적 투쟁 사이의 관계를 간과한 듯하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맞선다는 것은 이스라엘을 후원하는 제국주의 열강, 그리고 그 열강과 손잡은 아랍 정권들과 반드시 맞서야 함을 뜻한다. 즉, 중동의 기존 질서와 대결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아랍 세계에서 벌어지는 근본적 사회 격변의 일부가 돼야 비로소 성공할 가능성이 생긴다.

2011~2013년 아랍 혁명, 특히 이집트 혁명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될 가능성을 힐끗 보여 줬다. 반대로 이후에 벌어진 반혁명은 이스라엘 지배자들을 안도하게 만들었다.

넷째이자 마지막으로, 《아! 팔레스타인》은 오슬로 협정을 비판하지만, 그 대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다루지는 않는다. 두 국가 방안을 현실적 대안으로 계속 추구해야 할까? 아니면 한 국가 방안, 곧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이 1970년대 이전에 추구했던 단일하고 세속적인 민주 국가 건설을 추구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이 중요한 문제가 공백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