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영국 징병제 부활? ― 총선 참패 앞두고 보수층 결집시키려는 보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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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는 1960년대 초에 징병제가 폐지됐다. 그후 징병제 부활은 술집에서 청년들의 근성을 나무라는 꼰대들이나 하는 얘기로 취급됐다. 그러나 이제 징병제 부활은 운이 다하고 있는 총리 리시 수낙의 지도하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보수당과 영연방연합당(DUP)의 공약이 됐다.
영국과 미국이 징병제를 폐지했던 것은 불만 가득한 십대들을 모아다가 월급을 주고 막사 생활과 훈련, 얼차려를 시키는 것보다 고도로 훈련된 직업 군인과 숙련 선원에 투자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고 저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낙의 제안이 나오자마자 온갖 퇴역 장성들이 “제정신이 아니다,” “선거적 기회주의다” 하고 규탄하고 나선 것이다.
짐작건대 수낙의 제안은 조잡한 선거적 계산에 따른 것이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18~24세 영국인의 10퍼센트만이 1년 의무 복무제를 지지한다. 반면, 65세 이상의 영국인은 46퍼센트가 이를 지지한다. 후자는 보수당 지지 기반의 중요한 일부다. 그래서 수낙은 더는 그들을 영국개혁당[인종차별적 극우 정당인 브렉시트당의 새 명칭 — 역자]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징병제 부활을 제안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맥락도 있는 듯하다. 5월 23일 지난 목요일 BBC 라디오4 〈투데이〉에서 사회자 닉 로빈슨은 ‘선거를 비방전으로 끌고갈 것이냐’와 다름없는 질문을 수낙에게 했다. 당연히 수낙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고, 그 대신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몇 달 전부터 보수당은 영국이 ‘전쟁 직전 상황’이라며 —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 그런 상황에서 영국을 지켜낼 세력을 자처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수낙이 7월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마음 먹은 지 꽤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2주 전 수낙이 “안보”를 단연 강조하는 연설을 한 것은 시사적이다.
수낙은 이렇게 말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영국은 지금껏 겪어 본 적 없는 위험과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물음은 이런 것이다. 당신과 당신 가족들에게 안정된 미래를 약속할 분명한 계획과 대담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나라를 겨냥하는 위협들은 실질적이다. 그 수도 늘어나고 있다. 러시아, 이란, 북한, 중국 같은 권위주의적 국가들의 축이 우리와 우리의 가치를 약화시키려고 힘을 모으고 있다.”
어처구니없게도 수낙은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가들과 “젠더 활동가들”도 그런 위협의 사례로 거론했다. 지난주 5월 21일 리시 내각의 장관 마이클 고브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을 거론하며 — 역자] ‘유대인 혐오’를 우려한다는 마녀사냥 연설을 하며 같은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처럼 보수당은 자신을 외부의 적과 내부의 적에 맞서 영국을 지키는 세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거의 정확히 40년 전 마거릿 대처는 파업에 나선 광원들을 “내부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동시에, 전통적인 보수적·인종차별적 애국주의에,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으로 영국이 거듭날 것이라는 낙관을 결합시켰다.
대처주의는 “자유 경제와 강력한 국가”라는 공식으로 요약된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영리하지만 짜증나는 칼럼니스트인 재넌 가네시는 지난 주 이렇게 지적했다. “수낙은 역대 총리 중 가장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총리다. 동시에, 보리스 존슨보다 먼저 브렉시트를 지지할 정도로 영국의 전통과 독자성을 고집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대처와 마찬가지로 수낙은 자본주의의 무질서가 전통적 제도들과 신념들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수낙은 “안보”를 강조한 그 연설에서 혁신이 꽃피고 기업들의 자유가 보장되는 영국의 밝은 미래상을 제시하려고 실로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집권한 보수당은 갈수록 위태로운 자본주의를 떠받치기 위해 국가를 점점 더 많이 이용해야 했다. 총리 관저 앞에서 비를 흠뻑 맞으며 조기 총선을 선언할 때 수낙은 팬데믹 기간에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이 도입했던 임시 유급 휴직 제도에 대한 얘기로 운을 뗐다. 그것 또한 막대한 정부 차입으로 비용을 마련했던 대책이었다.
보리스 존슨은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탈산업화로 고통받은 지역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으로 지난 [2019년] 총선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그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일이 얼마 전에 있었다. 브렉시트의 또 다른 설계자이자 수낙 내각의 주택부 장관인 마이클 고브가 50대 중반의 나이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수낙은 대처주의의 떨거지다. 수낙은 영국 국기를 몸에 두르고 애국심을 뽐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낙과 그의 정부는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당해야 마땅하다. 다음 총리가 될 자[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 역자]도 수낙 만큼이나 영국 국기를 휘감기를 좋아하는 자라는 사실이 유감스러울 뿐이다.