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라파흐 공습:
피난민을 몰살시키려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규탄 행동 함께하자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지상 작전이 임박했다.

2월 17일(이하 현지 시각)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하마스와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우리는 라파흐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통합당 대표 베니 간츠는 지상전 단행 시점을 라마단 시작일(3월 10일)로 제시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전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야만적 공격이 될 것이다.

유엔은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 명 중 대다수가 난민 상태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라파흐로 몰려든 상태라고 밝혔다.

라파흐 거주 인구는 개전 넉 달 만에 25만 명에서 140만여 명으로 급증했다. 라파흐는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됐다.

또, 세상의 모든 불행을 한데 모아 놓은 곳이다. 라파흐에 피난 온 팔레스타인인들 대부분은 텐트·길바닥·들판에서 살거나 파괴된 주택·건물에서 지내고 있다.

이스라엘이 반입을 봉쇄하고 있기 때문에, 라파흐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은 옷이나 신발 없이 지내고 의약품과 식량을 거의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흐에 텐트로 만들어진 피란민 캠프에 모여 있는 팔레스타인인들 ⓒ출처 MohammedZaanoun / Activestills

이렇게 굶주린 맨발의 사람들 반대편에 세계 최강 군대가 집결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라파흐를 폭격했다. 2월 12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약 1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가자지구 보건부와 적신월사 팔레스타인지부의 발표).

이스라엘군은 무차별적으로 공습했다. 구급차, 놀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폭격하고 기자들을 살해했다.

그리고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 라파흐를 탱크로 밀고 들어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몰살의 위험이 하도 심각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조차 위선을 떨어야 했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호세프 보렐은 이렇게 말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들을] 대피시킬 것이다. 그런데 어디로? 달로? 이스라엘은 이 사람들을 어디로 대피시키려 하나?”

라파흐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하마스의 10월 7일 공격과 그 뒤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사태 때문에 네타냐후 정부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군대는 최첨단 무기를 가지고도 가자지구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최근 가자지구 중부와 북부에서 새로운 인종 청소 작전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곳들은 지난달에 이스라엘이 군 병력 상당 부분을 철수시키고 경찰을 배치한 곳이다. AP는 가자지구 중·북부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정권들과 관계를 수립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도 사실상 폐기됐다.

여기에 네타냐후가 사법부, 야당, 군부의 다수와 충돌하면서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네타냐후의 다음 행보는 더욱 극단적일 수 있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이렇게 말했다. “라파흐에서 군사 행동에 나서지 말라는 사람들이 있다. … 이는 우리에게 ‘전쟁에서 패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전전긍긍하는 아랍 정권들

이스라엘이 라파흐 지상전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이스라엘 군대가 휩쓸고 지나간 뒤 폐허가 된 북부 지역으로? 아니면 라파흐에 남아 학살될 것인가?

셋 다 악몽의 시나리오다. 그와 동시에, 이 시나리오들은 중대한 정치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아랍 정권들은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 공격이 자국 내 대중운동을 촉발시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에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요르단 정부가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참가자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도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 공격이 부를 후과를 두려워한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군이 국경 지대에 배치되는 것은 두 나라가 40여 년 전에 체결한 평화 조약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는 라파흐 지역으로 전투가 확대되면 겁에 질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국경 너머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집트는 이 시나리오를 막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알자지라 2월 6일 자)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굴욕적인 평화조약(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맺은 최초의 아랍 국가였다.

엘시시가 팔레스타인인들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엘시시는 제2의 나크바가 자신에게 지울 부담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이집트는 수년간 지속돼 온 최악의 경제 상태 때문에 국내 불안정이 심각하다. 외채 위기가 계속되는 데다가, 홍해 위기로 이집트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인 수에즈 운하 통항료 수입이 반토막 났다.

그래서 엘시시 정권은 최근 몇 달 동안 국경 지대에 더 높다란 벽을 세웠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 난민들이 자국 영토로 대거 밀려 들어오지 못하게 콘크리트 방벽으로 둘러싸인 임시 난민 수용 시설을 국경 지대에 건립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벌이는 광란의 학살극은 미국의 중동 영향력 유지 노력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

그런 문제점 때문에 미국은 그동안 한사코 쓰기를 피해 온 “휴전” 단어를 최근에 썼다 . 미국은 “가자 전쟁을 임시 휴전하고,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다.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 주는 결의안이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을 지지하는 결의안은 아니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미국의 중동 지배력 전체가 흔들리고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슬로건인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 독립!”이 실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의 결의안은 알제리가 제출한 ‘즉각 휴전’ 안을 반대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임시 휴전’ 안을 서둘러 표결에 부칠 계획도 없다.

한편,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예멘을 계속 폭격하고 있다. 예멘의 대부분을 통제하며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들을 공격하는 후티 정부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폭격의 효과는 지금까지 제한적이다.

예멘 폭격으로 확실해진 것이 있다면, 미국이 중동에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충직하고 안정적인 동맹을 확보할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