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크바의 날 국제 행동 서울 집회:
다국적 참가자 500여 명이 기세 있게 집회와 행진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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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서울 광화문역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나크바의 날 국제 행동 집회가 열렸다.
5월 15일 나크바의 날은 1948년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팔레스타인인 80만 명을 내쫓고 팔레스타인 땅을 강탈한 사건인 나크바(아랍어로 “재앙”이라는 뜻)를 기억하는 날이다. 나크바는 일회적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이스라엘 건국 후에도 전쟁, 점령, 정착촌 건설, 인종 분리 체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지속됐다. 그리고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이제 가자 학살로 그 인종청소의 과업을 완수하려 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가자지구 주민들의 마지막 피난처인 라파흐로 이스라엘이 깊숙이 진격하는 가운데 열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무장 저항을 여전히 분쇄하지 못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대규모 학생 시위 물결이 일고 있다.
한국에서도 여러 대학 캠퍼스와 지역 곳곳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집회, 행진, 농성 등 운동이 건설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이런 기층의 활동을 한데 모으고 더 진전시키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고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500여 명이 집회에 참석했고 그 수는 행진을 하면서 더 불어났다.
나크바의 날을 기해 열린 집회인 만큼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가 집회 사회를 봤다. 나리만 씨는 조부모가 나크바 때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 3세대다.
“조부모님께서는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고향에서 쫓겨나 예루살렘에 정착한 후에도 고향 집 열쇠를 문 옆에 걸어 놓고, 다시 그 열쇠로 고향 집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날을 꿈꾸셨습니다. … 조부모님들은 생전에 그 꿈을 이루시지 못했지만, 우리가 그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 또다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미국의 무기 지원에 반대하러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학생들이 우리 모두의 등대가 돼 주고 있습니다.”
첫 발언은 나리만 씨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서울시립대 학생 강미령 씨였다. 나리만 씨는“우연히 만나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며 친구보다도 더 가까워진 사이”라고 활짝 웃으며 강미령 씨를 소개했다. 강미령 씨가 무대에 설 때, 저마다 자신의 캠퍼스에서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다른 내외국인 학생들도 팻말을 들고 함께 나와 무대를 가득 메웠다.
강미령 씨는 “밤낮으로 연대 시위를 조직하는 전 세계 학생들, 팔레스타인인들, 그리고 제 친구인 나리만 씨와도 연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캠퍼스 연좌 농성의 경험을 전했다. “연좌 농성 텐트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학생들에게 만남의 장이자 결의와 연대를 다지는 장이 됐습니다. 여러 학생들이 지지 방문을 오고 자리를 지켜 줬습니다.”
강미령 씨는 “서울시립대에서 연좌 농성을 계속 이어갈 것이고, 다른 대학들에서도 행동들이 계속 조직되고 있다”고 전하며, 세계 곳곳의 대학생들이 외치는 구호들을 외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 졸업생인 이리스 씨는 소르본 대학 당국과 프랑스 경찰에 맞서고 있는 모교 친구들의 메시지를 전했다.
“소르본 대학교 학생들은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항의하며 5월 7일 대학을 점거했지만 대학 당국은 경찰을 불러들여 학생들을 탄압했습니다. 경찰은 학생들을 짐승 취급하고 성희롱하기도 했습니다. 86명의 학생들이 체포됐습니다. …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항의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 팔레스타인 시인 마르완 마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정치적이지 않은 시를 쓰려면 새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새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면 전투기의 굉음을 멈춰야 한다.’ … 우리는 팔레스타인 여성, 어린이, 남성 모두가 새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날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이날 집회에는 서울 외에도 부산, 울산, 수원, 원주, 인천 등지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가했다.
양산에 소재한 모스크의 이맘인 아므루 씨는 부산과 인근 도시의 운동 상황을 전했다.
“부산에서 7개월 넘게 지속된 연대 운동은 규모와 기세가 점차 성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울산과 여러 대학에서도 비슷한 홍보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연대 운동이 남부 지방에서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아므루 씨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중동의 압제자들로부터의 해방에서 오며,” “저항 외에는 다른 해방의 길이 없고 팔레스타인 땅 전체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해 큰 박수를 받았다.
울산에서 온 김진석 씨도 최근 울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규모가 늘었고, 특히 이주 노동자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여러 지역의 고무적인 소식을 반가워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한편, 이번 집회가 열린 5월 18일은 1980년 5월 광주 항쟁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북한산 일선사의 주지인 장적 스님은 44년 전의 그 항쟁에서 스러져 간 사람들과 현재의 전쟁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모하며 발언을 했다. 장적 스님은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을 칭찬하고,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지도자들이 제발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와 지원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 발언자는 이집트인 정치 난민인 알리 씨였다. 사회자 나리만 씨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주 팔레스타인의 형제자매들을 지원하고 지지하려고 애써 온” 이집트인 커뮤니티에 감사를 표하며 그를 소개했다.
알리 씨는 이집트 독재자 엘시시가, 이스라엘이 라파흐 공격 과정에서 이집트와 맺은 평화협정을 위반한 것은 좌시하면서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을 강경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알리 씨는 “점령당하고 침탈당한 민족의 저항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지적하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언제나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참가자들의 행진은 에너지가 끓어 넘쳤다.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시끌벅적하고 활력 넘치는 행진이었다.
캠퍼스에서 연좌 시위를 이끈 내외국인 대학생들이 구호를 선창했다.
행진 대열은 가는 곳마다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수많은 내외국인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1시간여 동안 이어진 행진 내내 참가자들은 멈추지도 쉬지도 않고 구호를 외쳤다.
주말 나들이 인파로 가득한 명동 거리를 빠져나온 대열은 눈에 띄게 불어 있었다. 행진 도착지인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에서 참가자들은 길게 늘어선 대열을 돌아보고는 한껏 고무돼 더욱 목청껏 구호를 외쳤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의 표정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많은 참가자들이 행진 이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로 인사하고 격려하고 대화를 나누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미국인 영어 강사 데빈 던 씨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오늘 집회에 처음 왔는데, 정말 설레고 신납니다.”
파키스탄인 여성 발바샤 씨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팔레스타인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팔레스타인 아이들이 죽어 가고 있고, 미래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우리가 이 학살을 멈춰야 합니다. 이 아이는 제 아들입니다. 열 살인 제 아들도 함께 싸우기 위해 오늘 처음 집회에 나왔습니다.”
필리핀인 유학생 조셉 몬타라 씨는 벅찬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집회는 정말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열린 집회 중 가장 컸던 것 같아요.”
핀란드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하다 온 한국인 단 씨는 이렇게 전했다. “매우 매우 힘찬 시위였고 팔레스타인을 위해 계속 싸울 동기를 부여해 줬어요. ... 한국에서도 바쁜 삶 속에서도 의식이 깨어 있는 분들을 알게 돼서 너무 반갑고 자랑스러워요.”
다음 주에도 서울대 등 여러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연좌 시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교조 교사들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알리기 위한 강연회들을 지역별로 개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의 집회와 행진도 전국 곳곳에서 계속된다.
기층에서 운동을 건설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 강화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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