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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다양한 이주민과 한국인 500명이 참가하다

5월 26일 열린 열두 번째 수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 참가한 500여 명의 기세가 매우 높았다 ⓒ강철구

5월 26일 경기도 수원역 앞 광장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성황리에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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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국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과 재한 방글라데시인들 중심 커뮤니티인 ‘한국 무슬림 커뮤니티’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그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서울, 인천, 부산 등은 물론이고 경기도 수원에서도 격주 집회(11회)를 열어 왔다. ‘한국 무슬림 커뮤니티’ 측에서 이를 알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에 공동 행동을 제안한 것이다.

이날 집회와 행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나 500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의 다양성과 그 사람들이 함께 표출한 분노였다.

참가자들은 열정적으로 이스라엘의 인종학살 만행을 규탄했다 ⓒ김문성

방글라데시인들이 많았다. 우즈베키스탄인들도 무리 지어 참가했는데, 이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펼쳐 들고 행진 대열로 합류하자 환호가 쏟아졌다. 다양한 이주민들은 대부분 노동자로 보였다.

수원역 집회에 꾸준히 함께해 온 다양한 재한 외국인들과 한국인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일부는 함께 집회 홍보와 준비, 행진 진행 등에 자원 봉사자로도 참여했다.

집회를 시작하면서 사회자는 오늘 집회의 의의를 이렇게 강조했다.

“오늘은 이주노동자들이 상당히 많은 이 지역에서, 내국인과 이주민이 함께 손잡고, 인도적 재앙 상황에 빠진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뜻깊은 날입니다.”

경기도에서 체불 임금 상담 등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해 온 김승섭 노무사와, ‘한국 무슬림 커뮤니티’ 활동가 부얀 압둘라 씨가 집회에서 발언했다.

김승섭 노무사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강탈해 76년간 식민 지배해 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죄 없는 민간인, 여성, 어린이를 학살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살에 우리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힘 있는 자들의 어떤 학살 행위도 용인될 것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은 정당합니다.”

부얀 압둘라 활동가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야기한 참상을 폭로했다.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은 갈 곳이 없는 피난민,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구호 체계 전체에 재앙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아 위험이 급증하고 있으며 필수 기반 시설, 보건 시설들도 파괴된 상황입니다.

“이스라엘의 학살을 피해 63제곱킬로미터 안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피난민들에게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은]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반도 불사하는 테러 국가입니다.”

다양한 참가자들. 이주민들의 정치 참여는 고무적인 일이다 ⓒ김문성

“Free free Palestine!”

“Stop funding Israel(이스라엘을 후원하지 마라)!”

“Netanyahu is terrorist(네타냐후야말로 테러리스트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한꺼번에 차도로 쏟아져 나오자, 경찰들도 당황했다.

열정과 분노는 행진 내내 이어졌다. 다양한 구성의 참가자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왕복 3킬로미터 구간을 행진하며 한목소리로 이스라엘 라파흐 공격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 독립을 뜨겁게 지지했다.

거리를 지나는 한국인들도 행진 대열의 기세에 놀랐다. 행인들은 행진 대열을 호의적인 눈으로 유심히 지켜보며 구호와 팻말을 살피고 사진에 담았다.

5월 26일 열린 열두 번째 수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 참가자가 팻말을 높이 들고 있다 ⓒ이민서

수원역에서 수개월째 팔레스타인 연대 캠페인을 하고 격주 집회를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오늘 행진의 기세가 너무 좋아 전율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행진 참가자들도 연신 뒤를 돌아보며 대열 규모가 어마어마한 데에 놀라고 감격했다. 고무된 참가자들은 행진을 마치고 다음에도 공동 행동을 벌이기로 약속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집회 후 이주민 참가자들이 집회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며, 함께 사진을 찍자고 청하는 모습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오늘 집회의 다양한 구성과 들끓는 투지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장점을 잘 보여 줬다. 운동의 급진성, 개방성,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과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과의 강렬한 일체감 등이 그것이다.

이 운동에는 최근 다양한 재한 이주민 커뮤니티·네트워크의 조직적 참가가 늘고 있다. 각 대학 캠퍼스에서 진행 중인 천막 농성과 캠페인에도 한국인 학생들과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함께하고 있다.

수원시를 포함한 경기도 주요 도시에는 이주노동자 거주민이 많다. 이런 곳들에서 이주민들이 대거 참가하는 정치 운동이 성장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오늘 집회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그런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참가자들은 시종일관 열기를 뿜어냈다 ⓒ김문성
5월 26일 열린 열두 번째 수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 참가해 거리를 행진하는 참가자들 ⓒ강철구
5월 26일 열린 열두 번째 수원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행진에 참가한 500여 명의 기세가 매우 높았다 ⓒ강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