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에도 수백 명이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침공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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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s off Rafah now(라파흐에서 손 떼라)!”
비바람이 치는 상황에도 서울 거리에 팔레스타인 연대 구호가 울려 퍼졌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한 집중 행동의 날 집회가 5월 11일(토) 오후 2시 광화문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효령빌딩)에서 열렸다. 여러 나라 출신의 남녀노소 3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번 집회는 이스라엘이 5월 7일(현지 시각)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흐에 있는 150만 피란민을 상대로 기어이 지상군을 투입한 상황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이제 와서 짐짓 라파흐 공격에 반대하는 양하지만 학살에 돈과 무기를 대 온 학살 공범 바이든 정부를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분노와 함께 투지를 불태웠다. ‘야수의 심장’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로 번지는 대학생들의 캠퍼스 점거 운동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그 저항을 이어받아 대학교에서 텐트 농성과 학내 집회를 하고 참가한 내·외국인 대학생들의 열의가 돋보였다. 이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우의와 손팻말을 나누며 서로에게 힘찬 연대의 인사를 건넸다.
이날 집회는 특별히 이집트 음악 예술인 와엘 씨의 타악기 연주로 시작했다. 와엘 씨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랍인들이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의 학살과 점령에 맞서 해방을 염원했다며, 그런 염원을 담아 1960년대에 만들어진 곡들을 연주하고 노래했고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투지가 가득 담긴 발언들에 커다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특히 컬럼비아대학교 3학년 재학생 니나 씨가 발언할 때는 한 문장 한 문장마다 환호가 터져 나왔다.
“캠퍼스 점거에 나선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폭력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온주의 깡패들이 18~20세의 젊은 학생들을 위협합니다. 그런 위협을 받는 학생들 중 많은 수가 제 친구들입니다.
“뉴욕시경(NYPD)은 시위 진압 부대와 대테러부대를 학내에 투입했습니다. 농성장 상공에 밤낮으로 헬기를 띄우고, 죄수 호송 차량을 강의동 앞에 배치했습니다.
“그러나 자랑스럽게도, 연대 운동은 굳건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교직원·강사 100여 명이 수업을 거부하고 인종 학살 규탄 시위에 나섰습니다.
“지금 이 순간 컬럼비아대학교의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장은 200시간 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역사 속의 학생들이고 세계적 운동의 일부입니다.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은 전 세계 학생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니나 씨에 이어, 서울대학교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을 진행한 동아리 ‘수박’에서 활동하는 이시헌 학생이 발언했다. 그는 농성장이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구심점이 됐다며 이렇게 발언했다.
“가자지구의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지치지 않고 저항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에 연대를 보내는 각국의 민중과 학생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 청년들과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토론하고 조직하고 또 행동할 것입니다!”
이시헌 학생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다음 주를 ‘팔레스타인 연대 주간’으로 삼고 텐트 농성을 한 주 더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참가자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사회자는 연세대·서울시립대·고려대 학생들도 다음 주에 학내 집회와 천막 농성을 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라파흐
또 다른 발언자인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인 살레흐 씨는 팔레스타인인들에 연대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7개월째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가자지구 사람들을 극한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3만 3000명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학살하고 주거용 건물 72퍼센트를 파괴했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이제는 150만 명 넘는 피란민이 있는 라파흐를 침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밀려 몇몇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를 마지못해 바꿔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처럼 연대 운동을 지속하고 더 강화해야 합니다.
“인종 학살을 벌이는 이스라엘에 맞서 팔레스타인인들은 저항을 계속할 것입니다!”
마지막 발언자인 나눔문화 윤지영 연구원도 이스라엘의 라파흐 침공을 규탄하고, 이에 맞선 미국 청년들의 저항을 옹호했다.
“이스라엘은 마치 [자신들이] 피해자인 양 자기방어 논리를 반복해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스라엘의 잔혹한 전쟁 범죄 소식을 보고 들으며 하루하루 영혼에 테러를 당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반전 시위를 반유대주의로 몰며 청년들의 정당한 저항을 꺾어 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야말로 인류 영혼에 대한 테러리스트입니다!
“팔레스타인 해방과 독립국 건설을 위해, 인류 양심의 전위로 자라나는 청년들을 위해, 우리가 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 권리를 위해 이스라엘의 학살과 전쟁 범죄에 끝까지 저항합시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행진에 나섰다. 을지로를 거쳐 명동 거리로 내딛는 발걸음이 힘찼다. 드높은 구호 소리는 굵어진 빗소리를 지워 버리는 듯했다.
“We will not stop, we will not rest(멈추지도 쉬지도 않겠다)! Free free Palestine(팔레스타인에 독립을)!”
수요일에 신촌 대학가에서 200여 명이 참가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을 이끌었던 연세대학교 학생들이 구호를 선창해 행진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참가자들은 비에 젖은 팻말을 펴 들고, 우의가 벗겨지는 것도 잊고 팔레스타인 저항 지지를 의미하는 두 손가락 브이(V)를 치켜들고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명동 거리에 들어선 대열은 휘파람 소리를 내고 환호성을 지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열 앞쪽에서 행진하던 한 이집트인 활동가는 동료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힘 있게 구호를 선창해 대열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런 기세는 빗길을 지나는 행인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을지로를 지나던 한 행인은 쓰고 있던 우산을 내리고 두 손가락 브이를 해 보이며 행진 대열에 연대를 표했다. 그녀는 긴 행진 대열이 모두 지나갈 때까지 치켜든 손을 내리지 않았다.
명동에서는 쇼핑을 하던 관광객들도 멈춰 서서 행진을 촬영했다. 부르카를 입은 한 여성은 눈시울을 붉히며 행진 대열에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한국인 행인들, 외국인 관광객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행진에 합류하기도 했다. 합류한 사람들은 따뜻한 환대와 팻말, 우의를 건네받았다.
대열은 을지로 거리를 거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으로 돌아왔다.
행진을 마무리하며 구호 선창자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계속되고 더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다음 주 토요일(18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나크바의 날’ 집중 행동 집회·행진에 더 많이 모일 것을 다짐했다. 18일 집회는 전국 집중 집회로 치러질 예정이다.
또, 여러 나라에서 캠퍼스를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이 운동이 호소한 5월 15일(수) 대학생 국제 공동행동 집회에도 참가하자고 호소했다. 한국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로 오후 3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열린다.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군 침공으로 더한층 가혹해진 인종 학살에 맞서, 거리·캠퍼스·일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