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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지상군이 라파흐를 공격하다
라파흐에 갇힌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에게는 탈출구가 없다

이스라엘군은 5월 6일(이하 현지 시각) 전투기로 라파흐 소재 시설 50곳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또, 탱크를 라파흐에 진입시켜 소규모 작전을 벌였다고도 밝혔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라파흐 진입 작전이 시작된 듯하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란민 140만 명이 몰려 있는 라파흐에 연기가 자욱하다

이스라엘 정부의 5월 5일 알자지라 지국 폐쇄 결정도 라파흐 학살의 정지 작업인 듯하다.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이스라엘 정부는 외국 기자들의 가자지구 입국을 대부분 차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자지구의 알자지라 특파원들은 이스라엘군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구실을 해 왔다.

폭격 직전에 이스라엘군은 라파흐 동부 지역에 전단지를 뿌려 민간인 대피를 명령했다. 라파흐 동부는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벌이기 시작한 지역이다.

죽기 싫으면 도망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라파흐에 갇혀 있고 탈출구도 없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는 라파흐 동부에서 “약 10만 명”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스라엘군은 라파흐 인근 칸 유니스와 알마와시를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했다. 칸 유니스에는 5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텐트촌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라파흐에 피란해 있는 팔레스타인인은 140만 명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결코 피란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이스라엘은 피란 가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거듭 공격했다.

5월 6일 이스라엘 국방장관 요아브 갈란트는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에게 사실상 라파흐 공격을 통보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스라엘 내각의 극우 정치인들은 라파흐 학살을 부르짖는다. 5월 5일 국가안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는 “네타냐후, 지금 라파흐로 가라!”고 말했다. 재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치도 예루살렘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금 당장 라파흐로”를 외쳤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대피 명령을 내린 직후,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이집트와 카타르가 중재한 가자 휴전안을 수용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실은 협상안이 이스라엘의 요구와 거리가 멀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라파흐 작전을 계속 수행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라파흐를 공습하고 있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인 21명이 숨졌다. 그중에는 어린이들이 많다.

이에 대한 반격으로 하마스는 5월 5일 카렘 아부 살렘(케렘 샬롬) 검문소(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통로)에 로켓을 발사했다. 이스라엘 군인 3명이 죽고 10명이 부상당했다.

지금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라파흐 공격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지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누가 휴전을 거부하는가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휴전 제안을 거부해 라파흐를 침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요아브 갈란트는 5일 가자지구 중부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하마스가 실상 우리와 협상 타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우려스러운 신호를 감지했다. … 조만간 라파흐와 가자지구 전역에서 군사 행동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도 “휴전이 성사되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하마스 탓”이라며 이스라엘을 편들었다.

그러나 하마스는 5월 5일 팔레스타인인들의 “민족적 요구”에 부합하는 합의를 끌어내려 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완전한 휴전, 점령군의 가자지구 철수, 피란민들의 기존 거주지로 귀환 등이 포함돼 있었다.

오히려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진행되던 가자 휴전 협상 와중에 라파흐 침공 의사를 거듭 밝힌 것은 네타냐후였다.

“[휴전 협상이] 타결되든 무산되든 우리는 라파흐에 들어가 하마스 부대를 모두 없앨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군사 작전 종료와 가자지구 철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휴전 협상에서 논의된 “핵심 요소” 하나가 베냐민 네타냐후의 라파흐 침공 위협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라파흐 지상전 자체가 아니라 그 작전만을 문제 삼는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미국이 마음먹으면 학살을 즉각 중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미국의 진짜 입장을 논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이스라엘 그리고 주되게 네타냐후의 입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사항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네타냐후에게 ‘그만하면 됐다’고 분명하게 말하면 … 장담컨대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다.”(알자지라, 5월 4일 자)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라파흐 지상전에 착수하지 않도록 미국이 보증해 주기를 원했다.

그러나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확실한 민간인 피해 대책이 없다면 미국이 라파흐 침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라파흐 군사 작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사람들보다 그 작전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라파흐 침공을 강행하면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말하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를 단념시킬 실질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바이든은 취임 이래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저지른 모든 만행을 기본적으로 지지해 왔다. 그러다가 최근에 네타냐후를 “자제”시키는 모양새로 대외 이미지를 바꾸려 한다.

라파흐 피란민에 대한 대량 학살을 우려해서가 아니다. 바이든이 그런 일로 고뇌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미국 정부가 노심초사하는 것은 라파흐 공격이 초래할 반향이다.

미국 대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용감한 점거 행동을 벌이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각지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미국 대학생들의 점거에 고무돼 탄력을 받고 있다.

아랍 정권들은 자국 대중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을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의 교역(약 9조 4000억 원가량 규모)을 최근 전면 중단했다.

이스라엘이 예고한 지상군 침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면 이러한 상황이 이스라엘에게 훨씬 더 악화되리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압박했다. 바이든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있고 이스라엘도 바뀌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협상의 타결을 원하지 않았다. 네타냐후는 “우리의 존재와 미래를 보장하는 유일하는 길은 승리뿐”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인종청소만이 이스라엘의 살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이 라파흐에 대피 명령을 내린 직후 바이든은 네타냐후와 통화하면서 라파흐를 공격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저 카렘 아부 살렘(케렘 샬롬) 국경지대를 개방하라고만 요청했다(미국 뉴스 웹사이트 악시오스).

덜 시끄럽게 ‘인도적’으로 학살하라는 말이다. 미국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학살자 조 바이든, 당신은 공범이다” 하고 외치는 것은 완전히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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