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인종차별·극우를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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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반(反)파시즘 물결이 독일을 휩쓸었다. 크고 작은 도시에서 약 14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이날 시위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도자들과 훨씬 노골적인 나치들의 회동이 최근 폭로된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 나치 회동에서 “외국인” 수백만 명을 독일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들은 독일 시민권자나 독일 태생도 추방할 수 있다고 했다.
수많은 독일인들이 보기에 이 역겨운 계획은 1930~1940년대 나치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1월 21일(일) 뮌헨에서 열린 반파시즘 시위에는 참가자가 너무 많아, 주최 측은 안전상의 이유로 예정된 거리 행진을 취소하고 한 장소에서만 집회를 벌이기로 했다.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참가 신청자의 여덟 배에 이르는 약 20만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10만 명 넘게 행진했다.
결정적으로, 독일 동부 작센주(州)의 주도이자 AfD가 지지율 1위인 드레스덴에서도 수천 명이 집회에 참가했다.
뮌헨 시위에 참가한 카트린 델리오이크스는 이 시위로 “많은 사람이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AfD에 투표할지 말지 마음을 못 정한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오늘 시위 이후에는 절대 AfD에 투표할 수 없겠죠.” 델리오이크스의 말이다.
독일 총리 올라프 슐츠는 시위에 참가해, 이민자와 독일 국적자를 싸잡아 추방하겠다는 계획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따라서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에 다름 아니라고 말했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슐츠의 정당 사민당은 보수 정당 기독민주당(CDU)과 함께 오랫동안 난민 신청자를 추방하고 이민자 추가 유입을 억지하는 정책을 논의해 왔다.
이는 인종차별을 부추겼고, 이민자 혐오를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으며, AfD의 인기를 높여 줬다.
AfD는 지방선거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정당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럽의 이민자 공격
1월 21일 프랑스에서도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15만 명 넘는 사람들이 정부의 새 이민자 공격 법안을 규탄하며 시위했다.
한 주 전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더 급진적인 단체들의 행동이 있었다. 21일 시위에는 노동조합들과 주요 원내 좌파 정당들이 참가했다.
프랑스 전역에서 164개 시위가 벌어졌다. 파리 시위에 2만 5000명이, 마르세유 시위에 1만 명이, 렌·툴루즈 시위에 각각 4000명이, 몽펠리에·릴 시위에 각각 3000명이, 캉 시위에 2000명이 참가했다.
이 법안은 이민자에 대한 복지를 제한하고, 의회가 이민자 할당량을 정할 수 있게 하며,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민자 자녀들이 더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받지 못하게 한다.
파시스트 마린 르펜의 지지를 받으며 의회에서 통과된 이 법안은 1월 25일(현지 시각)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칠 예정이다. 미등록 이민자 단체들이 25일에 시위를 벌이자고 호소했으며, 몇몇 교육 노동조합들은 같은 날 파업을 벌이겠다고 선포했다.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헌법위원회에서 이 법의 가장 가혹한 조항 한두 개가 삭제될지라도 헌법 합치 판정이 나오기를 바랄 것이다.
인종차별·극우의 위험은 지난주 이탈리아에서도 불거졌다.
이탈리아 고등법원은, 행진에서 파시스트식 경례를 하는 것이 공공질서를 위협하거나 옛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당을 부활시킬 위험이 없는 한 합법이라고 판결했다.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는 이 판결이 매우 흡족할 것이다.
이탈리아 국가와 극우 모두 이민자와 그들을 돕는 사람들을 표적 삼고 있다.
유럽 전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반대 투쟁은 여기에 걸린 판돈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좌파가 계속 사람들을 동원하고 극우가 아닌 대안이 있음을 제시하는 것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