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반년 동안 지속된 이스라엘의 학살, 그러나 연대 운동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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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집중 행동의 날에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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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e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이여 독립하라)!”
3월 30일(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제28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이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내국인들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이집트 등지에서 온 아랍인들, 유럽·아프리카·동아시아 등지에서 온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매주 집회에 참가해 온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처음 집회에 참가한 듯한 사람들의 결연한 표정도 눈에 띄었다.
쾌청한 날씨에 도심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이 집회 참가자들의 외침에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이날 집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전쟁 5개월여 만에 최초로 가자지구 휴전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상황에서 열렸다.
이 결의안은 라마단 기간 일시 교전 중지를 촉구한 것이고 구속력이 없지만 이를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끈질긴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압력이 있었기 때문”(행진 향도)이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이 거센 국제적 항의 정서에도 아랑곳 않고 인종 학살을 지속하는 데에 분노를 표하고, 연대와 저항이 계속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팔레스타인과 국경을 맞댄 요르단에서 국가 탄압을 뚫고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5일 연속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은 참가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을 북돋았다.
열기
참가자들의 열기는 집회 시작 전 특별 공연 때부터 두드러졌다. 여러 국적의 음악인들과 협업해 온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아부드 애쉬, 한국인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 레인보우99, 음악·영상·무용 등 폭넓은 예술 세계를 선보여 온 베이시스트 신지용이 합을 맞춰 강렬한 음악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공연의 에너지와 메시지를 만끽했다. 음악인들이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곡 ‘The Indigenous(토착 원주민)‘를 선보이자, 참가자들은 “Stop Stop Genocide(인종학살 멈춰라)!” 하는 구호로 화답했다.
인종차별과 인종 학살에 반대하는 네 곡의 공연이 끝난 후 대열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돼 있었다.
두 발언자가 마이크를 잡고 힘차게 발언했다.
첫 번째 발언에 나선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 씨는 176일째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규탄했다.
“이스라엘은 노인·여성·아이들 할 것 없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 학살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 이스라엘 군인들은 여성들을 강간하기도 합니다.
“최근 이스라엘은 알시파 병원에서 민간인들을 학살했습니다. 이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전쟁 범죄입니다. 이스라엘은 의료 시설에 고립돼 있는 민간인들을 폭격하고 있습니다!”
무함마드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을 되찾고 권리를 지키는 운동”이며 “팔레스타인의 대의는 전 세계 자유민들의 대의이자 우리 모두의 대의”이니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더 많이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으로 발언한 나눔문화 윤지영 연구원은 오늘(3월 30일)이 ‘팔레스타인 땅의 날’이라고 소개하며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정신을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땅의 날’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이 1976년에 벌인 대중 봉기를 기리는 날이다.
“저들[이스라엘]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여기 이 자리에서 48년 전의 ‘땅의 날’, 그 용기와 저항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듯이, 어떠한 폭력과 야만도 마지막까지 굴복시킬 수 없는 인간 정신과 연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이 저항의 정신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도록, 자신들의 만행을 역사와 기억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이라도 깨어 있다면 저 거대한 악은 실패하고 패배한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목격자입니다. 우리가 기억합니다. 이 학살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가 끝까지 기억하고 증언하고 함께 행동합시다.”
도심을 누비다
집회 후 종로-명동-을지로-인사동으로 이어진 도심 행진은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Free Gaza(가자지구에 해방을)!” 구호에 맞춰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벗어 흔드는 행인, 퇴근하며 행진을 촬영하는 직장인들, 주최 측이 건넨 팻말을 받아들고 행진에 합류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대열에 격려의 손인사를 보내는 노부부, 행진 장면을 SNS에 실시간 영상으로 공유하는 한국인 청년도 있었다.
명동 거리에서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이목이 행진으로 집중됐다. 핸드폰으로 행진 장면을 촬영하는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르렀다. 대열이 연호하는 “가자(Gaza)!” 구호 소리가 주변 건물에 반사돼 울리며 명동 거리를 가득 채웠다.
명동을 나온 대열은 인사동 거리 남측 광장까지 행진해 그곳에서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반년째 되는 4월 6일 토요일에 집중 행동의 날 집회를 열 것을 알리며 참가를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굳건히 지속할 것을 다짐하며 함성으로 화답했다.
4월 6일 토요일 오후 2시에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으로 모두 모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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