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그 강한 군사력으로도 가자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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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손실과 좌절감이 쌓이고 있다.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군대가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중 저항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지고 있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수만 명을 살해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살던 곳에서 쫓아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군 고위 인사들조차 이를 시인하기 시작했다. 침공 전에 수립된 이스라엘의 전투 계획과 견줘 보면 현재 이스라엘군이 차지한 땅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이스라엘을 충실하게 비호하는 언론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는 데서 진척이 더디자, 이스라엘군 수뇌부 안에서는 하마스를 제거하고 여전히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인 인질을 구출한다는 핵심 전쟁 목표를 단기간 안에 달성하기 어렵겠다는 회의론이 제기됐다.”
그런 이스라엘군 지도자들은 “하마스의 기반 시설이 정보 장교들의 애초 예상보다 훨씬 정교해서 우리 측 공격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한다.
그들은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 100여 명의 신병은 군사적 수단이 아니라 외교적 수단으로만 확보할 수 있다.”
그들은 “하마스 섬멸을 목표로 하는 장기전은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목숨을 희생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여긴다.
몇 달에 걸친 이스라엘군의 융단 폭격과 지상 공격에도 팔레스타인인 저항 세력은 지휘·통제 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군에 계속 손실을 입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아직 하마스를 꺾지는 못했지만, 하마스 전사 수천 명을 “제거”했다며 목표 달성이 눈앞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전 이면의 추세는 사뭇 다르다. 이를 시사하는 지표 하나는 도시 게릴라를 상대하려면 전선에 장교들을 투입해 건물 하나하나를 맡게 해야 한다는 사실과 관련 있다.
하마스는 그런 작전을 수행하는 이스라엘군 장교 상당수를 살해했고, 그중 최소 넷은 대령이었다. 전쟁은 숫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지만, 숫자는 중요하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전사 6500~8000명을 살해했다고 주장한다. 모든 사상자 수치는 어느 정도 유의해서 봐야 한다. 그리고 이스라엘군은 자신이 발표한 수치를 뒤집는 일을 매일같이 한다.
어쨌든 이스라엘군의 수치 대로라면 이스라엘군 전사자 대 하마스 전사자의 비율이 약 1 대 16일 것이다. 당연히 이스라엘군 전사자 대 민간인 사망자의 비율은 훨씬 높다.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의 전사자 비율도 이와 비슷했다. 미군 전사자 한 명당 16명의 북베트남 군인이나 남베트남민족해방전선 투사가 전사했다.
그때도 미군 전사자 대 민간인 사망자의 비율은 훨씬 높았다. 그럼에도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스라엘군 최장수 부대이자 전공을 가장 많이 세운 부대인 골라니 여단(제1여단)은 부대원 72명이 전사한 후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철수했다.
이스라엘군은 군사력, 사기, 심지어는 인종 면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자신의 호언장담과 달리 하마스를 분쇄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것은 의지나 무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전 세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성장 때문에 전쟁에서 지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승리하려면 바로 그 저항이 심화·확산해야 한다.
네타냐후가 필요로 하는 전쟁, 팔레스타인인들만이 멈출 수 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절대적 승리”를 거둘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더는 네타냐후를 믿지 않는다. 포로 가족들 몇몇이 주도하는 휴전 촉구 시위가 성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지난주 네타냐후의 집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한 단체는 네타냐후 집 앞을 지나는 길가에 붉은 액체를 쏟고 “네타냐후의 손에 인질들의 피가 묻어 있다”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국가 내 일부는 포로 교환을 대가로 휴전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여긴다. 그러나 다른 일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말살할 때까지 하마스에 맞선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네타냐후의 최대 관심사는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이다. 네타냐후는 자신이 총리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부패 혐의로 기소될 것임을 알고 있다.
동시에 네타냐후는 업적을 남기고도 싶어한다. 이스라엘 국가의 심장부에서 인종 분리 체제를 심화시키는 것도 그가 남기고자 하는 업적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7일 이전까지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는 불법 정착자 70만 명이 있었다. 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한 강탈은 어마어마하게 속도가 붙었다.
이스라엘 내에서 네타냐후 반대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 세력도 팔레스타인인들에 맞서 이스라엘을 “방어”하는 것을 핵심으로 보는 식민 정착자의 관점에 갇혀 있다.
그런 관점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하고 살던 곳에서 쫓아내는 것은 괜찮은 일이다. 그러나 그 일을 제대로 못해서 이스라엘인들의 목숨을 너무 많이 잃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이스라엘 내의 반대 때문에 네타냐후가 취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저지하려면 이스라엘인들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기대를 걸어야 한다.
이스라엘 내 불만이 커졌음을 보여 주는 여론 조사
텔아비브대학교가 최근 시행한 ‘평화 지수’ 여론 조사 결과는 이스라엘인들의 견해가 약간 바뀌었음을 보여 준다.
이스라엘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전쟁 목표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51퍼센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자지구에 있는 인질을 되찾는 것”이라고 답했다. 11월 조사 때의 33퍼센트보다 는 것이다.
한편, 응답자 43퍼센트는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분쇄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두 달 전 조사 때의 59퍼센트보다 줄어들었다.
이스라엘이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군의 군사력 사용 수준이 어떻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 46퍼센트가 “적절하다”고 답변했다는 점이다. 37퍼센트는 가자지구에서 군사력을 “너무 적게”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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