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 나크바의 날 대학생 국제 행동:
200여 명의 한국 대학생들도 행동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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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크바 76년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생 국제 행동의 날’ 집회·행진이 5월 15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열렸다. 여러 대학의 내외국인 학생 200여 명이 참가한 근래 가장 큰 규모의 대학생 집회였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에 인종 학살 중단을 요구하고 미국 대학생들의 캠퍼스 점거 운동에 연대를 표했다.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모인 참가자들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다.
미국 대학생들이 시작한 캠퍼스 점거 운동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서울대, 고려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등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텐트 농성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월 8일 온라인으로 열린 ‘캠퍼스 저항을 세계화하라: 학생, 대학 노동자 국제 회의’에서 5월 15일 ‘나크바의 날’을 기해 국제 공동행동을 벌이자고 호소했다. 이에 호응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파키스탄, 칠레, 호주,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한국 집회도 그 일부였다.
그동안 대학 내 농성·집회들에 참가하며 교류해 왔던 학생들은 서로를 반기며 격려했다. 처음 참가한 학생들도 많았고, 다른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소개를 주고받았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주마나 씨가 첫 발언자로 나섰다. 그녀는 한국에서 최초로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을 시작한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회원이다. 이틀째 농성장을 지키다가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저는 나크바에서 생존한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녀입니다. 제가 팔레스타인 출신인 것이 명확한데도 이스라엘은 저의 팔레스타인 방문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이 700만 명의 해외 팔레스타인 디아스포라가 겪는 현실입니다.
“팔레스타인 땅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도 나크바를 겪습니다. 나흘 전에도 이스라엘 점령군이 와디 칼릴 마을을 파괴해서 300명이 집을 잃었습니다.
“국제적으로 학생들의 운동이 커지는 이때 더 목소리 높여 팔레스타인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나크바를 끝내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고려대학교 학생 윤진 씨는 지금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행동을 식민 지배와 독재에 맞서 싸웠던 선배 대학생들의 역사 속에 자리매김하는 발언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한국은 35년간 일본의 식민지였는데, 팔레스타인은 76년째 이스라엘의 식민지입니다. 한국인들이 중앙아시아 등지로 쫓겨났듯이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살던 곳에서 강제로 추방당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배 대학생들이 군사 독재 시절 탄압받았던 것처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재판 없이 군사 법정에 기소돼 평균 1년 동안 수감될 수 있습니다.
“한국 역사를 안다면, 특히 한국 대학생들의 저항 역사를 안다면,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해야 합니다. 우리 후배들이 우리의 행동을 자랑스러워할 것입니다.”
현재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 학생 운동의 중심지 미국에서 온 유학생도 발언에 나섰다. 연세대 재학 중인 미국인 유학생 엘리사 씨는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기 위한 행동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마지막 안전지대라고 불리던 라파흐로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15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이 몰려 있는 그곳을 말입니다. 그들 모두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이 상황을 멈추기 위해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막기 위해 우리의 행동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네타냐후와 바이든은 대학생들의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을 유대인 혐오라고 비난하고 있다. 유대계 영국인 유학생 에이바 씨가 이를 통렬히 반박했다.
“저는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유대인입니다.
“지금 팔레스타인인들은 죽음에 대한 애도의 순간마저도 휴대폰으로 촬영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진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잘 기록된 현재진행형 인종 학살입니다! 나치가 벌였던 일들을 이스라엘은 76년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때문에 제 가족의 역사가 바뀌었고 수많은 유대인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유대인과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이스라엘의 프로파간다를 거부하고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이유입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발길을 멈추고 집회를 지켜보며 카메라에 담는 행인들을 볼 수 있었다.
집회 사회자는 집회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간식과 음료수를 주최측에 전해 주고 간 일이 두 건이나 있었다고 소개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홍대거리를 따라 KT상상마당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이집트인 청년들이 가져온 큰 북을 치며 행진 대열 앞에서 흥을 돋웠고,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가 구호를 선창하며 대열을 이끌었다.
“Student, united, will never be defeated(단결한 학생은 패배하지 않는다)!”
“We will not stop, We will not rest(우리는 멈추지도 쉬지도 않겠다)!”
팔레스타인 연대 캠퍼스 점거 농성의 인기 구호가 이날 집회에서도 울려 퍼졌다.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쉬지 않고 구호를 외쳤다. 전 세계적으로 서로 연대하고 자신감을 키우고 있는 학생들의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거리에서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면서 함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 대열을 사진으로 찍는 사람들, “지지합니다!” 하고 외치며 응원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익사이팅”
집회에 참가한 한 인도네시아인 유학생은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집회가 익사이팅했어요.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이 와서 좋았습니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처음 만난 인도네시아인이 있다며 매우 반가워했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다.
오늘 집회에 처음 참가한 성균관대학교 율전캠퍼스의 한국인 학생은 행진이 큰 주목을 받은 것에 고무받은 모습이었다.
“[집회와 행진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선사한 것 같아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거리의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한 유학생은 이날이 살면서 처음으로 참가한 시위였다.
“오늘 집회에 참가해서 매우 감동적이었고 뿌듯했습니다.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데 사람들이 우리 행진 대열을 매우 유심히 쳐다보는 게 느껴졌어요. 내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옹호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집회 장소로 돌아와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다 함께 사진을 찍으며 우애를 다졌다.
그리고 오늘 집회의 기운을 바탕으로 각 대학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모으고 행동을 일으키자고 다짐했다. 또, 5월 18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는 ‘나크바의 날’ 집중 집회에도 참가하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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